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성인 후원/무지개 텃밭은 지금

[사무실 이사 완료!] 성소수자 인권 활동이 자라날 무지개 텃밭을 마련했어요!

by 행성인 2013. 2. 7.

- 충정로에서 서교동으로 가기까지

 

장병권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

 

 

2013.01.18(금) : 마지막 짐을 싸다.

 

지난주 12일 이사의 달인(이라 쓰고 잡역부라 읽는다)들이 싸놓은 짐에 컴퓨터와 접이식 테이블, 여러 사무 물품을 오리와 정리하는 것을 끝으로 이사 준비를 마쳤다. 이틀 후면 드디어 이사를 한다. 동자동에서 성북동, 그리고 충정로까지 매번 이사를 할 때마다 그렇지만, 이곳 충정로 ‘슈렉 아파트’에서의 3년은 특별했다. 더부살이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희노애락을 함께 한 곳이어서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했다. 퇴근하며 집에 가는 길, 미리 남겨 놓은 사진을 한 번 더 보면서 앞으로 동인련이 더 잘되게 빌어 달라고, 이곳을 지나며 그저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진 않겠다고 약속도 했다. 서울 곳곳이 그렇듯 언젠간 허물어지는 재개발의 아픔을 겪겠지만.

 

동인련 사무실이 있었던 충정로 아파트


그동안 서울 시내를 전전하면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무실 이전기는 또 다시 봐도 슬프다.  (http://lgbtpride.tistory.com/447) 그러나 ‘실천과 연대’로 회원, 후원인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08년 무지개 깃발과 함께 촛불의 저항에 참여하면서, 2011년 게이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개봉과 회원들의 이야기가 담긴 <후천성 인권 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출간으로 새로운 회원, 후원회원들이 늘어나 2011년 9월부터 동인련 최초로 전임 상근 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니 말이다.

 

2012년, 언제나 필요했지만 체계적으로 모금 활동을 하기위해 ‘재정발전모임’을 꾸렸다. 최소 20명에서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교육장, 엘리베이터가 있어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자는 목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2,000만원의 모금과 200명의 신규 회원, 후원회원 모집은 비단, 넓은 사무실을 얻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더욱 다양하게 엮을 수 있는 곳을 얻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성소수자 인권 활동이 자라는 무지개 텃밭”이란 이름으로, 예쁘고 귀여운 일러스트(작가님! 고맙습니다!)로 리플렛, 배너, 모금함을 만들어 7월부터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무지개 텃밭 활동에서 가장 큰 성과는 9월 후원의 밤이었다. 사무실 이전과 열다섯 살 생일을 맞은 동인련의 생일을 축하하는 “오늘은 후원이夜!”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후원의 밤 기획단의 꼼꼼하고 헌신적인 활동은 “얼마 안 오면 어쩌지?”하는 걱정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동안 거리에서 투쟁의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 단체의 참여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티켓을 손에 쥐고 주변인들에게 모금을 호소하고 단체를 찾아다니며 인사도 드린 여러 회원들 그리고 십시일반 마음과 후원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지개 텃밭 활동을 통해 모금 20,000,000원과 은행정기출금(CMS)을 통해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고 후원금을 내는 회원, 후원회원 200명 조직 목표에서 최종 20,390,465원의 모금과 133명의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무지개 텃밭으로 모인 종잣돈으로 사무실 구하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2012.12.27(금) : 사무실 구하기에 지쳤다. 그러나 인연은 닿나보다!

 

그동안 사무실 구하러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사무실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구나’하는 심정이었다. 분기탱천하며 돌아다녔다고나 할까? 12월 11일 처음으로 사무실을 알아보러 오리와 신촌으로 향한 그날이었다. 웹진에 기고를 하고 있는 박장군님을 만나 사무실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서대문에서부터 합정까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인련에 어울리는 사무실을 봐두었다고 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모든 것이 딱 맞는 곳은 없을 수도 있지만 언젠간 나타날 것이다! 동인련이 고민하는 월세, 장애인 접근, 지역 접근성 삼박자를 맞추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몇 개의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뼈져리게 느꼈다.

 

가만히 있어도 발이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 속에서 회원들과 신촌, 홍대, 망원, 동교, 연남, 당산, 합정, 영등포구청, 망원동까지 이곳저곳 부동산 문을 두드렸다. 30명은 들어가고도 남을 공간에 유리벽으로 별도의 공간이 있는 곳은 엘리베이터는 있으나 휠체어 접근이 안되고, 휠체어가 들어갈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화장실이 반 층 아래에 있거나 주변이 주택 단지여서 무언가 아쉬웠던 곳, 마음에는 들지만 월세가 너무 비싸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곳, 크기도 만족스럽고 휠체어 접근은 가능하지만 위치가 애매한 곳 등 “딱 이곳이다!” 하는 곳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동인련 2012년 마지막 운영회의가 있던 27일 오후, 오리와 연남동 한 곳만 보고 차선으로 생각한 곳 중에 고르자고 결정하였다. 그 후 서교동에도 하나 있다는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며 찾은 곳. 이곳 서교동으로 결정했다. 100만원이 훌쩍 넘어 충정로 사무실 월세의 3배가 돼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2013년 더욱 후원을 착실하게 조직하자는 결심과 함께.

