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6월 20일, ‘법 앞에 선 커플: 동성 파트너십 권리 국제 심포지엄이 국회의원 회관 제2소회의실에 열렸다. 동성 파트너십 국제 심포지엄은 한국, 대만, 일본 각국의 교수, 정당인, 정치인 등이 참석하였기 때문에 동시 통역으로 이루어졌다.


오랜 가뭄에 단비가 내렸다.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전혀 없는 대한민국에 어쩌면 단비가 되어 줄 국제 심포지엄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포지엄의 세션은 세 개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세션은 동성 결혼/파트너십 법제로 한국과 일본의 동성 결혼에 대한 것이며, 두 번째 세션은 성소수자 권리와 정당의 역할로 한국의 진보 정당, 대만 녹색당 운영위원의 LGBT 권리 증진 경험, 일본 지방 의회의 성소수자 권리 증진에 대한 것이었다. 마지막 세션은 동성 커플의 권리와 아시아 성소수자 커뮤니티로 대만의 다양한 가족 운동, 한국의 동성 결혼 및 파트너십 권리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 세션인 ‘동성 결혼/파트너십 법제’에서는 서종희 교수의 ‘한국에서의 동성 결혼’, 타니구치 히로유키 교수의 ‘일본 법과 동성 파트너십’, 한상희 교수의 지정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경우 동성혼은 혼인, 심지어 사실혼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헌법 36조 1항 양성 평등의 기초가 우리와 제도적 상황이 다른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의 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 36조 1항의 ‘양성’이라는 문구는 동성혼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동성혼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아동 복지 논리도 있다. 과연 동성혼과 아동 복지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는가? 동성혼 가정과 이성혼 가정을 불문하여 아동 복지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종희 교수는 “혼인 개념의 패러다임은 이미 전환되었다. 이제 성별이 아닌 구속력 있는 결합이 혼인의 본질이다”라고 언급한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동성 간 성행위 처벌법 부재, 포괄적 차별금지법 부재, 국가인권위원회 부재, 헌법재판소의 부재가 일본 LGBT 법제의 특성을 이룬다고 한다. 일본 역시 한국과 같이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행법으로 성년 양자 결연 제도, 공정증서에 의한 관계 증명, 임의후견계약을 활용하고 있지만 모두 혼인과는 거리가 멀다. 타니구치 교수의 현행법 활용을 듣고 어쩌면 이 또한 동성 커플에 대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니구치 교수는 일본 헌법 24조, 헌법 14조, 헌법 98조를 근거로 일본 헌법 상 동성 결혼을 금지하지 않으며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동성 커플에게 법적 보호가 없는 현 상황은 인권 침해이며, 법적 보장은 헌법상 의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상희 교수는 동성혼에 대해 헌법 입법자들이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것이 법의 영역에 포섭될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하며, 문자 그대로의 헌법을 동성 결혼의 반대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헌법의 원리에 따라 제한하는 법률이 없는 한 인권을 최대한 넓게 인정해야 한다. 동성혼을 제한하는 법률은 없으며 동성혼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간단한 논리이다.

두 번째 세션인 ‘성소수자 권리와 정당의 역할’에서는 정혜연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위원장의 ‘한국 진보 정당과 성소수자의 권리’, 량이치 대만 녹생당 운영위원의 ‘NGO부터 정치까지 LGBT 권리 증진의 경험’, 카미카와 아야 도쿄 세타가야 구의회 의원의 ‘지방 자치 단체에서 성소수자 권리의 증진’, 이유진 녹색당 공동위원장의 지정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정혜연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위원장은 사회적인 맥락에서 동성 파트너십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혐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성소수자 정치인의 선출직 출마는 혐오 대응 차원에서 중요한 방식이다. 동아시아 차원의 성소수자 권리 운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극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도미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었다.

량이치 대만 녹색당 운영위원은 LGBT 운동이 일상적인 운동이 되어야 하지만, 미디어로부터 소외되었고 이에 오랜 기간 미디어와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출마하였지만 득표율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는 세 번째 출마한 녹색당 정치인의 경우 성소수자 의제 뿐 아니라 다양성, 참여 민주주의 등의 의제를 제시했고 결과가 좋았다고 말함으로써 정당 활동에 있어 성소수자 의제를 넓힐 필요를 시사했다.

카미카와 아야 도쿄 세타가야 구의회 의원은 트랜스젠더 여성이며 10년 이상 지방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카미카와 아야 의원은 지방 의원으로 당선된 후 자신의 활동들을 소개해주었다. 일례로 불필요한 성별란을 삭제하였고 성적소수자를 담당하는 인권 관련 부서를 만들었으며, 성차별 해소 10년 프로그램에 성소수자에 관한 이해 촉진 부분을 명시하고 섹슈얼리티 이해 강좌를 진행하여 성소수자 등의 전문가 상담을 시행하였다. 시부야 구에 이어 세타가야 구도 동성 파트너십 승인을 준비한다는 말도 전했다.

