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성모임)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결혼’

 

5월 여성모임에서는 동성결혼을 주제로 김조광수 감독과 34명의 여성 성소수자가 만났다. 시작은 김조광수 감독의 질문으로 시작 되었다. 1950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어떤 부부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1년의 징역을 선고 받았고, 한국은 몇년 전까지 동성동본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인정되는 것들이 당시에는 불법이었고, 심지어 형을 받을 정도로 엄격하게 거부되었다.

 
‘형식이 변하면서 내용이 변한다’

 

김조광수 : 결혼 전 동거하고 있을 당시 양가 부모님들이 지역에 계셔 서울에 올라오시면 저희 부부 집에서 지내고 가셔요. 한번은 김승환씨 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셨을 때 제가 과일을 깎아 자리로 돌아오자 그 자리에서 진행되고 있던 대화가 멈췄어요. 속으로 ‘내가 끼어들기 힘든 이야기인가’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친척 흉을 보고 있었고, 얘는 가족이 아니니까.. 아들의 남자친구이지.. 아직 대소사까지는 얘기하긴 어려우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후 김승환씨 아버지가 저희 집에 방문하셨을 때 마침 김승환씨가 없는 상황이었고, 제가 김승환씨 아버님께 집에서 저녁을 대접하며 근황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이야기 중에 김승환씨 가족의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왔고 서로 ‘우리가 이 얘기를 왜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대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되었죠. 형식이 변하니 내용이 변하더라구요.
 

‘여기 계신 분들은 결혼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길 권해요’

 

김조광수 : 2005년 첫 키스를 시작으로 연애를 시작하였고, 동거와 결혼이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지만 결혼을 놓고 오래 고민한 기간이 참 좋았어요. 물론 평생에 대한 서약이라 싫은 부분도 있고 굳이 한 사람과 살아야 하는가? 나는 저 사람을 평생 좋아할 수 있을까? 나 또는 상대가 그만한 사람인가? 우리 둘은 평생 같이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결혼을 전제로 고민하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본인에게 안 맞거나 거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만나고 있는 사람을 결혼을 전제로 만나보면 어떨까 싶어요. 결혼을 해보니 권하고 싶어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 결혼 전,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수술을 앞둔 김조광수씨의 수술동의서에 김승환씨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가족이 아니어서 보호자로서 서명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직계 가족이 병원에 도착해 싸인을 하였지만, 촌각을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해 발생할 상황은 상상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인정받지 못함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성소수자에게 큰 상처이고 명백한 차별이다. 이 일을 계기로 김조광수씨는 김승환씨에게 ‘만약 함께 하고 싶다면 결혼을 하자, 우리가 해보자’ 라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공개결혼 후 다시 한 번 수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들의 혼인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없었지만, 부부임을 알고 있던 의사 덕분에 김승환씨는 보호자로 서명할 수 있었다.
 
동성간 결혼이 인정되지 않아 이성애 부부는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많다.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 가족의 경조사, 보험, 연금, 수술동의 등 성소수자는 많은 차별에 놓여있다. 대부분 평생을 약속하고 사랑하지만 그것을 지키기란 쉽지 않고, ‘평생을 약속하는 그 순간’ 동안만 약속이 유효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매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하며, 비성소수자가 누릴 권리를 성소수자는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5월 25일 서울서부지법은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를 서대문구가 불수리 처분을 한 데 대해 낸 불복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하였다. 대한민국 헌법이나 민법에는 근친혼, 중혼에 관한 금지 규정만 있을 뿐, 동성혼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2016년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원하는 성소수자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동성 결혼은 단지 ‘넌 나의 것, 난 너의 것’의 개념에 그치지 않으며, 관계의 인정이자 존재의 인정 문제를 함의한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소수자이든 소수자의 권리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고, 국가는 언제나 소수자의 입장에서 인권 증진을 위한 결정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성소수자들을 위한 제도 마련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것이며 인권으로서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는 더 이상 인권이 전제되지 않은 찬반 논리로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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