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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국내 인권소식

[lgbt X straight]고려대학교 ‘별다른 인권문화제’를 다녀와서

by 행성인 2014. 10. 15.

이혜민(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여성스러워서 호모인 줄 알고 친구 안 해주려다 착해서 그냥 친구 해 줬다?!”


위의 발언은 인터넷 댓글이나 2014년 퀴어 문화축제를 반대하며 드러누운 사람들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고려대학교의 강의 중 나온 것이다.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 http://www.queerkorea.org/)’은 대학 강의에까지 만연해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혐오 발언에 대응하고, 이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 달 <퀴어 모니터링>을 개시하였다. 사람과 사람은 1995년 가을 교내에서 동성애자 모임으로 처음 만들어졌고, 현재 <퀴어 영화제> 개최, <퀴어 가이드>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6~7일 이틀 동안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별다른 인권문화제’(이하 인권문화제)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고대공감대’에서 주최한 것으로, 학내의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문화제를 진행해보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부스행사, 음악회, 강연회, 그리고 인권의 밤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었고,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교지 석순, 장애인권위원회, 양성평등센터 등의 학내 기구들이 참가하였다.


인권문화제에 참가한 사람과 사람은 <'호모' 없는 강의실, 혐오 없는 강의실>, 그리고 <민광(민주광장)에 동성애를 허하라!>를 모토로 하여, 학우들의 지지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자 하였다. 이 날 사람과 사람은 ‘혐오 발언 쓰레기통에 버리기’ 이벤트와 ‘인권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우들과 교감하였다. 특히 ‘민주광장을 동성친구와 다정하게 손잡고 걷기’, ‘문화제의 부스에서 동성 친구와 사랑스럽게 사진을 찍어 사람과 사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기’와 같은 이벤트는 학우들로 하여금 평소 성소수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고려대 <별다른 인권문화제>의 '사람과 사람' 부스 프로그램




부스에서 직접 학우들을 만난 사람과 사람 대표는 “학생들이 얼마나 참가했는지 파악이 되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던 것 같다 … 혐오 발언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사에서 학우들이 버린 메모지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 (동성) 친구들과 사진 찍는 행사에 총 29쌍이 참가했다. (동성 친구와) 손잡기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그 행사에 참가하신 분들은 더 많고, 혐오발언 떼신 분들은 더 많다. 왔다 가신 분들이 몇 백 명은 된 것 같다”라고 했다. 문화제에 참가한 학우들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부스에 와서 혐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셨던 분들은 없었고, 혐오 발언을 떼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벤트에서 혐오 발언들을 보시고 자기 일처럼 화내고, 찢고 분노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성 친구와 손잡기 이벤트부터는 아무래도 쑥스럽기도 하고, 남자끼리 손잡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괜찮다며 사양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동성 친구와 사진 찍는 것은 사양하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았다고 한다.



동성 친구와 손잡기 이벤트



사람과 사람 대표가 생각하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동성 친구와 사진을 찍은 후 사람과 사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을 때, 저희가 이벤트를 하게 된 취지를 생각하지 않고, 의식 없이 뱉은 댓글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남자 동성 커플이 입술 주변은 가린 채 키스하려는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에 ‘악, 내 눈!’이라고 달린 댓글이다. 본 이벤트가 그런 편견을 깨보자는 뜻에서 진행한 것이었는데, 거기에다가 이렇게 댓글을 달고 하니까… 그것이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우들이 참여했고, 이렇게 참여했던 분들은 그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축제가 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사람과 사람의 많은 회원들이 부스에 직접 나서서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회원들 스스로도 아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스에서 직접 학우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할 것인가의 고민인 것이다. 동아리 차원에서 개인에게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문화제에서도 본인들 의사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결정을 하였고, 이번에는 동아리 대표와 동아리 회원 한 명이 참가하였다. 대표는 “동아리 회원들이 응원을 해주는데,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소수이다 보니까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워한다. 부스에 동아리 회원이 2명있는데, 동아리 방에는 7-8명씩 있고… 그래도 직접적으로 못하지만 물건을 나른다거나 이런 식으로 뒤에서 준비작업 같은 걸 도와준다.”고 하였다.  


고려대학교에서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여러 학내 단위들이 모여 처음으로 개최한 ‘별다른 인권문화제’에 많은 학우들이 참가하였다. 인권문화제를 통해 학내 소수자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며 연대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별다른 인권 문화제가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다음해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개최되어 더 많은 학우들과 함께 소수자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인권문화제를 발판으로 인권감수성 높은 고려대학교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