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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모임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 법정책연구회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3. 10. 22.

인터뷰 한 사람: 이주사, 제이, 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나영정, 장서연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이주사: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입니다. 저희가 웹진 ‘랑’에 주기적으로 성소수자 동아리나 단체를 소개하는 인터뷰 글을 싣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 법정책연구회’를 소개하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드렸어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해 주세요.

 

나영정: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나영정입니다. 타리라고도 해요.

 

장서연: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는 장서연입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의 나영정 상임연구원(왼쪽)과 장서연 변호사(오른쪽)




이주사: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장서연: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2011년 8월에 발족된 연구회입니다. 제가 ‘공감’에서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 분야에 관여한 적이 있었는데, 부러웠던 것이 ‘탈시설정책위원회’라는 연구 모임이 있어서 연구자, 활동가, 변호사 분들이 활동을 하고 있었고, 거기서 또 ‘장애인법연구회’가 결성이 됐어요. 판사, 교수, 학자, 활동가 분들이 참여하셨죠. 그런 걸 보고 성소수자 인권 분야에서도 연구자, 활동가, 변호사가 결합할 수 있는 연구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에는 ‘공감’에서 혼자 성소수자 관련한 법적 문제가 있으면 담당했었는데, 마침 ‘희망을 만드는 법(약칭 희망법)’에도 변호사 분들이 계시고 하니까 제안을 해서 모임을 만들게 됐죠. 이게 2011년 8월이었죠.

 

나영정: 주로 변호사와 법학 연구자들이 모여 결성했는데요. 앞으로 소송이나 재판 대응 준비를 잘 해야 되는데, 준비가 아직 잘 되어 있지 않다,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인권 운동, 여성학, 퀴어 연구자들의 영역도 있지만, 다른 새로운 영역들을 해 보자, 이런 계기도 있었고요. 법학 연구와 더불어 정책 연구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장서연: 모임 명칭으로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요. LGBT라는 용어의 경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또 L(레즈비언), G(게이), B(양성애자)와 T(트랜스젠더)는 다른 개념이잖아요. 마치 트랜스젠더 중에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가 없는 것처럼 얘기될 수도 있고. 게다가 외국에서는 법률적으로 LGBT보다 SOGI라는 용어가 관용적으로 사용된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사실 생소한 용어죠.

 

이주사: 이제 더 널리 알려져야죠. 그럼 지금 활동하는 구성원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나영정: 구성원은 현재 모두 아홉 명이구요. 변호사가 다섯 명, 법학 전공자들을 포함해 연구자와 활동가가 네 명 있습니다. 성정체성도 다양합니다.

 



이주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나영정: 저희 블로그(http://lgbtisurvey.kr/)에도 소개가 되어 있는데요. 가장 처음으로는 2011년 9월 말에 일본의 타카오카 법과 대학의 타니구치 히로유키 교수님을 모시고 ‘일본 LGBTI 관련 법제도와 사회적 현황’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간담회를 가졌어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결성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공동 주최하게 됐습니다. 법률과 관련하여 일본의 현황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 후에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가 첫 학술 대회를 공동 주최하면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었어요. 그때 저희가 발표를 하게 되면서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했죠. 판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법정책연구회를 알리고, 그 동안 진행된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고, 그 이후에는 성별 정정 사건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고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2012년 하반기는 내내 성별 정정 사건을 준비했습니다. 2012년 12월에 서면 접수를 했고요. 주로 해외 판례들을 공부하고, 요그야카르타 원칙들을 국내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 국내 법률과 어떻게 연관시킬지, 이런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한 축이 진행되고 있었고, 다른 한 축으로는 연구회가 결성된 것을 기회 삼아 기획 소송을 진행하게 됐죠. 소송에 참여하실 분들, 신청인들로 연령대가 다양한 다섯 분이 모이면서 소통을 시작하고 서면을 쓰기 시작했어요. 정말 넓은 범위를 다루었던 것 같아요. 해외 판례 조사부터 의학적인 것, 건강, 젠더 이론, 퀴어 이론, 이런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공부해야 했어요.

