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기획의 말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행성인 동지 여러분
내란의 밤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판결까지 여러 모로 마음과 몸이 분주하게 보내셨지요?
저희는 지난달 딸내미 손을 잡고 할머니네 식구들과 함께 Moving Up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행사를 다녀보니 ‘이제 우리도 학부모가 되었네!’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5월은
모국의 5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달입니다. 5월은 무엇보다도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 따스함이 너무 좋습니다. 완연한 봄의 기운을 받아 몸의 컨디션도 일 년 중 가장 좋습니다.
모국의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가 오월의 햇살처럼 맑고 활기차게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5월엔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두 분의 은사님을 기억합니다. 석박사과정에서 저를 가르쳐주신 이미형 지도교수님께서 부족한 저를 많이 가르쳐주셨습니다. 강의실에서는 정신건강과 간호의 이론을, 지역사회 현장에서는 필드의 경험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지식뿐 아니라 교수님께서 차별과 낙인찍힌 대상자를 포용해 주셨습니다. 제가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을 때 교수님께서는 “여선생 나는 언제나 여선생 편이야”라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셨답니다. 교수님께서는 당신의 연구년에 미국에서 레즈비언 교수 커플의 집에서 생활하셨던 이야기도 들려주시면서요.
사실 지도교수님께서는 저의 커밍아웃 이전에 이미 알고 계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여러 심리치료 수업에서 저의 마음과 삶을 표현했던 발표를 통해서 말이죠. 단지 저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으셨을 뿐입니다.
또 한 분은 송근숙(미국명 번스타인) 교수님을 기억합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시고 미국으로 건너가셨습니다. 저희 학교에 교환교수님으로 오셔서 저희 박사과정 동기들에게 정신건강 전문간호사(Mental Health Nurse Practitioner) 과목을 강의해 주셨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두 분의 은사님께 저의 근황과 축하의 편지를 드렸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일잔치
올해로 인보가 네 살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생일 축하를 위해 (찰스의 사촌누나와 매형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고모와 사촌오빠가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도로를 보수하고 공사하는 노동자인데 모처럼 휴가를 내셨답니다
인보의 생일 때문에 생일을 맞이하여 찰스 아빠가 분주했습니다. 한 살, 두 살, 세 살 생일 사진을 넣어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한나 고모가 사준 드레스 색에 맞춰 가족의 티셔츠를 살구색으로 맞춰 입고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유치원 친구들의 부모님들과 손님들이 한아름 선물을 해주셨습니다.
장소는 집 근처 작은 수영장이 딸려있는 이벤트홀을 빌렸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수영을 하고 놀았어요. 어른들은 가라오케 노래를 불었습니다.
장만한 음식도 많았고 이벤트홀을 하루 종일 빌려서 점심과 저녁 두 차례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아 하 정말이지 필리핀의 파티 시간은 하루 종일 파티입니다.
아이의 생일 덕분에, 오랜만에 오신 할머니네 식구들과 쇼핑몰과 근처 유람도 다녀왔습니다.
이제 작별의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할머니네 식구들을 버스터미널에서 배웅해 드렸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울먹울먹 하니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요 녀석 버스터미널 앞을 지날 때마다 할머니, 할머니를 불러댑니다.
헤어짐은 슬픈 일이지요. 아이를 달래주기 위해 이다음에 할머니 집에 놀러 가자고 그리고 영상 전화하자고 달래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다녀가신 후 보물 같은 동영상 2개를 얻었습니다. 아이의 8개월 즈음에 할아버지가 얼러주시는 것과 할머니가 기저귀를 갈아주는 짧은 영상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고 자신의 아기 때 모습이라 그런지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그리고 마키 오빠 다음에 또 만나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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