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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가족

[2015 LGBTI 인권포럼] 결혼과 가족: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by 행성인 2015. 4. 8.

오소리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지난 3월 21일, 2015 LGBTI 인권포럼 <우리는 원한다>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가구넷)는 ‘결혼과 가족 :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는 ‘동성애 동거 커플 연구를 토해 돌아본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동거 실천과 가족’ 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본 글은 위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성소수자들은 자기 정체화를 통해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인지한다. 그렇게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인지한 사람들은 성소수자로의 삶과 정서적·경제적 자립 공간을 확보해간다. 그 후 만나게 된 동성애 커플은 생활을 같이 하고자 하는 생활 공동체에 대한 욕구, 그냥 오래 같이 살 수 있는 동반자에 대한 필요성, 짧은 연애에 대한 회의감 등을 계기로 동거를 결정하게 된다.

동거를 하게 된 커플들은 가사 노동과 경제 운영에 있어 결혼한 이성 커플들과 거의 같은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성 커플들과 달리 동성애 커플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먼저 동성애 동거 커플들은 그들의 직장, 가족, 그리고 반려자의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에 있어 언어의 부족과 명명의 모호함이 발생한다. 그들을 단순히 애인이라고 했을 때는,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의 수준이 아니며, 사귀는 사이로 끝나는 게 아닌 같이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된다. 보통 LGBT 커뮤니티에서는 파트너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 또한 너무 비성애적이고 공식적인 느낌을 주어(실제로 사업파트너, 실무파트너란 말이 많이 쓰이듯이) 이성애자들에게는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즉, 남들에게 소개할 때 지칭할 마땅한 언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 동거 커플은 이성애 커플들이 갖는 상견례 후 결혼식 같은 ‘절차’나 결혼식 같은 ‘의례’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욕구를 해소 시켜줄만한 ‘이쪽’만의 절차나 의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제도의 부재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다 보니 이들은 틈새를 이용한 안전장치 구축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별 혹은 한 쪽의 죽음으로 종료된다. 이 중 한 쪽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경우 동성애 동거 커플은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 한다. 이때를 대비하여 유언장을 미리 씀으로써, 자신이 죽은 후 반려자에게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최대한 막을 수 있게 준비한다. 또한 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에 대해 인정을 받기 위해 지지 관계망을 구성하기도 한다. LGBT커뮤니티 내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공동체를 형성하여, 공동체 내에서 몇 주년을 기념하는 식으로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자 한다.

 

현재 법, 제도적으로 그들의 관계는 등본 상으로 ‘동거인’이 최선의 상태이다. 이는 명확히 법, 제도 상의 차별이다. 기존의 혼인 제도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제도에서의 배제는 차별이고 이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동성혼 제도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동성혼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존재하지 않았던 선택지를 삶의 내러티브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개인들의 욕구가 운동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보니, 기존 커플들의 경우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게 되고, 이는 운동 조직화의 어려움으로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는 것은 기존 커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삶의 내러티브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구체적인 개인들의 욕구를 찾아 운동에 반영하는 것이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이라는 단일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성소수자들이 평등하고 다양하게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연대 단체입니다.

가구넷에서는 기존 커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커플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내용은 차후 가구넷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공유할 예정입니다. 그 사전 작업으로 현재 가구넷에서는 커플 인터뷰에 응해 줄 커플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성소수자 커플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관심 있는 커플 당사자 분들은 아래 이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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