 

 

2013.01.20(일) : 이사의 달인(이라 쓰고 잡역부라 읽는다)들의 멋진 하모니와 인연의 시작

 

이삿날 아침, 서교동으로 향했다. 2일에 가계약을 하고 몇 번이고 이전할 사무실을 찾아서 치수도 재고 교육용 책상은 몇 개가 들어갈 수 있는지 의자는 몇 개가 필요한지 사무 공간은 어떻게 구성하고 창고는 만들 수 있는지 냉난방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의견을 나누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계획을 짜놓느라, 청소는 하지 못하고 이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주사, 감청, 조나단 그리고 파트너인 앙앙과 모여 청소를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사무 공간 한 켠에 창고를 만들려 사둔 앵글을 짜고 한쪽에서는 유리를 닦았다. 청소를 마칠 즈음 오리에게 연락이 왔다. 충정로팀이 이삿짐을 차에 다 올리고 출발한다고 했다. 마치 “이사의 자격” 미션을 수행하듯이 모든 것이 착착이다.

 

이사 준비

도착한 책장을 배치하고 책을 넣고 바닥을 쓸고 닦고 너무도 더러웠던 화장실을 청소했다. 화장실 청소에 던져진 유결과 앙앙은 내게 찾아와 “우리가 무얼 잘못했냐!”며 하소연을 했다. 오후 3시경 대략의 정리를 마치고 서교동에서 상수동으로 차를 마시며 걸었다. 말끔한 새로 지은 건물을 보며 “다음은 저기로 이사하자!”, “먹을 곳 마실 곳이 많으니 좋구나.”, “화방이 근처에 있으니 선전물 사러 고생하지 않아서 좋네.”하며 수다를 떨었다.

 

이날 고맙게도 나영과 홍이에게 연락이 왔다.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에서 동인련 마포 이전을 축하하며 퀴어 밥상에서 모은 후원금을 전달해주었다. 이곳 마포 서교동에서 만나는 끈끈하고 단단한 인연의 시작, 넓어진 사무실만큼 ‘열심히, 착실하게’라는 다짐을 했다.


마레연 후원금을 받으며


2013.01.31(목) : 서교동에서 무지개 텃밭에 활력을!

 

이사 후 처음으로 회의도 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책상과 의자를 배치했다. 케비넷을 구입해서 선전물품, 동인련 각 팀의 회의 자료, 물품을 정리했다. 냉장고 옆에 차를 마실 수 있게 선반도 구입하고 사무 공간과 창고를 분리하는 블라인드도 달았다. 동인련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했었던 날적이를 다시 해야겠다 싶어 노트도 샀다. 그리고 밖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무지개 깃발도 걸어두었다. 화장실 청소용 솔부터 컴퓨터까지 사무실 가득 차있는 모든 것들이 작년 무지개 텃밭 활동으로 마련되었다. 그리고 상근자 사무용 책상을 좋은 걸로 구입하라며 돈을 더 보내주기도 한 회원, 교육장에 놓으라며 스마트폰 여러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를 보내준 후원인, 전자렌지를 사주겠다는 후원인 어렵사리 마련한 사무실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성과 감동이 이어졌다.

 

사무실을 찾는 분들이 볼 수 있게 교육장 한 켠 정성을 보내준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담을 예정이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무지개 텃밭 마련을 위해 보내 온 많은 이들의 정성을 느꼈으면 한다. 자신의 이름 혹은 단체 이름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감동을 동인련과 함께 성소수자 인권 활동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여러 마음을 담아 마련된 이 공간을 소중하게 가꿔나가겠다고 약속한다.

“무지개 텃밭에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인련엔 책이 많아요ㅋ책 넣는 중!안쪽 사무공간


이사가 완료된 모습!동인련 뚱가이버!


지난주 2012년 활동을 평가하고 2013년의 계획을 세우는 운영회원 워크샵에서 교육장 이름을 ‘무지개 텃밭’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3년 “무지개 텃밭에 활력을!”이란 이름으로 후원 조직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지만 다양한 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자긍심팀, HIV/AIDS인권팀 그동안 사업비도 없이 활동해온 성소수자 노동권팀, 늘 즐겁고 신나는 웹진팀 그리고 2013년 시작될 인권교육팀과 인권상담팀과 그외 다양한 팀의  활동을 위해서는 무지개 텃밭에 물도 주고 거름도 줘야한다.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활동을 엮어가고 평등한 사랑! 평등한 권리!를 보다 앞당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회원이며 후원인이다.

 

마음모아 힘모아 돈모아 무지개 텃밭이 만들어졌다.

이제 무지개 텃밭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 서교동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