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종원(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사진: 마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3월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천주교 인권위원회 후원의 밤 행사에서 '무지개 농성단'이 제4회 이돈명 인권상을 받았다.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에서 농성을 진행했던 무지개 농성단이 "지난 연말 서울시청 본관 로비에서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며 양보할 수 없는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일깨워 줬다"고 강조했다.


무지개 농성단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단체, 인권 단체, 개인 등으로 구성된 농성단이다. 이들은 2014년 말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거부한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 맞서 12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청 로비에 농성장을 차린 바 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측은 "무지개 농성단이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고 폭넓은 연대로써 이를 넘어서고자 했던 활동이 많은 시민들의 의식을 환기시켜주었고, 이후 우리 사회와 인권운동진영이 차별과 혐오에 맞서가야할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지개 농성단'을 수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무지개 농성단이 "인권이 숨쉴 수 있도록 서울시민인권헌장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보고자 노력했고, 향후에도 인권침해와 혐오에 맞서나갈 무지개 농성단이 '법이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일 수 있다'는 故 이돈명 변호사님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지난한 분투를 이어갈 이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故 이돈명 변호사는 인권과 민주화 실현을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법조인으로, 천주교 인권위는 고인을 기리는 의미로 지난 2012년부터 이돈명 인권상을 제정해 활발한 인권 활동을 벌이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돈명 인권상 수상 소감


장병권(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이돈명 인권상 시상식이 있던 날 동성애 혐오 조장 세력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버젓이 ‘탈동성애 인권포럼’을 열었습니다. 성적지향을 바꾼다는 소위 ‘치료’는 의학적 정당성도 없거니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한다는 보고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그저 ‘인권’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대관을 허락한 모양입니다. 보수 기독교의 기반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이 ‘신앙’과 ‘상담’이란 이름으로 동성애는 비정상이니 성적지향을 수정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탈동성애’ 국제단체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동성애자들에게 사과하며 단체 운영을 마감했습니다. 이런 단체의 운영자들이 나중에 다시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코미디도 수두룩합니다. 성적지향을 보장해야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들에게 놀아난 꼴이라니 이미 무자격 인권위원장에 반인권적 인권위원 선임으로 국제적 망신을 받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치욕의 훈장을 하나 더 달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2007년 차별금지법 정부안 마련, 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당시 혐오와 증오를 퍼트리는 반인권 세력들을 마주해왔습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반인권의 목소리를 가득담아 퍼트리며 해당 법, 조례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의한 차별금지 조항을 넣지 못하게 애써왔습니다. 성소수자들은 2011년 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의원회관을 점거하며 서울시민들의 주민발의로 완성된 서울학생인권조례 원안을 통과시키는 투쟁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은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또 다시 혐오 조장 세력들을 마주했습니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욱 조직화되어 있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을 모욕했던 세력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놀랄 수 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인권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의 민낯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찬반으로 논하며 혐오를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처참한 순간을 목도했습니다. 더불어 선출직 공직자이자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목사들을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며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립니다. 죽어라하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성소수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도적 보장이 전혀 없는 성소수자들에게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인권’이었습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를 내걸며 2014년 12월 6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선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무지개 농성단은 점거 농성을 시작했고 부족하지만 서울시장의 사과를 받고 12월 11일 6일간의 농성을 마무리했습니다.

농성 기간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서울시청 로비를 가득 채웠습니다. 지역에서 달려온 성소수자, 미안하다며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 분노와 재치를 담은 피켓을 들고 찾아온 사람들이 한 가득 모여 울고 웃고 분노하며 엿새를 보냈습니다. 90일 넘게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에서 투쟁하는 이창근 동지가 한 말처럼 ‘한국 인권의 베이스 캠프’의 역할을 하며 살아있는 인권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은 진보의 리트머스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했습니다. 정당, 노동, 인권, 장애, 종교, 교육 등 나열하기 벅찰 정도로 300곳이 넘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지와 연대의 발걸음이 닿았습니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농성 기간에 보내주신 참여와 지지 그리고 연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지개 농성단은 해산 이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 활동을 위임했습니다.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인권 증진 활동, 성소수자 혐오 대응 활동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 지지 세력을 넓히는 연대의 큰 틀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중 올해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ophobia, Transphobia & Biphobia _ IDAHOT day)을 맞이하며 5월 16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의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대한 저항의 무지개 한마당을 만들 것입니다. 버스와 열차를 타고 평등과 저항의 희망을 품고 모일 성소수자들을 반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이 날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응하며 안타깝게 먼저 간 우리의 친구들을 기억하고 평등한 세상을 약속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많은 참여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미국 기독 장로교가 교단의 헌법을 개정하며 교회 내 동성 결혼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3년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로 하느님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판단(단죄)할 수 있겠는가”라며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교회에서도 불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의한 차별 없는 평등한 무지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돈명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무지개 농성단을 비롯해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은 기뻐했고 그리고 큰 위로가 되었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인권의 암흑 시대에 스스로 옥고를 치르며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셨던 고인의 뜻을 새기며 더 넓은 연대와 실천의 가치를 지키며 활동하겠습니다. 고 이돈명 변호사님과 천주교인권위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비롯해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에게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참으로 소중한 곳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투쟁부터 성소수자 인권의 중요한 순간에 천주교인권위원회의 든든한 연대를 기억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올곶게 세우고 지키는 투쟁의 현장에서 무지개 깃발과 함께 만나겠습니다.





이돈명 인권상 수상 소감


안영신(즐거운교육상상)


시청 농성 기간 동안 잠도 못자며 피말리는 심정으로 고생한 농성 기획단 식구들이 계신데 제가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공동 수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성애자로써 성소수자 관련 사업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제안했고 높은 순위로 선정이 되었음에도 교계의 반발에 결국 예산 불용되어 지금까지 계속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 더욱 빡세게 맞서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 함께 수상의 영광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에게 시청 무지개 농성의 의미는 인간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는 것과 절반의 승리지만 우리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겨준 것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고 확인하면서 자긍심을 만들어 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연대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교육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제 갓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에게 인권의 의미에 대하여 많은 성찰을 하게 했던 장이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투쟁의 현장에서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 냈던 시청 농성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은 천주교 인권위에서 주는 상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 때 동성애 영화제를 주최하면서 지역에서 처음 만났던 게이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이는 카톨릭 신자였습니다. 카톨릭 신자였던 그 친구는 늘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몸을 주셔서 저를 매일 지옥에 살게 하느냐?"고. 자살 시도도 여러 차례 했다고 했습니다. 왜 본연의 모습을 죄로 규정하여, 종교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고 더 아프게 하고 심지어 죽음의 지경에 가도록 하는 걸까요? 이제는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길에 천주교 인권위가 앞장서 주시리라 믿습니다. 성북에서도 좋은 결실 맺겠습니다. 다시 한번 온 존재를 걸고 세상과 맞서 싸운 무지개행동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고 이돈명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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