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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해외 인권소식

오소리의 미국 LGBT단체 방문기 ② - 뉴올리언스편

by 행성인 2015. 4. 23.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보수 속의 진보, 자유와 억압이 혼재된 문화의 도시 – 뉴올리언스

 

뉴올리언스의 풍경

거리에 레일열차가 다니고 흔치 않게 야자수를 (겨울임에도) 볼 수 있다

재즈의 도시 답게 재즈 공연이 많이 있고 부두마켓도 많이 존재한다


뉴올리언스는 루이지애나주(州)에 위치한 최대의 도시로 미시시피강 상류에 위치한다. 2005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크게 입은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인트루이스대성당, 재즈박물관, 프렌치마켓 등이 명소이다. 뉴올리언스가 속한 루이지애나주는 굉장히 보수적인 주이다. 그러나 유독 뉴올리언스만은 개방되어 있다.

 

 

내 아들이 게이가 아니었다면 심심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 PFLAG in 뉴올리언스

 

왼쪽부터 MTF커플,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게이 당사자 단체 사진

 


PFLAG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성소수자의 부모, 가족, 친구들의 모임이다. 현재 미국의 각 주 별로 수십 개의 지부가 있으며, 해외의 몇 나라에도 지부가 존재한다. PFLAG 뉴올리언스지부는 뉴올리언스의 LGBT 커뮤니티 중 가장 오래된 조직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지니나 교육을 통해 성소수자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PFLAG 뉴올리언스 지부에서 우리를 맞이한 사람들은 모두 50대를 넘기고 생업에서 은퇴 후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게이 당사자도 있었고,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그리고 두 명의 MTF 커플도 있었다. 그들이 PFLAG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은 따돌림이나 폭력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교사들과 정신과의사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FLAG는 각 지부마다 하는 활동이 다른데, 뉴올리언스 지부에서 가장 큰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4년 동안 최대 만 달러까지 지원해준다고 한다. 또한 ENDA법(채용비차별법)을 만들어 성소수자 당사자가 취업 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를 맞이한 분들 중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아들이 게이가 아니었다면 현재 맺고 있는 관계들을 맺지 못 했을 것이고 심심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한국에 있는 부모모임에 참석해서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아들이 게이라는 걸 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인종도 문화도 다르지만,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나보다.

 

 

그 곳에서 희망을 보고 꿈을 갖다 – PFLAG 뉴올리언스 지부 정기 모임

PFLAG 뉴올리언스 지부 정기모임


우리가 PFLAG 뉴올리언스 지부를 방문했던 날 저녁에는 마침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정말 운이 좋게도 그 정기모임에 초대 받을 수 있었다.
 
어느 한 교회에서 진행 된 정기모임에는 우리를 제외하고 2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처음에는 행성인 신입회원모임 디딤돌처럼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엄마 그리고 막내 동생과 함께 온 17살 FTM 소년, 몇 십년동안 뉴올리언스 지부를 지켜 온 활동가, 게이 당사자, 게이 자식을 둔 어머니, 정체성을 고민하는 손주가 있는 할머니, 손주가 넷이나 있는 50살이 넘어 트랜지션을 한 MTF, 8년간 연애하고 있는 게이커플, 오늘 PFLAG에 처음 온 사람, 결혼한 지 20여년 된 부인에게 커밍아웃한 기혼이반 등등.
 
그들 각각의 서로 다른 스토리들을 들으며 어떨 때는 한바탕 웃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아파하며 울기도 했다. 감정의 변화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한결같이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편적으로, 나 자신을 제외하고 나를 나만큼 사랑해주는 사람이 가족 말고 또 있을까? 이러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가질 수 있는 그 힘의 강력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꿈이 생겼다. PFLAG와 같이 한국의 모임을 크게 성장시키는 것!
 
