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 신부(대한성공회 길찾는 교회)

 

 

 

※편집자 주: 본 글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화록 출간기념회에서 있었던 자캐오 신부님의 축사 전문입니다.

 

'[스케치]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화록 출간기념회 - 성소수자 가족들의 자긍심 행진' 보러 가기.

 

 

길찾는교회를 시작하면서, 길 위에서 ‘낯선 존재들’을 만나길 소망했습니다. 낯선 존재는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우리가 ‘낯설게 만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가 ‘신의 숨결’을 품은 존재라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오랜 가르침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다른 점 때문에 서로를 낯설게 만들기 보다는, 그 다름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되 신의 숨결로 이어진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방금 전, ‘안아주세요, 꼭, 토닥토닥’을 해본 겁니다. 내가 낯설게 만든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자기 개방의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낯선 존재를 만날 때엔 양팔을 활짝 펴고 다가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를 꼭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온기와 마음을 충분히 나눈 뒤에 헤어질 때엔, 토닥토닥 두드려주거나 쓰담쓰담 만져줘야 합니다. 서로에게 ‘환대, 경청, 친밀함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서로를 돌보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관계가 사랑 받을만한 행동을 해야 하는 ‘보상적 관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랑과 숨결로 맺어진 관계는 사랑할 수 있든 없든 ‘사랑하길 선택하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부모 자식이든 부부이든 연인이든, 이름만으로 모든 게 허용되고 소중해지는 관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의 무게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용기 있게 보여줘야만 할 때가 더 많죠. 무엇보다 진짜 사랑은 소유나 일방적인 적응이 아니라, 오롯이 그로서 살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나 아니면 안 되도록, 나한테 묶어두는 관계가 아닌 거죠. 그렇게 ‘홀로서기’가 가능한 때에 보여주는 헌신과 사랑의 진정성이 세상을 진짜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두려움 없는 사랑’이기 때문인 거죠.

 

그렇기에 당신 자녀들이, 사회가 규정한 정체성이 아닌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세상이 그어 놓은 선을 넘어서는 용기를 보여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세상이 그어 놓은 선을 넘었으니, 더 자주 더 많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 주십시오.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되어 주십시오. 그렇게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면, 그건 그들이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는 것이니 ‘좋은 일’입니다. ‘좋은 징조’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말해 주십시오. 누가 뭐래도, 너희들이 뭐래도 ‘그는 그일 뿐’이라고. 그 누가 부정하고 저주해도,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너희들이 함부로 얘기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더불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선 ‘나와 다른 생각이나 다른 고민과 접근법’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더 많은 대화와 논의 그리고 서로 배움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함께 하는 사람’이 중요하단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할 수 있을 때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시길 바랍니다.

 

때론 거기 그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힘이 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제겐 이 ‘부모 모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모일 수 있다면, 그걸 위해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저를 불러 주세요. 달려 오겠습니다. 응원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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