 

장서연: 그때 어려웠던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에 의료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도움을 주실 분들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세계성전환자보건전문가협회에 의뢰해서 의견서를 받았죠. 의료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의료적으로 맞지 않다는 거죠. 국내에서는 국제법학 교수님, 헌법학 교수님, ‘살림’ 등 여러 분들의 의견서를 받아 제출했고요. 우리는 사실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패소하면 항고, 재항고하고, 그러면 몇 년 걸리거든요. 그런데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에서 바로 된 거죠.

소송 사건에서 법원은 법적 안정성 또는 구체적 타당성, 이 두 가지 기준에서 바라봐요. 법적 안정성을 봤을 때는 보수적으로 가는 거죠. 구체적 타당성의 경우에는 그 기준이 개별적 상황에 정당한가를 봐요. 이 사건의 경우 구체적 타당성 부분에서 현재의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나영정: 그런데 한계도 있어요. 개별적으로는 성별 정정이 허가됐지만, 기준 자체는 바뀌지 않는 거예요. 이 기준 자체가 문제인 것은 입법으로 해결해야 되는 거죠.

 

장서연: 사실 이 사건으로 결정문이 나온 것은 아니에요. FTM(Female-to-Male) 사건이기 때문에 MTF(Male-to-Female)에 대한 판단은 못 받아 본 거죠.

 

이주사: 부족한 점도 있긴 하지만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나영정: 우리가 대법원까지 간다고 생각했을 때 기대했던 것은 대법원 판례가 바뀌면 기준이 바뀐다는 것이었어요. 기준을 바꾸기 위해서 내가 하겠다, 라고 의지를 보여 주신 분도 계셨고요. 그런데 1심에서 바뀌면 기준은 그대로 남고, 신청인들만 개별적으로 바뀌는 거잖아요. 하지만 빨리 되면 당사자들의 인생이 법적인 부분에서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고, 그게 절실한 거죠. 사실 우린 1심에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법원까지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인데, 개인에게 있어서 사건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장서연: 신청인 분들이 신청하면서 서류를 내야 하잖아요. 인우보증서라든가, 진단서, 확인서 등등. 인우보증서(특정 사실에 대하여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증명하는 서식)를 받는 과정에서는 트랜스젠더로서 커밍아웃도 해야 하고요. 이런 문제부터 시작해서, 막상 법원에 들어가니까 이분들의 삶에 큰 파장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라게 되기도 했고요. 신청인 중에 취업하셔야 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건강상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빨리 수술해서 성별 정정하는 게 어떨까, 갈등하고 고민하는 분도 계셨어요. 그렇게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분은 자궁 적출 수술을 할 때도 굉장히 위험했었고, 후유증이 있었기 때문에, 1심 결정만 받아 보고 생각해 보자, 했던 것인데, 당사자 분들에게는 너무나 다행히도 1심에서 바로 받아들여졌던 것이죠. 또 기획 소송과는 별도로 2012년 6월부터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나영정: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프로젝트는 제가 반상근 근무를 하게 된 계기였어요. 원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에 상임연구원 제도가 없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담당자가 필요하게 됐죠. 이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주년 기념 사업으로서, 20주년 이후의 비전을 세우는 데에 그 근거를 부여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LGBTI 커뮤니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불편하다고 느끼는지, 이런 근거를 가지고 커뮤니티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 조사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에 발주하게 되었죠.

 

장서연: 우리가 법안 운동을 할 때, 파트너십 법안과 같이 이론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한국 LGBT 커뮤니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법정책 관련해서 아무런 근거, 기반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가 꼭 필요하겠다, 우리 커뮤니티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런 생각을 했죠.

 

나영정: 이 프로젝트가 L(레즈비언), G(게이), B(양성애자), T(트랜스젠더), I(간성)를 아우르는 거니까 이 데이터가 공유돼서 연구자 분들이 각자 관심 있는 부분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심층 인터뷰, 포커스 집단 인터뷰를 했어요.

 

이주사: 설문 조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이 되나요?

