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두려움. 나의 첫 번째 퀴어문화축제 참석기
제12회 퀴어문화축제 포스터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후기를 써주었으면 한다는 페이스북 친구 분의 글을 보고, 난 아직 그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 설렘으로 또 한편으로는 두려움으로 글을 쓰고 있다
때는 2011년 5월 28일 토요일이었다. 퀴어 문화 축제 때 참여할 부스를 준비하는 것은 21일에 해두어서인지 빨리 부스 설치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를 돕기 시작했다. 어설프고 서투른 도움의 손길 인지라 배우면서 한다는 맘으로 했다. 작년엔 참여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좋지 않아 참여를 못해서인지, 이번 퀴어 퍼레이드는 정말 맘 설레면서 참여했던 것 같다.
부스 설치가 끝나자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과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회원들이 각자 맡은 일들을 했다. 퀴어 퍼레이드 무대엔 ‘게이시대’ 등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했다. 그 공연들을 난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듣는 것만으로 맘은 기뻤고 행복했다. 어느덧 부스 일이 끝나자 난 공연이 계속 진행되는 무대 쪽에서 공연을 즐겼다. 맘이 해방된 듯 신나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정도였다. 공연이 마무리 될 즈음 본격적인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는데, 청계천 광장엔 서울 시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있었다.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듯한 눈길이 있을까, 맘 한켠엔 걱정이 있었지만 동성애자가 범죄인은 아닌데, 하는 맘에 자신감을 가지고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참여하는 순간엔 정말 세상 속에도 우리의 자리가 있어 그 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맘이 뭉클해졌다.
퀴어 퍼레이드가 끝나고 동인련 사람들과 뒤풀이를 하는데 편안한 분위기였다. 내 성정체성을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좋았다. 뒤풀이가 끝나고 난 메인파티 장소인 이태원 펄스로 이동했다. 그곳엔 성소수자 언니들이 축제의 분위기를 각자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 난 지방에서 살아서 아예 펄스에서 밤을 새기로 결정했다. 지하철이 빨리 끊기기 때문이었다. 펄스엔 외국인들도 와서 초대 DJ의 끝이 없는 신나는 음악에 즐거운 시간과 환호성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좀 정신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나기는 했다. 그런데 새벽 4시 30분 즈음에 홍석천님이 펄스에 오셨다. 난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 보았다. 이번 퀴어 퍼레이드엔 왜 안 오셨는지가 궁금했다. 물어보니 참가 신청을 안 해서 못 오셨다고. 요즘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이해했다. 원래는 새벽 6시까지만 펄스에서의 메인 파티였지만, 사실 7시 30분까지 계속 이어졌다. 몸이 너무 피곤했지만 좋은 기분으로 보낸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퀴어 퍼레이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땐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LGBT는 영원하리~” 이 말로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anjelhuman_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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