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모임 후기: 그녀의 인생에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신입회원 모임 프로그램 중
31살 인 그녀. 자신을 부정하던 그녀는 이번이 마지막 사랑일 것이라며 그렇게 여자를 만나왔다. 그리곤 노력으로 남자를 만나 사귀면서 끼를 부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 어쩐지 삶이 허전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남자와 키스를 나누곤 기분이 더러워져 바로 여자와 키스를 하던 그녀는 자신을 올바로 마주하기로 결심을 해보지만, 이반이라는 단어도, 부치나 팸이라는 단어도 몇 해 전에 그렇게 주장하던 마지막 여자가 알려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의 마지막 여자가 아닐 그녀가 세상에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제안을 하나 하였다.
‘언니 동성애 영화 보러 안 갈래?’ 겁쟁이인 그녀는 ‘난 그런 모임 싫어.’라며 수차례 거절한다. 그녀는 매우 대단히 주관적인 귀와 뇌를 가지고서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전 여자 친구의 제발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라는 간접적인 제안을 은근히 받아드리곤 운도 없이 이렇게나 빡센 동인련이라는 단체의 번개를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곤 이상한 안락함을 느꼈다. 어쩌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31년 동안 쌓아온 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방어라 이 무한정 수용 받을 것 같은 감정을 모른척했다. 몇 번의 번개 참석 후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가입을 하였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회원도 아닌 것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어쩐지 자존심이 상했다.
가입을 하고선 다음날 있을 신입모임에 겁쟁이는 혼자 척척 찾아가보았다. 생각보다 누추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이모임. “뭐야? 교회?” 태초에 엄마가 날 낳았고, 아빠가 돈을 벌어왔고, 언니들이 있었을 것이고, 하나님도 안보이지만 어딘가에 계셨다.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알려준 분이 말이다. 그런데 신입 모임을 교회에서 하다니, 음 역시 새로운 세상은 열려버린 것인가?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런 채로 이경님에게 이끌려 아주 유치해서 닭살이 떨어지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행위를 하면서도 웃게 되는 게 어쩐지 유치한 율동을 배우는 유치원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 사회에 들어온 유치원생말이다. 모든 게 어색하기만 한 이 단체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팔딱팔딱 거리며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단체라는 느낌과 동시에 아직은 많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싶어 하는 그녀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게 그녀의 고민은 시작됐고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많지 않은 L들과 친밀해지기 위한 술질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마침표로 모임은 끝이 났다. 그녀가 가진 작은 재능을 어떤 식으로 이 단체에 기부를 해야 할까?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는 미지수이나 그녀는 움직이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숨 쉬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더 이상은 자신을 부정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이렇게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달려들었지만, 인권이라는 것은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당당히 자신을 챙기고 있다. 그녀의 인생에서 새로운 세상은 시작되었다.
토닥토닥_ 동성애자인권연대 신입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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