 

나영정: 10월 17일부터 한 달 정도 진행하게 됩니다. 기본은 온라인 베이스이고요. 1천 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장서연: 이게 LGBTI를 다 아우르는 것이고, 또 처음이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요. 설문 문항은 외국 자료들 보면서 작성해서 결과가 나왔을 때 외국 통계랑 비교도 가능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이주사: 처음이라 광범위한 다방면의 조사가 될 텐데,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그러면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나영정: 지난 3월에 성기 성형 없이 성별 정정을 허가한 결정이 발표되고 나서 문의가 쇄도했어요.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설명을 하는 자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친구사이 사정전을 빌려서 설명회를 개최했거든요. 그런데 FTM 트랜스젠더 분들 40여 명이 오신 거예요. 그 광경을 뒤에서 봤는데, 대머리 아저씨, 흰머리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아기 피부의 20대 소년까지 뒤섞여서 앉아 있는데, 그게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그분들의 열망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떡케이크 해오신 분도 있었어요.

 

이주사: 이제 선례가 있는 거니까, 뒤에 계속 신청을 해서 성별 정정을 하신 분들도 계시겠네요.

 

나영정: 네, 그러고 나서 서부지법에는 30명이 신청을 했고, 부천지원에서는 동일한 조건으로 몇 건을 통과시켰어요. 서울가정법원도 그렇게 하겠다고 얘기를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서부지법에 30명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법원장이 결정문을 쓰겠다고 했고 법원 내부에 연구회를 만들었어요.

 

장서연: 서부지법에 성소수자 인권 연구회가 만들어진 거예요. 결정문을 쓸 수 있게 연구하자는 것이죠.

 

나영정: 문제는 결정문이 아직 안 나와서 30명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주사: 법원 차원에서도 대법원 지침 변경을 요구할 수 있지 않나요.

 

나영정: 네, 제안을 할 것 같아요. 또 MTF(Male-to-Female) 트랜스젠더 중에서 성기 수술을 안 하신 분들, 미성년 자녀가 있으신 분들도 상담하셨고요. 최근에는 생식 능력 제거를 안 하셨는데 성별 정정을 하고 싶다는 분들과 만났어요. 지금 내가 왜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있으신 거죠. 그런데 사실 지금도 법원이 너무나 어렵게 한 걸음을 뗀 거라서 준비를 잘 해야겠고요. 생식 능력 제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 되는 거거든요. 미국, 유럽에서도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서 이런 요건들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는 이제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길게 봐야죠.

 

장서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는 성전환법에서 성기를 변형하고 생식 무능력을 초래하는 수술을 무조건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권리와 신체적 완전성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어요. 우리는 아직 성기 성형 수술을 요구하지 않는 데까지만 간 거고요. 그런데 생식 능력 제거 요건도 왜 없어져야 하냐면, 성기 성형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FTM 트랜스젠더 중에서 자기의 건강과는 상관없이 일단 자궁 적출 수술까지는 빨리 해야겠다, 하면서 마음이 급해지는 분들이 있는 거예요. 결국 이런 요건이 원치 않고 의료적으로도 위험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하게 되는 거죠. 현재 기준이 되는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주사: 맞아요. 물론 개인마다 다르겠고, 원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나영정: 의료적으로 필요하고 원하는 거랑 법적인 것을 완전히 분리해야 해요. 지금은 선택권이 없어요.

 

이주사: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서연 회장님은 언제가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나요?

 

장서연: 저는 성별 정정 사건 결정을 받고 나서 법원에서 당사자들, 변호사들이 함께 기념 사진 찍을 때가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어요. 결정문 받으러 갔을 때. 그때가 제일. 그러고 나서 축하 파티를 했었죠.

 



