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nn(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회원모임)

 

 

 

 

가깝고도 먼 노동이야기

 

비가 잦은 11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주최한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 "가깝고도 먼 노동 이야기"가 진행됐다. 하종강 선생님은 최근 드라마로도 제작된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에서 투쟁의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조직하는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는 '구고신'의 실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종강 선생님은 30년이 넘게 노동자들의 편에서 활동해 온 한국노동운동의 과거와 현재의 '전문가'이다.


하종강 선생님의 "가깝고도 먼 노동이야기"는 성소수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실제 우리 주변의 많은 성소수자들은 노동자이거나 예비 노동자이다. 부모님, 친구, 형제자매가 대부분 노동자인 '세계'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노동은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내게 닥치지 않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노동'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며 '노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노동? 근로?
 
길을 걷던 아이가 떼를 쓰자 엄마가 말한다. "너 왜 이렇게 말 안 듣니? 이러면 커서 노동이나 하면서 살게 돼!" 아이의 엄마에게 '노동'이란 무엇일까? 힘들고, 어려운 일. 많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수가 노동자임에도 국가와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기고 조장해 왔다. 즉, 노동자가 일을 통해 재화와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면, 노동자를 대신한 근로자라는 개념을 통해 부지런히 일(이나)하는 사람을 강조한다. 125년 전 하루 8시간의 노동시간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기리는 노동절 역시 달력에는 떡하니 '근로자의 날'이라고 박혀 있다.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의미는 노동자를 주체적으로 재화를 생산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고 사장과 기업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로 그 존재를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 사회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빨간칠을 덧입히고 마침내 다수의 이익을 위한 목소리는 '분열책동'이라고 부추긴다. 이는 제도 교육에서 부터 매우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을 시작으로 노동관련 교육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교육은 노동자들의 역할이나 사회운동으로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을 일삼는다. 또한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것을 가로 막는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민주노총이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을 거라며 노동운동을 공격한다. 반면 독일에서 현재 집권 중인 중도우파 기독교민주연합 출신 메르켈 총리조차도 이제 노동조합에 함께 하지 못한다고 얘기한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인식은 매우 천박한 수준이다. 하종강 선생님은 유럽과 서구 여러나라에서 연예인, 예술가, 시나리오 작가, 소방관과 경찰 심지어 군인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례들을 들어 노동자의 계급 인식과 그것을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며, 내부감시자이며 부조리를 없애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역할로의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노동자'의 '노동'이 구성하는 세계
 
나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삶의 의식주 그 어떤 것도 노동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노동은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고 노동자는 세계의 주체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가 아니라 소수의 기업과 국가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소외될 뿐만 아니라 한낱 도구로 전락하게 한다. 신자유주의와 이윤율 저하, 지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국가는 철저히 기업의 이윤을 대변하기 위한 노동정책을 편다. 그래서 쉽게 쓰고, 쉽게 버리고 더 싼 값에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서 해고는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한국은 국민총소득 대비 기업소득의 비중이 약 25%로 OECD 가입국 중 1위다. 즉, 기업이 가지고 있는 돈이 세계적으로 많은 편이다. 불평등이 해소되고 국민들이 잘 살게 되려면 기업이 가진 돈을 노동자 쪽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지, 노동자들을 더 쥐어 짜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차별과 해고가 빈번하고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싸운다. '노동'이라는 말은 '빨갱이들'만 쓰는 단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송곳>의 실제 사건인 이랜드 노동조합의 투쟁도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관리자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경쟁 그리고 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을 통해 싸우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하종강 선생님은 설명한다. <송곳>의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은 이 점에 대해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을 통해 노동운동과 노동자로의 자기 각성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성소수자와 '노동'
 
대다수의 성소수자들은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가 된다. 그래서 노동운동과 노동문제는 성소수자들의 삶과 가까운 주제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그래서 성소수자의 삶에도 중요하다. 그 내용은 1. 장기 근속자의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임금으로 청년을 더 고용해 청션 실업을 해소, 2. 비정규직 기간 연장 문제, 3.일반 해고 도입이다. 한마디로 노동자들 간의 분열을 일으키고 '쉬운 해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경제위기와 실업 등의 문제를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백남기, 전태일, 우리
 
하종강 선생님의 강의가 있고 1주일 뒤인 14일,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며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요구를 걸고 십수 만의 민중들이 모였다. 이미 경찰들은 평화로운 집회를 거부하고 서울시내를 모두 차벽으로 막았다. 경찰의 폴리스라인은 헌법에 명시된 집회ㆍ시위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역할임에도 시내에서 집회와 시위 행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목소리를 막았다. 시위가 시작되고 얼마 뒤부터 경찰은 '청와대로 향하는 폭력시위를 막아야 할 불가피한 이유'라며 시위대를 향해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쐈다. 그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 씨가 무차별하게 쏘는 물대포를 맞고 아직도 중태에 빠져 있다. 민주적 시위와 의견 개진 등을 허용하지 않고 노동자와 농민, 시민들을 자신들의 반대편에 있는 집단이라며 적대시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성소수자의 삶은 더욱 팍팍해 졌고, 성소수자들의 삶을 공격하는 기독교우파와 혐오세력은 정부의 정치적 지지 속에 득세한다. 박근혜 정부와 혐오세력은 성소수자에게만 칼날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혐오'한다.

 

하종강 선생님의 강의처럼 평범한 노동자들이 이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써 온전히 목소리를 내고 하나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위한 연대와 투쟁이 더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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