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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종교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해야 하는 이유? - ‘혐오반대’가 새해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할 이유! -

by 행성인 2011. 1. 10.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해야 하는 이유?
‘혐오반대’가 새해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할 이유!

 

성소수자로 살기가 이다지도 고단했던가?

 

지난 2010년을 돌아보자면 그야말로 ‘동성애 혐오로 얼룩진 한 해’였다는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은 수없이 겪어왔지만, 이처럼 대대적으로 ‘사회적 불편’을 고조시킨 적은 일찍이 없었으니 얼마나 피곤하고 불편한 1년이었는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동성애혐오’는 인권운동가들이 뽑은 올해의 인권 이슈에서도, 성소수자들의 체감 온도에서도 가장 ‘핫’한 주제였다. 물론 우리 말고 동성애 혐오를 올해의 ‘핫’이슈로 선정한 이들이 또 있었으니 바로 ‘기독교인들’이다. 덕분에 우리는 1년간 쉬지 않고 신나게 혐오반대를 외치며 달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앞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크나큰 과제가 놓여있다. 지난 3년간 차별로부터의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도 만들자는 소박한 의도로 ‘차별금지법’제정을 추진해온 소수자들과 인권사회운동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 ‘기독교인들’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차별금지법’으로 호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동성애차별금지법이 무엇이 나쁘랴. 사회적 편견과 낙인 때문에 혐오 받는 대상인 동성애자를 공격하는 것을 통해, 평등과 민주주의로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노력을 막아서려는 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나쁠 뿐이다. 상황이 이러니 ‘동성애차별금지법’으로 호도하지 말라며 목 놓아 외칠 수밖에 없는 동성애자 단체의 눈물겨운 아이러니를 더 많은 이들이 알아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이것 참 유치해서...

 

2010년 5월 27일, 조선일보 하단에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말이냐’는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이하 동반국)의 광고가 실리면서 동성애혐오조장이 슬슬 시동을 거는 듯 보였다. 사실 성소수자들은 이른바 ‘개독교’의 만행에는 이골이 나있기도 했고, 그 광고의 내용이 너무나 유치하고 치졸하여 대응할 가치조차 없음이 자명했지만 우리가 무시한다고 무시될 일은 아니었다. 바로 뒤에 치러진 퀴어문화축제에서 동반국의 망발에 반격을 가하자는 취지의 혐오반대 신문광고 모금부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동성애혐오자’들에게 분노를 표시했다. ‘열림’이라는 혐오반대공동행동모임이 꾸려졌고 9월 13일 한겨레 신문에 혐오반대 광고를 실을 수 있었다. 그 사이 몇 가지 일들이 더 일어났는데, 하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소마미술관에서 동성애자 단체에 공공기관의 장소사용을 불허한 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퀴어영화 <친구사이?>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둘러싼 법정 공방 문제였다. 그리고 한 동성애자의 제보로 교도소에서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인 <인생은 아름다워> 방영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며느리가 남자면 좀 어떠냐’며 담대하게 맞받아친 우리는 그 이후로 서너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동성애 혐오로 일어날 수 있는 실로 다양한 케이스의 사건들 앞에서 여름내 진을 빼야 했다.


2010년 하반기인 9월에서 12월 사이에는 ‘바른성문화를위한전국연합(이하 바성연)’ 및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과 같은 단체들의 혐오조장활동이 노골적으로 극심해지면서 우리는 아침 뉴스를 볼 때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졌을까 걱정하며 가슴이 벌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군형법 상 동성애자차별조항인 계간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고 이 조항의 삭제를 권고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무섭게 참전용사들로 구성되었다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쳐들어가 군대에서 동성애를 허용하면 당장에라도 군 기강이 무너지고 전쟁이 날 것이라며 원색적인 선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에서는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과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배려(?)로 버젓이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 토론회(말이 토론회지, 동성애혐오 궐기대회였다)’가 열리는 소름끼치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이 날 우리는 동성애반대포럼 개최를 규탄하며 국회의사당에서 성소수자 및 인권사회단체, 진보정당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성애혐오를 조장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버젓이 열리는 것은 결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에는 친히 대한민국 어버이들과 참어머니들이 대거 참석하여 성소수자를 향해 폭언을 퍼붓고 지옥불 그림을 들이대며 ‘회개하라!’고 외치는 살풍경을 연출했다.

 

그즈음 조선일보를 비롯한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 우익 신문들에는 반복하여 동성애자를 사회 붕괴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에이즈 전파의 원인으로 매도하는 광고가 게재되었다. 신문지면광고가 얼마나 비싼지 아는 우리는 누가 후원하길래 동성애자인권연대의 1년 사업비를 훨씬 상회하는 수천만원의 광고비를 쉽게 충당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당시 교회들이 거액을 동성애반대를 위한 지원금으로 쾌척하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은 자주 접했지만 말이다. 급기야 이성애자로 ‘전향’했다는 前동성애자가 게이를 단지 ‘불행한 성중독자’로 묘사하는 조선일보 전면광고를 내면서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는 이대로 있다가는 성소수자들의 게토마저 공격받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KBS가 제작, 방영한 ‘취재파일 4321’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수용하고 이해한다는 의미있는 설문 결과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혐오의 대표 격인 이요나 목사와 동행하여 종로 및 이태원의 게이 업소를 촬영하고 찜질방을 몰래 잠입하는 등 상식 이하의 방송을 내보냈다. 자신을 ‘내부자’로 사칭하는 자가 게이 커뮤니티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이 같은 경우는 매우 불쾌하면서도 당혹스러웠다.