현재 한국에도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모임이 존재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본인도 부모모임에 참여하여 부모모임의 활동을 늘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인원도 적을뿐더러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 가야할 길이 멀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부모모임 카페 바로가기)
 
 
경찰의 인권 유린 행동을 바로잡는다 - IPM (Independent Police Monitor)

미팅 때 활용한 PPT IPM 관계자 (맨 오른쪽)


IPM은 독립적인 시민 경찰 감시단이다. 다른 주에는 존재하지 않고 뉴올리언스에만 존재하는 특별 기구이다. 태풍 카트리나 사건 이후 뒤숭숭해진 경찰 내 분위기가 LGBT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기도 하고 커뮤니티 내 사건들이 경찰 내부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심각성을 파악한 민간단체들이 요구하여 2009년에 설립됐다. LGBT 커뮤니티에 대한 경찰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IPM은 LGBT단체들과 연합하여 경찰 수칙을 제공하여 경찰이 인권을 유린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칙이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법률동의서를 통해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중재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 경찰 사이의 관계를 개선시키기도 하며 주민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찰을 신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는 IPM같은 기구가 없어 많이 생소하였다. 한국에도 인권침해감시단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IPM과는 영향력이나 규모로나 차이가 크다. 특히 요즘 같이 경찰들의 인권 유린적 행위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IPM같은 기구의 필요성은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인권침해감시단을 구성하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이나 변호사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비록 IPM만큼의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하지만 집회나 행사에서 인권침해감시단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든든한 마음이 생기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학문이 만들어지면 제도가 변한다 - OGST in Tulane University

 

Tulane University

성다양성실 외부에 붙어있는 포스터

성다양성실 내부에 있는 각종 행사 포스터

단체사진 (오른쪽 사진은 Red교수)


미국은 대학에 문화다양성실이라는 Office가 존재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성다양성실, OGST(office for gender and sexual diversity)는 학생활동가들이 필요성을 제기하여 문화다양성실을 통해 만들어진 Tulane대학만의 특별 Office이다. OGST는 Tulane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양한 젠더, 섹슈얼리티,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갖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OGST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멘토링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내 LGBT단체(Tulane대학에는 학내에 다수의 LGBT동아리가 존재한다고 한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내에서 Pride 무도회, Pride Week, 트랜스가시화 Week, LGBT역사의 달, 세계 에이즈 대회 등 다양한 LGBT관련 행사들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모금을 통해 교외 LGBT단체들에 기부하고 있다.
 
Tulane대학에서 우리가 만난 사람은 Red Vaughan Tremmel 교수였다. Tremmel 교수는 FTM 당사자로서 OGST를 담당하며 학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수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FTM 당사자가 자신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교수로서 학교에서 일을 한다는 게,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놀라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성소수자 관련 수업뿐만 아니라 각종 LGBT 행사들에 LGBT동아리 지원까지.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닌 본인으로서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한국의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Tremmel 교수는 “학문이 만들어지면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지속이 가능해진다.” 며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도 하루 빨리 성소수자 학문이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모두의 축제 - Saints & Sinners Literary Festival
 

단체사진 (맨 왼쪽 두 분이 축제 관계자)


올해 13주년을 맞이하는 Saints & Sinners Literary Festival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문학 축제로 LGBT문학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문학과 관련한 토론이나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논할 때도 있다. 미국전역에서 혹은 해외에서 장학금을 받고 오는 작가들도 있어 축제에 오면 LGBT문학 작가들과 만날 수도 있다. 수익금은 에이즈 예방 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미국도 LGBT 작가들이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LGBT 문학 축제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축제를 할 때 반대를 하는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뉴올리언스가 워낙 LGBT커뮤니티에 개방적이기도 하고, 관광 사업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뉴올리언스 특성상 매년 7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오는 축제를 방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작년, 한국의 퀴어문화축제에서 우리는 엄청난 혐오와 방해를 맞닥뜨렸다. 그리고 경찰은 혐오세력을 방관만 하고 있었다. 올해에도 작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Saints & Sinners Literary Festival는 도시의 특성을 파악하고 축제를 그 특성과 결합시킴으로써 주 정부와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까지 받으면서 매년 축제를 무사히 개최하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야 할 때이다.
 