섹션의 토론 패널로 참여한 이유진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성소수자 운동과 관련된 후보가 필요하며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그 후보는 성소수자 인권뿐만 아니라 여러 이슈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두 번째 세션을 통하여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하여는 성소수자들의 정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혐오 세력들이 조직화되고, 법 사각지대에 있는 동성 커플들의 문제 제기가 많아지고 있는 지금, 성소수자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 세션인 ‘동성 커플의 권리와 아시아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대만 TAPCPR 공동 설립자인 빅토리아 쉬, 첸치치의 ‘대만의 다양한 가족 운동’, 류민희 변호사의 ‘한국의 동성 결혼 및 파트너십 권리의 가능성’으로 이루어졌다.

빅토리아 쉬 변호사는 다양한 가족 구성 운동을 하면서 가족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결혼 외 선택도 많으며, 다른 많은 가족 모델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알리고 있다. TAPCPR의 중요 목표는 대만의 LGBT 평등을 쟁취하고 가족 제도 변화에 따른 적합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법안 셋을 입안하였으나 동성혼 법안만 상정되고 파트너십 제도, 선택에 의한 가족 제도는 아직 상정되지 못했다고 한다. 대만은 가족구성권 의제에 냉담하고 회피하려 했지만 동성 파트너십의 경우 1년간 서명 운동을 받으며 수만 명의 호응을 이끌어냄으로써 많은 이들의 토론거리가 되었다. 입법 외에도 30쌍의 커플을 모아 혼인 신고를 하고, 이후 그들 중 세 커플에 대해 소송 대리 중인데, 일련의 시도들이 동성 결혼의 욕구를 인식시켜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한편 입법적 방법으로는 초안 작성 후 15만 명의 서명을 이끌어 냈고 연예인들의 공개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후 1차 심의는 빠르게 통과되었으나 법안 통과를 위해 소집위원회를 거쳐야 하나 집권당인 국민당의 두 소집위원이 심사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민진당의 경우도 대표가 미온적 입장을 보인다. 그래서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혼인평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풍선을 들고 국회를 포위하기도 했다. 무지개 포위 이후 대정부 질문을 하였으나 국민당 의원은 동성애가 수간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첸치치는 대만 사회가 동성애에 관용적으로 보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20% 정도가 지지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과반 이상이 지지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동성애는 도덕적 문제였지만 현재는 혼인 제도에 대한 논의로 이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만에서 혐오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법안 상정 후 조직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1억 8천만 원 정도의 돈을 써서 신문에 혐오 광고를 내기도 했다. 반대 집회에는 10만 명 정도가 나오기도 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도교, 일관도, 한국에서 온 통일교까지 다른 신을 믿는 종교가 연대하여 동성혼 반대를 위해 대단결하기도 했다. 첸치치는 이에 대항하는 행동으로 혼인평등 글자 행사, 혐오 세력들의 신문 광고의 사랑과 정의의 낙서, 키스 시위 등을 소개해줬다. 대만의 국민당은 동성애의 반대 세력이다. 민진당은 유보적인데, 발제자는 성소수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하여 진보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 당선하여 힘을 보여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류민희 변호사는 현재 차별금지법 운동이 전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남색 처벌 조항은 없지만 군대 내 남색을 처벌하고 중앙 정부, 지방 정부 차원의 배려 또한 없다고 하였다. 동성애 의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보다 열악하고, 반성소수자 운동들이 현재 매우 조직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법 영역에서의 동성혼은 2004년 레즈비언 사실혼 파탄 판결을 통해 보호받지 못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파트너십이 커뮤니티에 있어 높은 우선순위 정책 이슈였고 운동으로 전개하였는데 그것이 가족구성권 네트워크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이들은 김조광수-김승환 결혼을 법과 정치적 운동으로 이슈화하였다. 발제자는 가구넷의 활동이 동성혼을 법 앞에서의 평등, 대중 정치 운동으로의 방향을 잡고 전개할 것이라고 하였다.

‘법 앞에 선 커플: 동성 파트너십 권리 국제 심포지엄’ 후기를 쓰기 바로 직전, 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 동성 결혼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하였다. 오는 7월 6일에는 법원에서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가 제기한 혼인신고 반려처분 불복신청 사건에 대한 첫 기일이 열린다. 우리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에 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똑같이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이다. 또한 성소수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행복추구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이다.

이 땅에도 우리의 무지개 깃발을 휘날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예전에는 동성 결혼이 금지였다며?”라고. 그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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