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엄마(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편집자 주: 본 글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화록 출간기념회 편지 낭독 시간에 낭독한, 하늘엄마님이 게이인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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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깊숙이 모아놓은 네가 보낸 편지 뭉치들을 다시보니 어찌도 감사의 글이 구구절절한지 버리지않고 모아놓길 잘했구나 싶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많이 보낸 편지에 난 제대로 답장을 보내지 않았네. 엄마는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고 너에게 답장을 아껴두었다 이제야 보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7년전 네가 게이라는 것을 안 그 순간을 기억한다. 머릿속이 하얗고 숨도 멈춰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시간은 분명 고통의 시간이었단다. 내가 새로운 인생을 맞이 하는 산고의 진통 이었다고 생각해. 고통의 긴 시간을 견디는 것 또한 새 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혹독한 훈련과 단련의 시간으로 내가 치러내야 할 몫이고.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건 잘 안다.
 
그러나 우린 함께 있고 뭉쳐 있기에 서로 보듬어 살아가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야 말이지만 나는 네가 5년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잘못된 만남은 아닌지 모든 것이 무척 염려스러웠다. 그즈음 갑자기 형과같이 집에 들어왔을때 네 형의 인상 좋고 깍듯한 모습에 약간은 안심이 되었어. 난 너의 행복을 위해 무조건 넘치게 네 형을 반겨 주었단다.
 
그때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본 가장 행복한 너의 표정이 생생하구나. 깜깜한 터널을 빠져나와 기뻐서 웃고있는 내 아들의 표정...그 후 며칠동안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울었다. 내 눈에 눈물과 너의 눈에 눈물이 하나 되는 뜨거움은 산고의 진통을 치르고 난 뒤에 오는 감격과 안심이라고 할까! 나에게 큰 아들이 공짜로 생겨 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과 아빠 엄마에게 늘 감사해하는 네 형이 참 고맙다. 가슴깊이 숨겨놓고 있는 욕심과 욕망은 가장 소중한 아들이 상처받고 있을 때에서야 정신차리고 내려놓게 되는구나.
 
우리 아들이 엄마를 철들게 하였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형과 잘 살고 있어서 고맙다. 직장 잘 다니고 있어서 고맙다. 꼬박꼬박 돈도 보내줘서 고맙다. 네가 이성애자였다면 이 모든 것이 감사한일이 아니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 했을 텐데. 늦게 깨달은 엄마는 감사하기만 하다. 그래서 너는 너무 소중하고 귀한 내 아들이다. 작은 일에 감사함을, 아침에 눈뜨면 새로운 하루의 감사함을 다시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
 
아들덕에 부모모임을 하면서 이곳에서 만나는 성소수자들과 부모님과의 만남이 소중하고 모든 분들의 말씀속에 배움의 자세로 살게해줘서 고맙다.
 
한가지 바람은...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정말 오래 살고 싶구나.
 
우리 사랑하는 성소수자 모두 한 인격체로 존중받을 때까지 살고 싶다. 꼭 그런 날이 오길 희망하며 기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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