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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평가

2010년도 동인련은 달린다.

by 행성인 2010. 3. 29.

- 동성애자인권연대의 2010년 활동계획과 변화 들여다보기 -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정기총회가 열린 2월20일. 총회 장소였던 보건의료단체연합 강당은 26명의 회원, 후원회원들로 가득 찼다. 시작하기 전 회원들이 적게 올까 노심초사했던 긴장감도 19시가 지나면서 누그러졌다. 긴 시간동안 진행되다보니 처음 나온 회원들이나 토론을 좀 멀리하고 싶어 하는 회원들이 딱딱한 회의 분위기 때문에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늘 하게 된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총회를 마치고 습관처럼 그들에게 찾아가 오늘 재미없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다들 괜찮았단다. 정말 내용이 부실하지 않고 들을만했을 정도로 괜찮았던 걸까? 아니면 예의상 괜찮다고 말한 것일까? 나의 부질없는 걱정은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졌다.

 
정기총회는 2009년 활동을 평가하고 2010년 활동계획을 회원들과 논의하는 자리다. 필요에 따라 회칙을 변경하기도 하고 회원, 후원회원들이 함께 다짐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2010년 정기총회는 많은 변화 속에서 준비되었다. 몇 년 동안 사무국장 역할을 했던 활동가 대신 운영회원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어 회칙의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고 회원들을 대표하는 6명의 운영회원들은 총회를 통해 정식 인준을 받았다. 회원들의 박수로 안건이 일괄 통과되었지만 2010년 선출된 운영회원들은 회원들을 대표해 활동의 책임을 위임받은 만큼 회원들을 의지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활동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 민주적인 회원 구조를 만들기 위해

흔히 비민주적인 단체 운영이라고 하면 회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일부 활동가들에 의해 단체가 독선적으로 운영된다라는 뜻일 것이다. 회원들과의 토론을 회피하고 활동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까지 추진한다면 더욱 문제가 된다. 회원과 후원회원을 중심에 두고 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충분히 독선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단체 재정과 회원규모가 커질수록 그 위험은 더 할 것이다. 지금은 비록 작은 풀뿌리 단체라 큰 염려가 되지 않겠지만 투명하고 민주적인 단체운영을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는 첫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총회에서는 우선 운영회원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운영회원들은 회원들을 대표하며 팀활동, 연대활동, 사무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정기적인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활동을 점검하고 계획할 책임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운영회원들은 회원, 후원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보다 철저한 개인 정보 관리를 위해 정보보호 서약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총회 때 회원들이 의견을 제시한 것처럼 서약서 작성은 강제성이 있기 보다는 ‘단체 활동에서 회원정보를 보호하는 것만큼 중요한 활동은 없다’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회원정보 보호는 형식에 그치지 않고 철저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하였다.
회원, 후원회원들에게 정기적인 수입, 지출 보고를 기본으로 하고 회계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회원감사를 두기로 하였다. 운영회원으로 참여하지 않는 회원감사는 년 1회의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책임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팀 활동비 사용 상한제를 도입하였다. 팀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한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팀 활동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하기로 하였다. 정식으로 인준받은 팀은 연 10회, 회당 3만원 미만으로 활동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금액도 동인련 현재의 재정 현실에 맞춘 것이지 충분한 정도는 아니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지원금 정도의 수준이고 그동안 일부 회원들이 개인 사비를 들여 모임을 운영해 왔던 부담을 당장 덜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동인련은 세 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 자긍심팀(활동회원 : 9~12명), 성소수자 노동권팀(활동회원 : 4명), 웹진,포럼팀(활동회원 : 3명) 이 정식 인준을 받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팀으로는 HIV/AIDS 인권팀과 이주노동자 인권팀이 있다. 퀴어문화 세미나를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회원들도 있다. 동인련 회원이라면 누구나 활동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 더 많은 모임들이 단체 내에서 만들어지길 바란다.

