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언니네트워크가 마련한 이야기방 <그 페미니스트 참 퀴어하다>는 3월 21일 LGBTI 인권포럼 두 번째 섹션이었다. 60명 가량의 청중들과 함께 1시간 40분을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고민한 자리였다. 물론 나는 한마디도 안 했지만… :-P
여성운동단체이면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도 결을 같이 하고 있는 언니네트워크의 위치는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 참 독특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아마 나 말고도 단체 밖 사람들 중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녀들도 단체의 위치를 알고 있었을 터, 이야기방은 세간의 시선에 대해 언니네트워크의 입장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나기 님의 발제는 일련의 물음들, ‘언니네트워크는 여성운동 단체이면서 왜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가? 언니네트워크는 레즈비언 단체인가?’에 대한 응답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언니네트워크의 입장은 간단하다. 언니네트워크는 여성주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말하는 운동이 언니네트워크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언니네트워크는 그런 실천 활동을 다양하게 해왔다. 이들은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며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정상 가족 틀 안에 가두는 작업이 이혼 가족, 동성가족, 비혼 여성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주장하며 여성가족부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2005, 언니네트워크 성명서, 여성가족부에 반대한다). <프로젝트 부치웨이>, <정상가족관람불가> 전시와 퀴어 트럭은 레즈비언 섹슈얼리티 재현의 문제를 고민한 행동이었다. 페미니즘캠프와 <징검다리 여성운동> 1 은 회원들과의 꾸준한 소통으로 언니네트워크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한 결과였다.
이후 언니네트워크 전(前)운영위원이자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이기도 한 더지 님의 발제가 이어졌다. 지난 언니네트워크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운동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 이루어져있었다. 더지 님이 제안하는 여성 퀴어 운동상은 언니네트워크의 운동이 향후 성소수자 운동계에 더 풍부한 논의와 실천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 더지 님이 생각한 방향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여성퀴어의 프레임에 맞춰 생각해보는 것이다. 여성을 고정핀으로 하되 여성 성소수자 내부의 차이를 바탕으로 페미니스트 정치를 활성화 하고 확대하자는 요지이다. 둘째, 여성운동과 적극적으로 관계 맺는 것이다. 한국 여성단체연합 (이하 여연)이 지난 3.8 여성의 날 무지개 농성단에게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여한 사실은 성소수자 문제가 성평등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언니네트워크는 이를 여성 성소수자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여성 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성소수자 운동과 커뮤니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 지식을 만들고 확산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성소수자의 삶을 해석하고 차이를 이해하고 운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지식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가? 흥미롭지 않은가? 참여자들의 질문과 의견들이 이어졌다. 크게 요약해보면, 그때 나왔던 이야기는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언니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성 퀴어 운동을 다시 활성화 시키는 구심점이자 성소수자 운동과 여성운동을 동시에 강화시키는 단체로서 언니네트워크의 행보를 기대해볼 수 있는 섹션이었다.
- [징검다리 여성운동]은 언니네트워크와 관련된 여성운동의 역사와 흐름, 주요한 변화들을 2차례에 걸쳐 듣고 배우고 살펴보면서, 언니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현재의 질문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언니네트워크 설명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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