이주사: 해외에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관련 법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단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이런 법·정책 운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영정: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 관련해서 법률 단체들이 기획 소송을 오래 준비한 선례들이 많이 있잖아요. 류민희 변호사님이 준비하면서 많이 소개해 줬는데, 그런 경험들, 또 법률가들이 서면을 잘 쓰고 논리를 잘 개발하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운동과 분리됐을 때 힘들어지는 지점도 있고요. 또 법률적인 싸움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논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사정, 즉 구체적 타당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준비도 필요해요. 동성 결혼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미국에서도 동성 결혼 운동의 이미지는 보수적이었어요.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만요. 그런데 그 구체적인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성별 정정 사건과 같은 구체성과 타당성, 이런 것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여전히 괴리는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성별 정정 사건의 경우에도 법원이 선처를 베풀었다,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가 기준에 도전하는 주장을 했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단순하지 않은 문제구나, 복합적인 문제라는 걸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운동사에 대해서 흥미롭고 관심이 있는 것처럼 법률적인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누가 개입하고 어떤 사회적 조건이 발현되는가를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개입할 수 있게 장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서연: LGBT 법률 단체 중에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곳으로 Lambda Legal(Lambda Legal Defense and Education Fund), GLAD(Gay & Lesbian Advocates & Defenders) 등이 있는데요. 제가 ‘레인보우 라이징 심포지엄’이 개최된 하와이에 갔을 때 Lambda Legal 소속 변호사를 만났어요. 그런데 미국은 공익법 단체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으로 특화, 분화되어 있어서 제가 동성애자 난민 사건, 성전환 사건 등을 한다고 하면 놀라워하죠. 미국에는 LGBT 난민 법률 단체도 따로 있어요. 여성 단체들도 굉장히 분화되어 있죠. 여성 스포츠, 여성 군인 등등.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더 분화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실태 연구 조사부터 열심히 해야죠.

 



이주사: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뭐가 있을까요?

 

장서연: 어려운 점이요? 돈이 없어요. (웃음)

 

나영정: 그래서 저희가 후원자들을 조직해야 하나,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우선 체계가 잡혀야 하잖아요. 변호사, 판사들의 후원을 이끌어 내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요.

 

이주사: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 법정책센터, 이런 것이 있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네트워크 역할도 하면서, 법률 상담도 할 수 있고. 자원 측면에서는 대중들의 후원도 중요하고, 법조계 쪽에서 나오는 후원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장서연: 사실 10년, 20년 지나면 LGBT 변호사회, 이런 것 만들어서 후원 모금을 조직하는 건 어떨까 해요.

 

나영정: 가볍게 움직여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주사: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굉장히 바쁘실 텐데, 그래도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를 통해서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 마음 속에 담아둔 프로젝트, 그런 것이 있을까요?

 

나영정: 일단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요그야카르타 원칙에 대한 해설서예요. 국내 상황과 연관을 지어서 이게 무슨 원칙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나라에선 어떤 법과 연결되는지, 국내적 해석을 하자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한편으로 고민으로 남아 있는 건, 사회적으로 성소수자 권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원색적이고 원초적이고 강렬하고 선명하잖아요. 자기가 싫다고 얘기하고. 한편 지지하는 쪽에서는 당사자 아니면 유엔 얘기밖에 안 해요. 그 사이 간극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국내에서 법, 정책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힘들죠. 한국적 상황에 맞게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이성애도 성적 지향이다, 시스젠더도 성별 정체성이다, 라는 의미도 있어요. 이게 일반, 이반의 문제가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인권의 영역이라는 걸 설득할 수 있는 언어가 됐으면 좋겠어요.

 

장서연: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하고 싶습니다. 또 법률 단체는 운동 단체를 뒤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성 결혼 소송이 진행되게 되면 잘 이뤄졌으면 좋겠고요. 이후에는 한국 상황에 따라 또 할 일들이 생기겠죠.






이주사: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나영정: L(레즈비언), G(게이), T(트랜스젠더), I(간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하지만 성별 정정 사건을 하면서 압축적으로 밀도 있게 함께 학습하고 고민했고, 그게 되게 좋았어요. 일단 저는 멤버들이 좋고요. 다들 바쁘고 좋아요. (웃음)

 

이주사: 마지막으로,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랑’ 독자 분들께 한마디 해 주세요.

 

장서연: 저희가 이번에 설문 조사를 처음 하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을 수도 있지만, 애정을 가지고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에 의견 묻는 것도 있는데, 법·정책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씀 남겨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나영정: 설문 조사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 법정책연구회 홈페이지: http://lgbtisurvey.kr/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프로젝트 소개: http://lgbtisurvey.kr/2

[보도자료]기존 성 제거수술 했다면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 가능: http://lgbtisurvey.kr/7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프로젝트 홍보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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