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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을 준비하며

by 행성인 2010. 8. 5.

 

사실 저는 의료인 출신도 아니고 관련 분야를 공부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보건의료분야에서 일을 해 본 경험도 없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만나면서 ‘동성애=에이즈’라는 편견, 즉 “동성애자 = 무분별한 성행위로 에이즈를 전파시키는 사람들”이라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가 이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성애자 커뮤니티도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동성애자 감염인들은 커뮤니티에서도 차별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왜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까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동성애자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별게의 것일까요? 동성애자와 동성애자 감염인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요?

 

침묵은 죽음이다!

에이즈는 미국에서 1981년 남성동성애자들한테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이주노동자, 흑인, 마약을 위해 주사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성애자들에게도 발견되었지만, 당시 레이건은 가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파 정치인으로 ‘동성애자들이 성적문란함의 결과로 에이즈가 발병되었다.’고 강조하면서 동성애자들을 질병의 원흉으로 낙인찍으며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 무관심했고 보건당국과 에이즈 예방 기구들은 에이즈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동성애를 하지 않고, 건전한 이성애 부부관계만 맺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뿐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에이즈라는 질병은 치료제 하나 없이 계속 확산되어갔고, 에이즈 환자들은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실의에 빠져있는 에이즈 환자들은 ACT UP(Aids Coalition to Unleash Power)을 만들어 침묵은 죽음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에이즈 치료제의 개발과 그에 대한 접근권을 촉구하는 시위를 조직했습니다. 이들의 시위는 곧 무관심으로만 일관해오던 정부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에이즈에 대한 지원과 예산을 이끌어 냅니다. ACT UP의 감염인들은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숨거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인정하고 에이즈를 드러냄으로서, 수치심과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숨기며 에이즈로 죽어간 또는 죽어갈 동성애자들을 위해 소리쳤습니다. 침묵은 곧 죽음이라고.

 

한국의 에이즈 운동 동성애자 운동의 성장과 함께하다!

1987년 4월 최초 감염인이 보고되면서 한국이 내세운 에이즈 정책은 80년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동성연애자들의 질병’으로 말하면서 걸리면 죽는 병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주는 기사들로 동성애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 ‘친구사이’의 발족을 시작으로 동성애자 운동이 커뮤니티에서 사회운동의 일부로 성장한 시점인 1998년에 한국에이즈연맹은 동성애자들을 타겟으로 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동성연애자 감염인 급증’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방송을 통해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업소와 게이 사우나를 보도하며 동성애자에 대한 반감과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이 ‘왜곡된 언론보도와 에이즈 정책에 대항하는 범동성애자 비상대책위원회’(98년 1월 6일 발족)가 조직되고 방송국은 물론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도 찾아가 강력한 항의행동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20여개 단체가 참여한 범 동성애자 상설 연대체 구성으로 이어졌고, 무엇보다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편견에 대응한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동성애운동 내 에이즈

한국사회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다시금 드러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998년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상담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설립된 ISHAP(Ivan Stop Hiv/Aids Project)에서 언론 미공개를 약속하며 받은 1,300여명의 동성애자들의 설문이 한겨레신문 기자에 의해 특종처럼 보도되었습니다. 동성애자들이 받은 충격은 컸고 동성애 단체들은 한겨레신문사 앞 시위를 포함해 즉각적인 대응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공개된 동성애자 대상 설문자료는 파장이 커서 2004년 국감자료로도 활용되어 보건복지부에서는 에이즈 확산 원인에 대한 질문에 ‘동성애자는 한국에서 에이즈의 핵심 고리’라고까지 이야기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2005년 11월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개최한 'AIDS를 바라보는 동성애자의 입장' 토론회에서 동성애 단체들은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에이즈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성애 커뮤니티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성애자 감염인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고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깨는 것이 에이즈 예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활동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4년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활동에 시작부터 함께해 왔습니다. 나누리+에는 인권 활동가, 보건의료인, 동성애자, 감염인이 함께 에이즈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토론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질병으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나고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자신의 건강을 찾을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공급받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배척당하는 현실을 깨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HIV/AIDS 인권지침서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세계에이즈대회에 참가하며 세계 각국의 감염인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에이즈 감염인을 감시하고 격리하려는 에이즈 예방법을 인권 증진과 보호라는 시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에이즈 예방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의원을 통해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감염인이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값이 높게 매겨져 있는 의약품에 대한 강력한 항의 활동도 펼쳤습니다. 그리고 감염인 커뮤니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에이즈에 대해서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이야기했습니다. 퀴어퍼레이드 때 에이즈와 연대라는 참가단을 만들어 거리에서 행진했고, ‘성소수자 에이즈를 껴안다’의 제목으로 종로 이반업소에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포스터를 붙였으며,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한미FTA는 의약품 약가 폭등을 불러오고 이는 HIV/AIDS 감염인들에게 큰 재앙일 수 밖에 없다. - 한미FTA대응 활동 중




여러 활동을 통해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에이즈라는 질병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풀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에 한 발짝 더 다가가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HIV/AIDS 인권팀을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출발을 앞두고 여러 고민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사전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굳이 동성애자인권연대에 HIV/AIDS 인권팀이 필요한가에서부터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돌아보니 에이즈 활동의 경험은 많았지만 더 많은 공감과 실천이 필요했고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에이즈에 대한 진지하고 꾸준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8월 14일 HIV/AIDS 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의 목표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할 예정입니다. 9월에는 성소수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HIV/AIDS 인권운동의 토론회를 열 계획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더 깊은 공감과 풍부한 상상력을 현실의 변화로 이끌 수 있는 실천에 대해 이야기 할 것입니다. 아직 HIV/AIDS 인권팀은 하나의 점일 뿐입니다. 이 점들이 함께하는 여러 사람들과 만난다면 그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며 면은 우리가 함께 꾸미는 실체가 될 수 있습니다.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HIV/AIDS 인권운동에 함께합시다.

 

정숙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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