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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국내 인권소식

〈친구사이 20〉 커뮤니티와 역사를 공유하고 자긍심을 드러내다!

by 행성인 2014. 9. 10.

글: 학기자(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사진: 김민수(동성애자인권연대)



지난 8월 30일 토요일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탄생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친구사이 20>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오후 7시부터 시작되어 종로 3가 낙원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친구사이 사무실 앞에서 출발하여 종로 3가 일대를 걸으며 퍼레이드를 했고, 이후 포차 거리에서 생일 파티 행사를 진행했다.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


친구사이 회원, 남성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많은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행진했다. 재미있는 구호와 액션, 놀이를 하기도 했고 '종로역사탐방'이라고 하여 종로 일대 퀴어에게 의미 있는 역사적인 장소에 대해서 안내하기도 했다. 행사 참여자들은 당당히 퀴어 프라이드(자긍심)를 드러냈고 여러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대해서 촉구했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친구사이 20주년을 축하하는 팻말을 들었고 'Be gay! Be happy!', '너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라'라는 팻말이 눈에 띄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과 세월호, 군 인권, HIV/AIDS 이슈 등에 대한 요구 사항도 많았다.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며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고, 국립 에이즈 장기 요양병원 설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중 의아하고 놀랍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박수를 치고 환호하거나 퍼레이드 행렬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도 많았다. 


퍼레이드 앞쪽 행렬


2015 퀴어문화축제는 서울광장에서!!"에이즈 환자의 '친구들'이여! 이리와서 한잔해요"


종로 거리를 빡 채운 퍼레이드 행렬!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는 생일파티가 열렸다. 무지개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언니네트워크, 아이샵, 성적지향·성별정체성(SOGI) 법정책연구회,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의 인권단체도 참석하여 함께 친구사이 20주년을 축하했다. 생일파티에서는 친구사이 20년 활동 슬라이드 영상과 친구사이 회원의 발언이 연달아 이어졌고 방송인 홍석천 씨에게 '친구사이 20 인권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0명에 가까운 역대 친구사이 대표들이(친구사이는 20년의 역사에서 총 18명의 대표가 있었다)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행사였다.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축하했던 이 장면에서 친구사이의 오랜 역사와 단단한 공동체의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사이 역대 대표들이 올라가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장면


무지개 두른 포차에서 진행했던 <친구사이 20> 생일파티


일부 보수기독교는 지난 퀴어문화축제처럼 이번 행사 내내 조직적으로 방해를 가했다. 지난 퀴어문화축제처럼 퍼레이드를 막아서지는 못했지만 '동성애는 죄악'이니 '에이즈를 퍼트리는 동성애'라는 팻말을 들고 따라다녔고 마이크를 사용하여 '회개하라'며 고성을 내며 훼방을 놓았다. 그 수가 많지 않아 비교적 큰 충돌 없이 행사는 잘 진행되었지만 이런 보수기독교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에 행사 참여자들은 보수기독교 세력에게 박수를 치며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합창해 쫓아내기도 했다. 준비하지 않은 임기응변 대응이었지만 고성으로 행사를 방해했던 보수기독교 세력은 당황한 듯 물러섰다.


고성을 내며 행사를 방해하는 호모포비아 세력


섬뜩하고 커다란 팻말을 들고 나온 보수기독교 세력


이번 행사는 커뮤니티와 역사를 공유하고 자긍심을 드러내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연대단체들이 모여 종로 3가가 떠나갈 듯이 떠들썩하게 친구사이 20주년을 축하했다. 보수기독교 세력이 방해하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했다. 이번 행사는 이런 친구사이의 역량과 게이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활동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행사의 기획과 내용은 게이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왔던 친구사이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앞으로 친구사이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