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4일 오후 늦은 저녁. 종로 낙원동에서 동인련 사람들을 만났다. 그 날 낮에 캠폐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탄원서 작성을 위해 한 팀은 가판대를 설치해서 거기서 목소리를 내며 홍보를 했고, 한 팀은 종로에 있는 게이바를 돌면서 홍보를 하기로 했다. 내가 맡은 팀은 게이바를 도는 팀이였는데, 처음에는 나도 군형법에 대해 두 세 번씩 들어도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했는데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니깐 떨리기도 하고 너무 어려웠다. 막상 첫 바를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말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도는 형들의 뒤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지켜보면서 나도 같이 듣고 조금씩 이해를 했다. 그렇지만 법이라는게 쉬운것도 아니고 너무 어려운 단어만 나와서 이걸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지만, 그게 역시 쉬운 게 아니고, 목소리는 떨리고 말도 꼬이다보니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까지 되어버렸다. 그래도 괜찮다며, 차근차근 말하라면서 탄원서를 쉽게 작성해주셨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냥 그런 듯 무심하게 듣기만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설명을 하는게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여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탄원서를 작성해주셨다. 물론 “이걸 왜 제가 해야해요?” “이거 사생활침해 아니에요?” 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신 분들도 많았다. 그런 반응을 보일 때면 조금 더 쉽게 설명할 수 없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 왜 이런 문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일까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더 많은 활동을 펼쳐,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군대 또한 동성애자들이 차별받을 수 있는 한 장소이다. 그리고 군형법의 차별조항은 단지 군대내의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자 전체를 혐오하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군대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또한 세상 어느 곳이든 차별이 있다면, 그 차별 또한 언젠가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류찬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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