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담마토크] 효록스님과의 퀴어한 인터뷰 : 성 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효록스님 (상담심리학 박사, 불교이반모임 지도법사, 前조계종 사회노동위원)

 

 


최근 성소수자 인권과 종교계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동성애와 이슬람을 적대 삼아 그들의 혐오 섞인 연대를 다시 한 번 다졌고, 충남기독교협의회는 안희정에게 동성애 인권 옹호에 대해 적극 항의했으며, 문재인은 기독교계를 만나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나중을 이야기했다. 가톨릭에서는 “동성애 성향을 지닌 이들”은 가톨릭 신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고 입장을 재차 선언했으며, 한국 가톨릭교회의 경우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암울한 상황 속 한국 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의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올해 신년 기자회견은 마치 메마른 광야 한가운데 핀 유약한 꽃 같았다. 그동안 불교는 다른 종교들에 비해 시대적 화두로 부상한 각종 사회·윤리적 쟁점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이 있어왔기에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환영할 만한 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왔던 조계종은 2014년부터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현안에 대한 교계의 명확한 입장 정리를 위해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불교는 어떠한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불교》 연구를 진행하여 2016년 4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종교계 중 성소수자에 관한 연구로는 최초이며 이는 前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동국대 외래교수, 상담심리학 박사이며 불반(불자 이반모임)의 지도법사인 효록스님의 책임 하에 이루어졌다. 이번 인권포럼 [담마토크] 세션은 효록스님과의 인터뷰로, 위 연구에 관해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그간 성소수자들이 품어왔던 불교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던져 해소하는 자리였다. 성소수자에 대해 불교 경전에서 묘사되는 구체적 사례, 붓다가 어떤 성소수자를 마주했는지 성소수자를 어떻게 여기고 대했는지 등에 관해 효록스님의 사견과 더불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효록스님은 연구의 이론적 배경으로 팔리어 율장을 기반으로 했다. 불교 초기 경전 중 하나인 율장은 출가자의 육체적, 행동적, 생리적, 성(性)적 문제를 주로 다룬다고 한다. 적어도 당대 카스트 제도와 같은 위계적 억압적 분위기에서 남성, 여성, 성소수자, 성직자, 불가촉천민 구분 없이 모든 대상을 출가하게 했다는 것만 해도 가히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도 놀랄 만한 사실이다. 인도불교에서 말하는 성소수자의 일례로 빤따까(paṇḍaka)가 있는데, 다섯 가지 유형으로 대별되는 이들의 사례가 오늘날의 남성간 동성애, 젠더플루이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행위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에 매우 신선했다(사실 이 글에서는 빤따까를 대표적으로 언급하지만, 실제 율장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성 행위의 종류를 다 써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다. 즉, 다양한 성적 지향 및 성적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비롯한 출가자들의 수많은 성 행위 양상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율장은 출가자의 성적 교섭을 반대하고 금지하려는 목적으로 기술되었음을 밝힌다.). 이와 관련해 상가(Sangha, 僧伽) 안에서 출가자의 커밍아웃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을 잘 하지 않듯 승가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사례가 극히 드물다. 다만 스님의 견해로 출가란 곧 성생활을 포기함을 서원한 것이므로 커밍아웃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크게 문제시 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주민등록상 명시된 성별에 따라 비구/비구니로 나누어 출가하여 상가에 입단한다고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해 비교적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서구불교 특히 미국의 경우 성소수자 상가자들의 불교 공동체인 ‘알파벳 상가’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비교하자면 한국 불교계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 진단으로 이어진다. 이는 스님께서 간략히 소개해주신 연구 결과에서도 지레짐작이 가능하다. (주제에 비해 짧은 연구 기간과 비종교적인 연구내용(전체 자료 중 80%)의 배제 과정 등의 난항이 있었음에도) 연구결과의 내용은 ‘고통’, ‘어려움’, ‘갈등’ 정도로 공통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불자 성소수자들이 보기에 다른 종교는 어떠하며 불교는 어떠한지’와 ‘한국 종교계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관심 여부’가 맞닿아 이어진 결과다. 종교에 대하여 성소수자로서 고통과 어려움과 갈등을 겪었으면서도, 연구참여자들은 한국 종교계가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방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져 이해를 넓히고 인정과 포용의 자세를 갖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했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지금까지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효록스님은 조계종 차원의 연구로 도출된 실질적 효과 여부에 대한 질문에 기존에 차별금지법이나 성소수자 문제 관련 이슈가 불교신문 및 타 언론매체 등에 게재되면 항의전화가 빗발친 데 비하여, 이번 연구는 발표 후에도 항의전화가 두 통 정도 밖에 오지 않아서 적극적인 지지는 없더라도 부정적 이의가 없다는 데 있어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스님의 개인적 차원에서는 이 연구가 자신에게 의뢰되지 않았다면 부처님께서 성소수자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을지 아마 전혀 몰랐을 거라며, 너무 많은 앎이 있었다고 평했다. 더불어 교계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하여, 경전의 정신적 부분만 주로 다루어온 스님과 불자들의 무지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스님은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성소수자에게 24시간 개방할 수 있는 명상실과 심리 상담실을 겸비한 센터를 만들고 싶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심리적 괴로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나눌 수 있게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해외이주노동자들 중 성소수자들, 그중에서도 불자들과 법회를 하고 싶다고도 지나는 말로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이 모두 아직 본격적으로 계획을 잡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당장의 구체적인 계획이기 보다 좀 더 먼 미래를 구상 중이신 듯 보였다.

 

나는 동아시아 종교에 대해서는 이해가 그리 깊지 않다. 하지만 이렇듯 소수자들의 삶에 직접 뛰어들어 함께하길 원하는 효록스님의 그간 행보와 신앙인으로서의 자취를 통해, 보다 큰 맥락에서 불교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세션의 처음과 끝을 모두 명상으로 맺어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일부 보수계 그리스도교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와 첨예하게 대립하여 ‘인권’을 결국 표심논리로 좌우하는 정치적 의제로까지 전락시켰다. 때문에 많은 성소수자들은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를 등져 무신론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불교조계종 차원에서의 이러한 연구와 효록스님의 성소수자와의 연대는 우리에게 종교의 의미를 다시금 되찾아주는 사건으로까지 확장하여 이해할 만큼 상징성과 대표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사실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초기 불교 경전(경·율·론) 중 율장만을 다룬 것, 대승경전은 다루지 못한 것, 양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 종교의 의례(cultus)적 차원은 다루지 않은 것 등의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내 욕심이다). 그러나 한국 종교계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관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충분히 조명할 만한,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있어 [담마토크] 세션은 종교에 내비친 비관적 시각을 조금이나마 희망적으로 돌릴 수 있었던 기회이지 않았을까 싶다.


관련 기사  불사연, 종교계 최초 ‘성소수자 연구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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