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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고 육우당

청소년 시기를 보내거나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모의 편지

by 행성인 2015. 4. 8.

 

청소년 시기를 보내거나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모의 편지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바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팀)




저는 청소년 성소수자입니다. 제가 동성애자임을 깨달은 건 14살 때였어요. 그때 저는 제가 게이라는 것도 몰랐지만 제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지 정체성을 부정하기도 하였죠. 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상처도 받고 사랑도 하고 그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3년이라는 시간은 의외로 길었어요. 지금도 가끔씩 후회가 돼요. 조금만 더 자주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접했으면 빨리 정체화를 하고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이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제가 커뮤니티에 나온 지는 어느덧 4년이 지나가는데 2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제가 아끼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어요. 그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웃으면서 만나지만 마음 속으로는 ‘다음에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밤새 잠을 못 이룬 적도 많았어요. 어느 순간 제 입에서는 “꼭 다시 보자” 라는 말을 꺼내고 있는 제 자신을 저주했죠. 아직 청소년 성소수자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은 힘든 것 같아요. 청소년 성소수자는 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요. 학업,연애,가족,고민,진로 그 외의 걱정과 갈등을 겪으면서 살아가는데 매 순간마다 자신을 혐오하는 걸 알아채고 우울감에 빠지죠. 언제쯤이면 아무 걱정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거리에서 손을 잡고 다닐 수 있을까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전 오늘도 살아가요,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당신 그늘 아래서

 

사이토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팀 <이반드림>)

 




그대가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당신이 그렇게 저물고 12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나는 당신과 같은 나이에 머물러 흘러간 짧은 날들을 기억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 내 모습들을 수없이 비춰보았음을 모르시겠지요. 너무 빨리 저문 꽃, 당신의 그늘은 꽃비로 쏟아져 어느 새벽녘을 서늘하게 적시고 맙니다. 당신을 알게 된 건 2013년, 제가 퀴어로서의 첫 발을 내밀던 그 무더운 초여름의 일입니다. 흐린 새벽비가 내리고 선명한 무지개가 뜬 날, 그 홍대의 북적이는 거리의 어느 부스에서, 당신을 처음 보았습니다. <내 혼은 꽃비 되어> 라는 황색의 거친 표지의 손바닥만 한 책. 당신의 유고시집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맛본 자유의 날은 잊히지 않는 기억이었으나 금방 설움으로 가득 찬 삶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집이 나와 함께했지요. 삶에 스미던 우울을 뭉쳐 하나의 얼굴을 만들었을 때, 당신은 어딘가 저 멀리 있는 사람. 당신의 그늘 밑에 살면서도 잊고 있었습니다. 내 당신을 다시 떠올린 것은 다른 이들에게서 또다시 그대의 모습을 비춰보았을 때. 십 이년의 시간이 지났고 학교를 갓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또 당신이 떠오르고 다시 바뀌기 시작한다면 다시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옅어지지 않는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다시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다시는 그대 이름이 불려지지 않기를 바라며.


To. 故 육우당 씨와 힘들어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깽빈 (<투게이 투데이> 메인 MC)






음... 안녕하세요? 인사를 먼저 드리는 게 낫겠죠? 저는 2015년도에 살고 있는 현재 21살 게이이자 기독교 신자인 깽빈이라고 합니다. 저와 같은 게이이시고 기독교 신자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거라 알고 있어요. 일단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많이 힘드셨을 거 같아요...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게이로 살면서 기독교 신자라니… 이런 말 드리긴 뭐 하지만 현재 상황도 그렇게 나아진 점은 없어요.여전히 힘들고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들려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커밍아웃한 친구들은 전부 기독교를 믿고 있는 친구들이라는 게 아주 작은 희망이랄까요. 어느 정도 지나면 교회에서도 인정해 줄 거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어요. 물론 누구한테 인정받고 그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렇게 된다면 숨쉬기는 편해지겠죠. 올해가 육우당 씨를 추모하는 12주기라고 들었어요. 저희같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신 아름다운 영혼이 저 밤하늘에 별이 되어 빛나고 있으시겠지요. 힘드실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말이죠. 저 또한 힘들었고 힘듭니다. 정말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제 삶도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지만 이렇게 이겨내고 사랑하면서 살고 있고 방송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물론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을 거에요. 나중에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겨낼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떤 핍박이 들어와도 생각하세요, 하나님이 만드신 건 다 뜻이 있으시다고 하잖아요? 그럼 저희가 성소수자로 태어난 것도 다 뜻이 있고 저희를 사용하실 목적으로 만드신 겁니다. 어딘가에 그분 뜻대로 사용하시기 위해 만드셨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 너무 힘이 들고 포기하고 싶고 다 내려놓고 싶더라도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버텨봐요, 같이. 그리고 즐겁게 사랑하면서 살아봐요. 그리고 인권을 위해 노력하다가 돌아가신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언젠가 누구보다도 더 떳떳하게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