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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형태의 당신의 모든 시간

당신의 모든 시간 –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by 행성인 2013. 5. 30.


형태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오늘은 5월 21일 화요일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48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개인 칼럼이지만 웹진의 한 호에 두 개의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웹진팀에 양해를 구하고 글을 추가로 하나 더 써도 되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지난 주말은 제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5월 16일 경향신문의 기사 [한 30대 동성애자의 고백… 직장에서도 야한 사진 권하며 “성전환수술 할 거니”] 인터뷰에 대한 의견들 때문이었는데 인터뷰 내용이 너무 어두웠고 사진은 모자이크 되어 너무 우울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인터뷰는 진행되었고 저는 제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타인의 삶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 일은 연예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막상 제 일이 되고 나니 괴로웠습니다.


저는 오른쪽 시력을 어렸을 때의 사고로 잃었고 성폭력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에 나와있는 것처럼 첫사랑과 이뤄지지 않았고 커밍아웃을 하고서 가족과 서로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동성애자가 이렇게 사는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편견이 아닐까요?


밝고 쾌활하고 행복한 인터뷰 기사라면 좋았겠지만 성소수자 한 명의 인터뷰가 모든 성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인생이 존재합니다. 저의 인터뷰도 그렇습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쁘다고 해도 제 인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평등한 사랑 평등한 권리라는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나쁜 일만 반복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도 평등하게 사랑과 권리가 주어지는 세상을 위해서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서 많이 싸웠지만 누나는 작년에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 와서 퀴어퍼레이드에 가지고 갈 물품들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억울한 마음이 좀처럼 풀리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하나로 어떤 사람의 인생에 대해 우울하고, 슬프고, 불쌍하고, 어둡다는 글들이 인터넷을 채우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아래의 기사 사진은 5월 2일 매일노동뉴스라는 신문에 실린 저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5월 1일 민주노총의 메이데이 집회에서 성소수자 권리 선언을 낭독하고서 응한 인터뷰였습니다. 매일노동뉴스라는 신문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독자층인 신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콜센터에서 노동을 하는 노동자로서 저런 인터뷰를 했다는 것에 큰 자긍심을 가집니다. 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노동자 중에서 저 신문의 기사를 마주한 노동자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세상은 성소수자인 우리에게 불평등합니다. 얼마전 EU는 27개 회원국과 크로아티아 LGBT의 경험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응답자는 9만 3천명으로 조사결과 응답자 중의 47%의 LGBT들이 차별이나 괴롭힘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레즈비언, 청소년, 가난한 LGBT들이 더 많이 차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듯,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 중에 성소수자도 존재하며 그 성소수자 안에서도 남자인 사람, 여자인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부자인 사람, 가난한 사람, 똑똑한 사람, 똑똑하지 않은 사람, 잘생긴 사람, 잘생기지 않은 사람, 예쁜 사람, 예쁘지 않은 사람, 성격이 밝은 사람, 밝지 않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 이타적인 사람 등 다양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하자면 한 성소수자의 모자이크 된 사진과 함께 어두운 내용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고 그 기사가 모든 것을 전부 대변하지는 않는 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영향은 미칠 것입니다.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터뷰 기사를 본 어떤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긍심을 잃을 수도, 혹은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삶에는 셀 수 없을 나쁜 일들과 손에 꼽는 좋은 일들로 이루어 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 앞으로 갑니다. 당신의 모든 시간 좋거나 나쁘거나 역시 그럴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