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글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화록 출간 기념회에서 기획자 모리와 웅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스케치]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화록 출간기념회 - 성소수자 가족들의 자긍심 행진' 보러 가기.

 

질문: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대답: 모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Q. 부모모임에 대해 먼저 소개해주세요.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자녀/가족을 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에서 기획했고요. 그 전부터 행성인 회원의 부모님들을 몇 분 알고 있었는데, 그 즈음 열정을 갖고 계신 부모님 세 분을 모을 수 있게 되어서 시작했죠. 


행성인에서 부모모임을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친구사이에서 가족모임을 하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행성인 회원들도 자신이 활동하는 단체에 부모님을 모셔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친구사이 가족모임의 활동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활동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모리님은 부모모임 기획단계부터 지금까지 추축이 돼서 활동했잖아요. 대화록 발간 기획자로 이 자리에서 인터뷰도 하게 되었고요. 대화록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부모모임을 기획하게 된 이야기부터 듣고싶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예전에는 성소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대부분의 갈등이 성소수자 당사자의 입장에서만 다뤄졌어요. 받아들이는 부모나 가족의 입장에서 다룬 이야기는 전혀 없더라고요. 그게 갈등의 원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얼마 전에 커밍아웃을 했는데 부모님이 왜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만 하는데, 사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자신을 긍정하기까지 걸린 시간만큼 부모도 시간이 걸려요. 해외 자료를 보면 부모가 받아들이는데 평균 2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그런데 자식들이 그걸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어제 커밍아웃 해놓고 오늘 왜 못 받아들이냐고 싸워요.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요. 커밍아웃을 하는 게 좋을지,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게 좋을지 사람마다 다른데, 그런 고민을 하려면 당연히 먼저 경험을 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거잖아요. 부모들의 이야기가 없다면  추측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의 이야기를 더 많이 기록하고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이야기할 곳이 그나마 있는 편이에요. 물론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있긴 하잖아요? 그런데 부모나 가족들은 이야기할 곳이 정말 없어요. 사실 자식이 성소수자임을 알게 되는 건 많은 부모들에게 아픈 경험인데,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예요.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곪을 수 밖에 없잖아요. 정신과, 상담사 다 찾아가봐도 그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심각할 정도로 모르는 수준으로 상담을 해주니 위험한 경우도 많아요. 부모의 치유는 생각할 수도 없는 거죠. 그렇다보니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가족들이 모여서 자조모임을 갖고 서로를 보살펴주는 모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성소수자 운동에서 부모모임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부모모임에 나와 활동하는 분들이 많지만, 부모모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모님들 스스로가 치유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요. 자기를 돌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돌볼 수 있으니까요.


Q. 올 한해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것 같아요. 주위의 반응들도 뜨거웠던 걸로 기억하고요. 모리가 보기에, 성소수자 운동이나 커뮤니티 안에서 부모모임에 거는 기대란 어떤 건가요?

 

부모님에게 지지 받는 성소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에 “이제 커밍아웃이 취미가 됐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가족의 지지가 스스로를 긍정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거죠.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 조사한 연구를 보면 가족에게 지지 받지 못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경우  자살 시도는 8배 이상, 우울증은 6배 더 많다고 해요. 반면 가족이 완전히 지지하는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척도나, 스스로 부모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7배나 높아요. 물론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운동이 멈춰선 안되겠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건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모임이 아직 2년 밖에 안 돼서 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더 많이 논의해봐야겠지만, 큰 위로가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차별선동세력들이 매번 내 인격을 모욕하는데 내 가족들은 내가 이런 대우 받으며 사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그 상황. 퀴어문화축제에서 사람들이 부모모임 깃발을 보면서 느낀 건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Q. 오늘 우리가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게 대화록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잖아요. 대화록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어떤 의도로 기획하시게 되었는지.

 

2014년 3월 첫 정기모임을 할 때부터 대화록을 정리해서 인터넷 부모모임 카페에 올려왔어요. 부모모임에 부모님들을 끌어들이는데는 정기적인 모임이 있다는걸 알리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증거물(?)을 꾸준히 올린 거죠. 소수자들의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대화록을 남기고 공개하는 것 만으로도 운동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이걸 책으로 정리할 생각을 하게 된 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자기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좋은 치유가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다들 비슷한 단계를 거쳐 성소수자 가족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자식 걱정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솔직한 감정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모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 세대는 컴퓨터랑 안 친한 분들이 있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매월 정기모임마다 대화록 속기하고 부모님들한테 확인 받고 카페에 업로드하고 홍보한게 아까워서 ‘책으로 꼭 내자!!!’ 했던 것도 제법 컸어요. 책을 내자는 생각은 부모모임 준비 단계부터 다들 했던 것 같아요. 부모모임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이제 부모모임 활동이 2년이 다 되어가잖아요. 이제까지 해온  활동들을 한 번 정리하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4.9 통일평화재단에서 기금 지원을 선정해주셔서 책을 낼 수 있게 됐죠.


Q. 책을 내면서 부모모임 실무진들이 수고를 많이 했어요. 책 자랑은 앞에 어느정도 하신 것 같으니 심술궃지만 질문 하나 할게요. 책이 나왔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아쉬운 점이 사실 많아요. 이 책을 부모모임 운영위원회에 있는 행성인 회원 네명이서 만들었는데, 책이란 걸 처음 만들어보는거라 만만하게 본 거죠. 그러다 너무 급하게 진행하게 되어서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해요. 여유가 있었다면 좀 더 다듬어서 정식출판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도 아쉽고. 정식출판을 이후에 조금 손 봐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정식출판도 기대되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앞으로 부모모임에서 어떤 활동을 해보고 싶나요?

 

이제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출발한지 2년이 되어가요. 세 분 어머니들과 함께 처음 시작할 때는 ‘부모님들이 안 모이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제일 컸는데 지금은 정말 많은 부모님들이 찾아오고 있고, 벌써 스무 번째 정기모임을 진행할 정도로 제법 안착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내실 다지기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모임 안에서는 더 많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성소수자 운동 안팎의 기대에 걸맞은 모임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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