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모든 게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많은 게이들은 스스로를 여성화시켜 지칭한다. 트랜스가 아닌 시스젠더 게이임에도 섹스 포지션에 관계없이 자신뿐 아니라 친밀한 상대방을 ‘벅찬 년’, ‘웃기는 년’, ‘보갈 년’이라고 부른다. 그럴 때마다 시스젠더 레즈비언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그 말들은 언어 사용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쾌하거나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었고 함께 깔깔거리며 웃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답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여성의 날을 맞아 준비한 특집호에서 게이들의 대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화자적 언어 사용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가 들어본 적 있는 언어 사용에 한해서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게이들의 여성화자적 언어사용은 자기 희화화의 성격을 띤다. 자기 희화화란 자신의 외모나 성격, 또는 자신이 겪은 사건이 의도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거나 풍자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풍자는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인데, 왜 게이들은 자신들을 여성에 빗대어 표현하게 된 것일까?
흔히 듣는 가설은 사회적으로 남성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과 게이 자신의 지위를 동질화 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교처럼 들리는 여러 종류의 ‘~년’은 물론이거니와 성매매 여성을 낮게 보고 이르는 말인 ‘갈보’에서 변화된 ‘보갈년’의 사용은 그렇게 ‘퀴어(Queer)’가 동성애자 자신을 지칭하게 된 것 같은 역사를 품고 있을 수도 있다. 퀴어(Queer)는 ‘이상한, 괴상한’을 의미하는 단어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를 얕잡아보며 부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정상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 자신을 이상한 사람, 퀴어라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게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이 ‘여자’같다며 놀림을 받았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런 배경을 놓고 보면, 어쩌면 비슷한 맥락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순간적으로 불쾌감이 들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남성이 발화했기 때문이다. 게이라도 남성으로서 교육받고 자연스럽게 남성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사람들이 여성비하적인 언어를 발화한 것이다. 둘째로 우스꽝스럽게 여겨지는 지위에 나 자신이 놓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화화되어 유머를 위해 빗대어지는 대상이 내 정체성에 해당되는 것이 불쾌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이성애자 사이에서 서로를 농담처럼 ‘호모’나 ‘애자’라고 부른다고 할 때, 동성애자들과 장애인이 불쾌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하지만, 불쾌감으로만 끝나지 않고 답답했던 것은 실제로 그들이 여성만큼이나 차별받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뮤니티 문화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소위 먹물이 들어,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현상을 바라보려고 하기 때문인가 싶어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글이 마무리로 향하고 있는데도, 역시 어떻게 결론을 내어야 할 지 조심스럽다.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는 것을 부탁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지,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웅에게 같은 기획으로 글을 의뢰했는데, 웅의 결론이 궁금할 뿐이다. 화두는 던져놓고 무책임하게 마무리하는 것 같지만, 평소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댓글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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