 

2010년에 벌어진 동성애혐오와 차별들을 단 몇 줄로 요약하기에는 아쉬울 정도이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열하는 것은 이만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2010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이 사건들이 지배자들이 억눌린 자들에 대한 혐오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준 설명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우리가 앞으로 풀어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통제... 통제... 통제...!  2010년은 혐오사용설명서 그 자체

 

“국가기관으로서 이미지가 걱정되고… 한국에서는 아직 동성애 인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장소 사용을 불허할 수밖에 없다. - 국민체육진흥공단”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소마미술관이 동성애자들에게 장소 사용조차 허락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국가가 나서서 동성애 차별에 앞장설 때 이를 제지할만한 기본적인 제도마저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건에 대한 성소수자 단체의 진정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면서 결국에 당한 사람은 있으나 때린 사람은 없는 억울함만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으니, 모두가 ‘차별금지법만 있었더라면’하고 아쉬움을 표할만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를 통해 국가가 성소수자를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민으로 취급하지 않고,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비정상의 낙인을 이용하여 차별을 고착화하고 통제를 강화하려한다는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친구사이?'에 남성끼리 목욕하면서 애무하고 키스하는 장면, 남성의 성기에 손을 대는 장면 등 청소년에게 동성애에 대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담겼다. 중학생이 이와 같은 동성애 장면을 호기심으로 접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게 좋아지고 결국 자신의 성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

 

필자의 느낌으로는 가슴이 살포시 떨려오는 풋내나는 귀여운 사랑영화인 <친구사이?>가 어느새 ‘동성애를 전염시키는 무서운 영화’가 되고 말았다. 사실 ‘남자끼리 성기 좀 잡으면 왜 안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동성애를 빌미삼은 청소년 보호, 즉 청소년에 대한 노골적 통제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무거운 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미완의 존재라는 해묵은 생각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만나면 청소년의 생각과 자유를 보다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비법으로 재탄생한다. 게다가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어쩐지 동의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방송초반 기획의도와 달리 동성애에 대한 비중이 높아져 교화방송의 의도와 맞지 않아 중간 종영한다.... 이성과 차단되어 동성을 집단으로 구금하고 있는 교정시설의 특수성에 비춰 수용질서 유지에 장애가 되며, 미풍양속에 반한다고 판단되어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40조 제3항을 근거로 이를 중단하게 되었다. - <인생은 아름다워>의 교도소 방영을 중단한 법무부의 답변”

 

어느 날, 교도소에 있는 한 동성애자가 편지를 보내왔다.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의 방영을 돌연 중단해 버렸다는 것이다. 동성을 집단으로 구금하고 있는 교도소에서는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정말 위험한가? 실소를 금치 못하는 부분이다. 다만 이런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국가가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이다. 억압적인 기관을 더 억압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가진 편견과 낙인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국가이다. 여기에서 재소자의 인권은 물론 성소수자의 인권은 일거에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무권리의 존재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 국가의 통제방식이다.

 

이와 아주 비슷한 문제로, 수년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주요한 과제였던 군형법 92조 위헌 결정을 둘러싼 논란을 들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당연하게도) 군형법 92조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리기 무섭게 우익들은 ‘내 아들 군대 보냈다가, 동성애에 전염되어 에이즈 걸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기가 막힌 소리를 하며 국가인권위를 장악했다. 동성애자 때문에 군 기강이 무너질 것이고,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이 없어진다면 자기 아들을 군대에 보낼 수 없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때마침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들은 더욱 기세등등하게 우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분단의 비극이, 징병제의 폐해가, 전쟁의 위험이 어디 동성애자 때문이던가. 아니, 조금 더 직설적으로 군 기강을 해이하게 하는 자가 진정으로 동성애자이던가? 아니면, 보온병으로 전 국민을 웃겨주고, 행방불명되어 한 때 군대도 가지 않았던 어떤 정치꾼이던가? 정작 누가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며 그 아귀다툼 속에 귀한 목숨을 잃는 애꿎은 젊은 병사는 누구의 자식이었던가?

 

지배자들은 동성애 혐오를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써먹는다. 하지만 그것의 일관된 목적은 우리를 손쉬운 방법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는데 있다. 아마 저들은 이 혐오 때문에 얼마만큼의 성소수자가 희생당하고 슬픔에 가득 차 살아간다한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가난과 전쟁을 방치하는 국가에 분노하고 가진 자들에 박탈감을 느껴 울분에 찬 사람들이, 성소수자, 이주민들, 노숙인들 같은 혐오와 낙인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분출하도록 가만 놔둘 것이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 교회가 이렇게 동성애 혐오를 마음껏 분출하고 분노를 조장하는 정점에 서 있다.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해야 하는 이유?”
동성애 혐오반대가 그리스도인의 신앙이 되어야 할 이유!

 

서울 어느 가난한 동네의 작은 월세방에서 십대 트랜스젠더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이, 7대 종단의 종교지도자라 하는 이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나섰다. 소리내어 통곡하지도 못할 비극 앞에서 동성애자들에게 ‘더 죽으라고, 더 삶을 포기하라’는 종교지도자들을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2010년을 보내며 이요나 목사가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썼다. 본인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며, 이 죄악을 어찌 교회가 혐오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강변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말 추악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깊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지배자들이 마음껏 사용하기 위한 혐오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 외에는 어떤 신앙과 성서에도 근거하고 있지 않은 지배자들의 추악한 믿음일 뿐이다. 이 자들의 진심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자본가들에게 너무 많은 규제가 생길까 걱정’하는 데에 머물러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붙여 사람들의 생각을 마비시키고 싶어한다. 그것이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우익 기독교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새해를 맞으며 성소수자를 사랑하는 신은 오히려 ‘혐오반대’가 우리의 신앙이 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추악한 자들을 넘어,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혐오와 낙인 속에 쓸쓸히 삶을 버텨야 하는 이들이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해 준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자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경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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