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행성인 성소수자 노동권팀)
2017년에 2명의 파인텍 해고 노동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어요. 이들을 포함해 파인텍 노조를 지키던 사람은 고작 5명 남은 상황이었어요. 이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했어요. ‘고용 승계와 단체 협약을 이행하라.’
5명을 고용 승계하는게 그렇게 어려울 일인가요. 근데 사측은 응답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은 김세권 사장이 응답하기까지 무려 426일을 굴뚝에서 투쟁했어요. 후에 파인텍 투쟁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책을 발간했는데요. 그 책의 제목이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었어요.
요즘 이 책의 제목이 괜히 마음에 콕! 남더라고요.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 동지가 5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거든요. 게다가 현재 한국옵티칼 민주노조를 지키는 사람이 7명 밖에 없어요. 이들의 요구사항도 간단해요. ‘고용승계 하라.’ 어쩐지 파인텍 동지들이 겹쳐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웹진의 제목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에서 따와서 ‘마음은 구미에 있다!’ 로 정했어요.
옵티칼 투쟁 노동자와 연대하는 이유
한국옵티칼은 일본 기업 닛토덴코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구미에 공장을 만들면서 50년의 토지 무상임대부터 각종 세금 혜택을 누렸어요. 18년 동안 17조 이상의 수익도 냈죠. 그러다 2022년 10월에 한국옵티칼 공장에서 불이 났어요. 이때 회사는 아예 공장을 닫기로 결정했어요. 보험금 1,300억만 꿀꺽- 하고요. 이백여명의 노동자가 아무 대책없이 희망퇴직당했어요. 이때 희망퇴직을 거부한 7명의 노동자가 지금까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거죠.
공장이 불났는데 어쩌냐고요? 평택에 비슷한 공장이 있어서 고용 승계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어요. 한국옵티칼에서 생산하던 물량은 현재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에서 생산하고 있어요. 한국니토옵티칼도 일본 기업 닛토덴코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때때로 일손이 부족하면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노동자가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에 가서 작업을 도운 적도 있었구요. 게다가 한국니토옵티칼은 2명의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뒤에도 수십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했었대요. 그런데 노동자에게 평택 공장은 어떠냐는 제안조차, 그러니까 1g 의 마음도 내어주지않은 닛토덴코가 너무 괘씸해요.
고작 7명이라고요. 이들을 평택 공장에 부르지 않는 것은 이들이 평택 공장에 민주노조 깃발 꽂을까봐 무서운거잖아요. 구미에 있던 민주노조를 박살낸 일터가 다른 노동자에게는 안전할까요? 한편으론 매출이 좋을 때는 노동자를 갈아넣어 최대의 이윤을 짜내고, 매출이 좋지 않을 때는 노동자를 손쉽게 쫓아내는 지금의 수많은 일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공장에 불이 났으니 모든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일터에게 ‘아니. 너네에게는 충분히 대안을 생각할 여력이 있었잖아.’ 라고 힘껏 소리치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를 응원할 수 밖에요.
또한, 한국옵티칼 만의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권만 바뀌면 이들의 싸움도 끝날 수 있을까요? 정권이 바뀐다고 일터가 저절로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종호텔 노동자 고진수도 문재인 정권 때 해고되어 지금까지 복직하지 못 했는걸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저절로 일터가 바뀌길 잠자코 기다리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곁에 서고 싶어요. 우리의 일터는 달라져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 회사의 비전과 더불어 노동자의 미래도 존재하는 일터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힘껏 응원합니다.
뚜벅뚜벅 투쟁하는 7명의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들 최고 멋있다!
이번 여름이 오기 전에 박정혜 동지를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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