 
아직까지 미미하고 부족한 수준이지만 단체 운영의 작은 변화들을 회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계가 투명하지도 않고 활동내용이 회원들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회원들조차 단체(조직)에 대한 매력을 잃게 된다.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매력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조직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단체 내부부터 투명하고 튼튼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총회에서 결정된 작은 변화에 만족하지 말고 회원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2010년, 우리가 주목하고 함께해야 할 주요활동들

첫 번째. 군형법 92조 위헌판결 촉구를 위한 활동

군형법 92조 ‘계간 및 기타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조항은 동성애자 차별, 과잉금지원칙 위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이유로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청구가 제청되어있는 상황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와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9년 위헌법률 심판 청구를 촉구하는 1,500여명의 탄원서와 각계(법조, 인권, 여성, 성소수자)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쥐도 새도 모르게 군형법 92조를 대폭 개정하였다. 2009년 11월 2일 개정되어 2010년 2월 3일부터 시행 중인 이 법은 ‘강간과 추행의 죄’로 새롭게 탈바꿈하였지만 기존에 존재했던 계간 금지 조항은 삭제되지 않았고 오히려 형벌규정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었다. (구 군형법 92조는 92조의 5로 변경되었음) 위헌성이 더욱 명확해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2010년 6월10일 공개변론을 열겠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친구사이와 동인련은 긴급회의를 열고, 6월 공개변론 전까지 군형법 92조의 위헌성과 계간금지조항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을 다시 한 번 벌이기로 합의했다. (의견서 제출, 토론회개최, 탄원서 조직 등) 친구사이와 동인련이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군형법 92조 위헌판결촉구를 위한 활동’은 2010년 상반기 성소수자 운동의 중요한 초점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6월2일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 대응

전국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6월2일로 예정되어 있다. 2010년 상반기는 아마도 야권연대, 반이명박 정서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야당 흠집 내기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역시 ‘진보대통합’ 논의와 함께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경기도처럼 서울에서도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키기 위한 연석회의가 결성되었고 무상급식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범국민본부도 시작되었다. 현재 각 정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거 전략을 보면 민주당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어 민주대연합 - 야권연대의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의 결과는 성소수자 운동을 포함한 모든 진보운동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보적인 후보가 많이 당선될수록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운동도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재정비될 수 있을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도 성소수자들의 선거대응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는 공동공약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커뮤니티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진보정당 내 성소수자위원회가 건설되었던 2004년 이후부터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진보정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도 있고, 2008년에는 주도력을 발휘해 총선후보자들로부터 성소수자 반차별 선언을 조직하기도 하였다.

선거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성소수자들도 유권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집단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보후보가 많이 당선될수록 성소수자 운동의 역할도 커지고, 인권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많아진다. 그래서 후보자 질의응답은 물론 성소수자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고 지역에서 성소수자 인권조례 제정이 가능하게끔 할 수 있는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회의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대응 전략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소수자들의 인권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진보후보를 찾아 적극 지지해보자는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선거대응 전략에 발맞춰나가면서도 때로 각 지역에서 진보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성소수자 커뮤니티 여론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동인련은 최근 서울 진보교육감 추대위원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운영회의 논의 후 청소년 자긍심팀에 참여하는 청소년 회원들의 의견을 최종 수렴하여 결정한 사안이다. 추대위원회에는 현재까지 5명의 후보가 출마한 상황이고 이 중 한 명이 진보후보로 결정될 것이다. 진보교육감이 가져야 할 정책과 가치관을 두고 내부 평가가 이루어질 텐데 과연 진보후보들이 성정체성과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부터 앞선다. 늘 그랬듯이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거나 다른 사안에 밀려 빛도 보지 못하는 건 아닐지 하는 우려도 든다.


그리고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보낼 성소수자 요구안을 만들고 있다. 성소수자 유권자 연대라는 활동까지 연결될 지는 미지수지만 이 요구안이 무시당하지 않고 각 정당들에게 적극 제안될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할 것이다.

 

그 외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대응도 논의되었다.

주요활동계획에 대한 토론 이후 우리는 1년 동안 해야 할 월별 활동계획을 검토했다. 2월 기준으로 작성된 월별 계획표는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2010년 달성해야 할 재정목표를 공유하고 후원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총회 때 다짐했던 마음을 1년 동안 잘 유지한다면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총회에는 2010년 활동을 통해 만날 회원, 후원회원들의 기여로 지금 보다 더 발전된 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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