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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종교

영원한 짝사랑

by 행성인 2013. 11. 6.

바람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레위기:18장22절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 


기독교에서는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교 안에서 성소수자들은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결코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6년간 다닌 교회에서 더 이상 내 자신을 부정하기 싫어서 죽는다는 마음으로 내가 맡고 있던 찬양팀과 학생회에서 “나는 여자친구를 사귀어 봤지만 너희들이 느끼는 감정과 다른 것 같아. 나는 동성애자 같아”라는 말을 여러 번 들려줬다.


커밍아웃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 “여자랑 자게 되면 이성이 좋아질 거야.”, “동성을 사랑하니까 너는 여자가 돼야 해” 이런 말을 셀 수도 없이 듣다 보니 내 믿음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교회라는 공동체를 점차 혐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을 배신할 순 없었다. 사람들이 내게 혐오를 드러내도 난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나는 사람에게 더 이상 상처를 받기 싫어서 6년간 다닌 교회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교회를 벗어나려고 보낸 1년의 헛된 시간 동안, 내 자신을 밝힐수록 교회는 점점 나를 옥죄어 왔다. 나는 그럴수록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누구도 가지 않는 험한 길을 가고 싶다’고, ‘더 낮은 자리에서 주님을 높여드리고 싶다’고.


종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성소수자가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이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을 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교회 공동체에서 분리되고 배제된다. 또한 청소년의 경우 원치 않는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 


6년간 다닌 교회를 나올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을 용서하시고 사랑하셨지만 전 여기서 그 자격이 없는 것 같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찬양팀도, 학생회도 그만두었다. 


그 후 상처가 아무는 시간 동안 난 내 자신이 싫었다. 왜 버티질 못했는지,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없어졌다. 그러다 동인련을 만나 많은 위로를 받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제까진 혼자서 이런 차별을 받은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모두가 나와 같은 일을 겪었고, 나보다 더 심하게 차별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요즘 나는 교회를 옮겨 가까운 기성 교회에 다니고 있다. 성소수자를 지지해 주는 교회로 옮기고 싶지만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안정되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회로 옮길 것이다. 딱히 기성 교회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사탄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누구도 차별의 시선으로 보지 않으시지만, 한국 사회에서 퀴어 크리스천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건 영원한 짝사랑으로 느껴진다. 나는 ‘아무도 몰라주지만 언젠간 우리들의 영원한 짝사랑이 끝나겠지?’라고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매일매일 되새기면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


"영원한 짝사랑을 끝내고 주님과 함께 무지개 길을 걷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