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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재경의편지조작단

첫 번째 편지

by 행성인 2012. 5. 3.

오랫동안 망설였어. 이 망설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면 끝이 없을거야. 하지만 그 시간동안 내가 생각했던 건 너뿐이었어. 울면서 사랑한다 말하던 나에게 바보같다, 고 말하던 그 목소리와 편지함에 들어 있던 너의 편지, 그 안에 적힌 너의 손글씨, 너의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 어질러져 있던 책상과 침대 위, 부끄럽게 웃던 너의 웃음.


나는 늘 울고 있었어. 처음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깔깔대던 때부터, 아니, 내가 너와 짝이 된 후, 친해지지 못하고 늘 보고만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울음은 어느 날은 기쁜 것이기도 했고, 슬픈 것이기도 했지. 어떤 날은 그 둘을 구별하지 못했어. 나의 울음은 늘 중구난방으로 흘렀어.


너에게 처음 장미꽃을 건네던 날에도 그랬었지. 열다섯밖에 안 된 내가 무슨 생각으로 장미꽃을 샀는지는 잘 모르겠어. 어쩌면 솔직한 마음, 혹은 나의 의지를 벗어난 것이었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주저하면서 꽃을 건넸어. 두근거렸어. 그게 왜 너였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흘렀어. 처음이었어. 누구 때문에 울게 된 게. 너는 알지 못했겠지.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늘 너를 찾아갔던 것 같아. 자석처럼, 나는 너에게로 향하고 있었지. 왜인지도 모르면서.


그때 나에게는, 왜, 라는 물음이 빠진 채로 지냈던 것 같아. 왜 너와 함께 있고 싶었는지, 네 손을 잡고 싶었는지, 싫다는 너를 졸라서 너의 집으로 가고 싶었는지, 왜 너만 보면 눈물이 나오는지. 너와 떨어져 있던 시간에도, 너와 함께 있던 시간에도 너만 생각하는지, 왜 내가 너를 좋아하는지, 왜 너여만 하는지.


넌 늘 내 옆에 있었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대학교로 진학하는 시간 동안,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끈처럼, 내가 만날 인연이라면 엉켜 있다는 붉은 실처럼 너와의 실은 끊어지지 않았어. 하지만 그동안 너에 대해서, 너의 반응에 대해서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너와 사귄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어. 우물속에 비친 달처럼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지만, 어떤 사람도 마음에 남지 않았어. 두근거림과 발걸음은 늘 너에게 향해 있었어.


넌 나와 있으면서 딱 두 번 울었지. 두 번밖에 되지 않아서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야. 내가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하던 날 너는 울었어. 처음에는 서툰 나의 말을 너는 묵묵히 듣기만 했어. 나조차 누군가에게 커밍아웃을 하는게 처음이었으니까, 무척이나 횡설수설했었어. 하지만 고마웠어. 나의 존재를 인정해준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는 무척 많은 술을 마셨어. 결국 첫차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비디오방에 들어갔지. 문을 닫자마자,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너는 울었어. “네가 다른 사람이랑 자는 게 참을 수 없었어.” 라고 네가 말했어. 나는 너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함께 울었던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너랑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던 말을 내뱉었어. 너는 고개를 끄덕였지. 붉은 실이, 내가 여태 슬펐던 마음과 사랑의 마음과 내가 울었던 눈물이 너를 향해 있었다고 말했어.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지만. 그건 내 잘못이었을까, 아니 너무 어렸어. 지금 너를 만났다면 우리는 좀 더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었을거야, 아니면, 아예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 어쨌든 우린, 헤어졌었어. 연애라는 것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라는 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너는 나를 다시 만나고 울었어. 어이없는 이유로 헤어진 지 몇 년 만이었지.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기도, 설레기도 했었지. 너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는 울면서 나에게 말했어. 제발 연락하지 말아달라, 고. 너는 날 힘들게 해, 네가 너무 싫어, 라고.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 연락을 할 수가 없었지. 너의 울음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연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 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이해하는 걸. 그만큼 나는 어리석었지.


그래서 이제야 이야기를 해. 미안해, 뭐가 미안한 거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도 못하겠지만, 미안해. 그 시절, 나에게 환한 빛을 주었던 너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쓸데없는 오기로 너와 헤어지고, 불쑥 연락해서. 나의 마음만 바라보느라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걸 용서해줘.


다시 연락하지 않을 거야. 한 번도 네 부탁을 들어준 적은 없었으니까, 마지막 부탁은 들어줄 거야. 하지만 늘 널 생각해. 사랑이어서가 아니라, 나의 시절의 전부를 네가 가지고 있으니까. 죽는 순간에 읊조리는 이름이 너여도 아깝지 않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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