LGBT단체와 정부의 만남 - BreakOUT! in City Hall
 

시청과 Break OUT! 팜플릿

왼쪽부터 Break OUT! 관계자, 시의원, 레인보우xUSA 팀원, Break OUT! 관계자


BreakOUT!은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nd questioning (LGBTQ) 청소년의 범죄를 없애고 보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도시를 구축하고자 하는 단체이다. BreakOUT!은 LGBTQ청소년들을 조직하여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힐링정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더불어 경찰의 차별적인 행위를 근절시키고 전국의 LGBTQ청소년의 자긍심을 높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앞서 소개했던 IPM과 함께 경찰관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정책을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었고 청소년들에게 정책을 알려 주고 있다고 한다.
 
단체는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ID카드가 존재한다. ID카드에는 자신이 원하는 이름이 적혀있고 경찰과의 대응 상황에서 ID카드를 보여주면 인종이나 젠더에 상관없이 존중 받을 수 있는 등 대우가 달라진다. 또한 이 카드를 보여주면 조사에 불필요한 질문이나 탐색수사는 받지 않을 수도 있다.
 
BreakOUT!은 시와 관계를 맺고 활동하고 있다. 시의원와 함께 만나 법원에 직접 가서 LGBT 청소년들이, 특히 흑인 트랜스젠더들이 경찰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당할 경우 어떻게 보호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책상의 일을 누가할 수 있을지 맵핑, 캠페인을 하고 있다.
 
우리가 BreakOUT! 사람들을 만난 곳도 시청이었다. 그것도 시의원 Susan과 함께! 우리가 뉴올리언스의 시청을 방문했을 무렵 한국 시청에선 무지개농성이 한창이었다.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고 혐오세력에 휘둘리는 정부기관의 모습만 보다 와서 그런지 당연히 생기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BreakOUT!이 시와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들려온 대답은 너무나 간단명료하고 허무했다. 시에서는 BreakOUT!을 처음부터 환영하고 같이 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Susan의 말로는 모든 시민들이 LGBT친화적인 정책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일하고 있는 형사 정의 의원회를 통해 BreakOUT!과 함께 공청회 때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고, 시민들이 이해하고 BreakOUT!이 정당성을 갖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시와 법원과 함께 협력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덧붙여 Susan이 말하길 LGBT단체와 협력하는 등의 정책에 있어선 무엇보다도 시의원의 가치관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Susan은 어렸을 적부터 어떤 종류의 편견이라도 나쁘며 모두가 평등해야 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자신의 정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어떠한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펼쳤다고 본다. 한국에도 Susan과 같은 시장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Metropolitan Community Church (MCC)

 

뉴올리언스의 MCC

MCC 내부. 큰 홀이 있고 결혼식장도 존재했다. 무지개색 WELCOME이 보인다.

단체 사진


MCC는 성소수자 친화적으로 유명한 교회 중 하나로 미국 전역에 걸쳐 몇 십 개의 주에 위치해 있다. 그 중 우리가 들른 곳은 뉴올리언스에 있는 MCC였다.
 
MCC에서 우리를 맞이해 준 사람들은 목사들이었다. 모두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이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인권재단사람 앞으로 혐오세력들이 몰려 온 일이 떠올라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MCC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다행히도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고 한다.

 

종교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다른 종교인들의 혐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고, 그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먼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굳이 대응을 할 필요 없이 그냥 행사를 재미있게 하면 된다고 했다. 혐오세력이 싸움을 붙이더라도 그 사람들로 인해 화가 나지 않는 걸 보여주며 일단 진실을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종교적인 7개의 문구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미리 준비하여 내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매우 공격적인 그룹은 극소수이며 이들은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므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많은 공격을 하는 집단은 종교 세력이다. 허나 종교 세력이라고 해서 모두가 성소수자들을 공격하는 건 아니다. MCC를 포함하여 성소수자 우호적인 종교 혹은 교회도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우리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종교 집단과 맞설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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