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꿈 (동성애자인권연대)
그의 납골당에 찾아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과 다름없이 일요일에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에 있는 인천가족공원으로 향한다. 그날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골목마다 한창 피었던 벚꽃들이 한 시기의 끝자락을 알리며 우수수 내 곁으로 흩날렸다.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이미 그의 부재 이후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 육우당을 기억하고 있는 회원들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 그와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사진을 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를 기억한다.
그래서 그와 나의 거리는 참 멀기만 한데도, 가끔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그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같은 지역(인천)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를 떠올리면 언제부턴가 나의 10대도 떠올랐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공간, 비슷한 정체성과 비슷한 고민을 했을 법한 누군가의 죽음은 나의 삶의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육우당을 만나러 가는 날엔 인천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늘 몇 명의 교인들이 함께 한다. 이번에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납골당 안에 들어서면 참 많은 죽음들을 맞이한다. 생을 살다 간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유난히 앳된 얼굴 하나가 보였다. 우리는 그가 좋아했던 담배를 한 켠에서 태우며 그의 예쁜 사진 옆에 무지개 리본과 분홍색 꽃을 달아주었다.
우리는 그에게 기도를 하기도 하고, 때론 말을 걸고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고,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며 훌쩍이기도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에게 말을 걸고 그를 기억했다.
나는 올해 고 육우당 10주기를 맞아, 유난히 그에게 많은 말을 걸었던 것 같다. 그의 납골당 앞에서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올 땐 조금 더 많은 희망을 만들어서 오겠다고, 그때까지 잘 있으라는 말을 전하고 나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그가 좋아했던 담배를 각자 태우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맛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날씨가 좋았고, 우리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리고 봄이 끝나가도 반복되는 삶 속에서 다시 그를 기억할 것이다.
육우당의 납골당에 놓고 온 꽃 (사진ⓒ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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