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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UN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띄우는 공개 항의편지

by 행성인 2010. 3. 2.

 

2009.12.1 HIV/AIDS 인권주간 기자회견 모습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반기문 사무총장님. 전쟁과 기근, 지진과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들을 둘러보고 다니느라 바쁘시겠지요.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환영을 하든, 박수갈채를 보내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10년 1월4일을 기억하십니까? 기억을 못하시겠다면 유엔에이즈(UNAIDS)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십시오. HIV에 감염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강제 출국시키는 한국 정부가 2010년 1월1일부터 관련 정책을 폐지했다는 환영보도가 나와 있을 것입니다. 사무총장님은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결정을 격찬하며 아직까지 에이즈 환자의 입출국을 제한하고 있는 다른 57개국에 대해 차별적인 제한조치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지요.


HIV에 감염된 외국인 입출국 제한조치를 폐지했다고 한국 정부가 그러던가요? 아니면 사무총장님께서 그럴 것이다 생각하고 발표하신건가요? 도대체 한국 상황을 알고 계시기나 한 겁니까? 세계 에이즈 대회에서 에이즈 퇴치, 인권, 차별금지에 대해 연설을 하면 뭐합니까? 정확하지 않은 한국 상황을 가지고 환영성명을 발표하는데. 정말이지 이렇게 수준 높은 코메디를 본 적이 없습니다. UNAIDS의 실수라고 하기엔 이미 물은 엎질러졌습니다.


지난 2월15일 UNAIDS로부터 한통의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1월19일에 보낸 항의성명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UNAIDS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들로부터 얻은 정보라고 했지만 그 결과가 모순된다는 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확인을 위해 유엔에이즈 상임이사의 명의로 제네바에 소재한 주UN 한국대표부에 공문을 발송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실과 다를 경우 HIV/AIDS 감염인들에 대한 규제와 제한들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약속하였습니다.


사실 확인에 앞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10년 1월6일 한국 법무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HIV에 감염되어 출국된 외국인 중 보건당국이 '재입국 부적절'로 판단한 인원에 대해서만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하도록 하여 ‘출입국 규제의 완전 폐지가 아님’을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강제에이즈검사, 사증발급제한, 강제출국을 규정한 에이즈예방법 / 출입국관리법 및 시행규칙, 외국인근로자 민간취업교육기관 운영에 관한 지침 등은 전혀 개정하지 않고 법무부 내무지침만 일부 변경하였을 뿐입니다. 법무부 지침은 극비문서라고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고, 재입국 부적절에 대한 보건당국의 판단기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처럼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심한 나라의 경우 자발적인 검사와 치료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강제출국의 우려 때문에 HIV/AIDS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법무부는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입국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이는 외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을 HIV/AIDS에 더 노출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감염인의 입출국을 통제한다고 에이즈 예방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뿐입니다.


UN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엔에이즈와 국제이주기구(IOM)는 2004년 HIV/AIDS 감염인의 국가 간 여행 규제에 관한 권고안(Statement on HIV/AIDS-Related Travel Restrictions)을 발표하여 외국인 감염인에 대한 입국규제 및 강제퇴거 제도는 HIV가 외부에서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효과적 에이즈예방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HIV/AIDS 감염 사실로 인하여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12년 전, 1988년에 발표한 UN 인권위원회의 「HIV/AIDS와 인권에 관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보면 HIV 감염을 이유로 이동의 자유나 거주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공중위생상의 필요성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고, 여행규제, 입국요건, 이민, 망명절차 등과 관련하여 HIV 감염상태를 근거로 차별하는 행위는 법 앞의 평등한 보호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님. 유엔에서 발표한 내용과도 부합하지도 않는 한국 상황이 과연 환영받을 만한 일을 한 것입니까? 당신이 말한 것처럼 한국이 외국인 입출국을 통제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모범이 되는 나라입니까? 외국인 HIV/AIDS 감염인들의 입국금지, 강제퇴거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의 개선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한국 정부에 보낸 박수갈채를 거두십시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외국인 HIV/AIDS 감염인들을 입국금지 시키고, 강제 퇴거시키는 법과 제도를 폐지할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유엔에이즈가 한국 HIV/AIDS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에게 공문을 통해 약속하였던 “Joint Action for Results"라는 구호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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