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소수자 건강연구의 지도를 그리다[각주:1]

 

이혜민(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고려대학교 소수자 건강 연구팀[각주:2]은 한국 성소수자 건강에 대해 출판된 모든 논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의 내용과 주제를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필요한 연구를 제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총 128편의 논문을 임상적 연구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을 탐색한 사회적 건강 연구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논문을 검토한 결과, 임상적 연구는 101편, 사회적 건강 연구는 27편으로 1955년~2013년까지 출판된 논문은 총 128편에 불과했고, 이는 해외 연구에 비해 매우 적은 수이다[각주:3].


 

그림 1.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 연구 (총 128편)

 


¹ 정신건강 (N=13, 48.1%), 성적행동 (N=4, 14.8%), 폭력피해 (N=2, 7.4%), 기타주제 (N=8, 29.6%)
² 사례보고 (N=58, 57.4%), 임상검사 (N=22, 21.8%), 임상수술 (N=21, 20.8%)
* 사회적 건강 연구 중 대상 인구집단을 중복으로 포함한 논문이 있기 때문에 각 연구에 포함된 인구집단의 합은 연구의 총합보다 많다.


101편의 임상적 연구 중 간성과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례보고 연구가 54편으로, 전체의 53.5%를 차지했다. 반면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에 대한 연구는 5편에 불과했으며, 만성질환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연구는 찾을 수 없었다. 해외에서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인한 성소수자의 음주, 흡연 등의 위험 건강행동과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투여나 남녀 동성애자⋅양성애자의 성행동에 따른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사회적 건강 연구는 27편이었는데, 그 중 성소수자 정체성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8편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의 경우, 사회적·제도적 차별로 인해 성소수자가 의료이용에서 겪는 어려움, 의료 접근성 문제를 활발히 다루고 있으나,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다룬 연구는 찾을 수 없었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임상적 연구에서는 3가지 시사점을 발견하였다. 첫째로, 국외에서 진행된 연구와 비교하여 한국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건강 연구의 수는 매우 부족하다. 둘째, 임상 연구에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찾을 수 없다. 셋째로, 임상적 연구에서 다루는 질환이 성전환 수술, 호르몬 관리 및 임상검사 등에 국한되어 있다.


한국 성소수자의 사회적 건강 연구에서는 5가지 시사점을 발견하였다. 첫째, 사회적 건강 연구 또한 연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며, 이는 기존의 한국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자들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음을 나타낸다. 둘째, 국가 차원에서 시행된 성소수자 건강 관련 연구가 없었다. 셋째, 연구의 건강 관련 변수가 우울 또는 자살, 폭력 피해, 콘돔 사용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넷째, 성소수자의 건강을 해치는 차별 또는 낙인 등과 같은 사회적 인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아동이나 청소년과 같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피험자 군에 속하는 연구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아울러 본 연구 결과,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의료접근성에 대한 연구 또한 찾을 수 없었다. 기존의 해외 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성소수자의 의료접근성을 다루고 있다. 첫째,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못해 필요한 정보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와 성소수자임을 밝힌다고 해도 적대적인 사회 인식과 태도로 인해 의료서비스 제공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다. 둘째, 성소수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겪게 되는 제도적 장벽과 그로 인한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1973년 동성애가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된 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 사회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비과학적인 편견이 만연해있다. 이로 인해 한국 성소수자들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제도적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건강 관련 연구는 본 논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우 적거나 부재한 상황이다. 성소수자 운동의 오랜 슬로건,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We Are Everywhere)’가 말해주듯이, 성소수자는 그 동안 한국 사회에 계속해서 존재해왔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며,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PS. 논문 관련 문의는 hm4723@korea.ac.kr 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1. 본 글은 <보건과 사회과학> 제 36집(2014년 9월)의 “한국 성소수자 건강 연구: 체계적 문헌고찰(LGBTQI Health Research in South Korea: A Systematic Review)”의 내용을 정리하여 제시한 것임. [본문으로]
  2.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박주영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이혜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석사과정으로 구성. [본문으로]
  3. 영어로 출판된 전 세계의 연구들을 검토한 Boehmer(2002)의 "Twenty years of public health research: Inclusion of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populations."에 따르면, 1980~1999년까지 3,777편의 논문이 성소수자 관련 이슈를 다루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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