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인 HIV/AIDS인권 DAY 행사 참여 후기

Posted at 2015.12.08 19:11// Posted in HIV/AIDS

단청(행사 참여자)
 
2015년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으로 진행하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하 행성인) HIV/AIDS인권의 날 행사에 참여하였다. HIV/AIDS와 관련해서 별다른 고민을 가진 건 아니었기에 스스로도 생경한 자리였다.

 

HIV/AIDS 인권을 접했던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이전에 전반적인 ‘인권’을 다루는 책자를 구성하는 팀에 함께한 적이 있는데, HIV/AIDS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활동가를 만나 질병과 HIV/AIDS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HIV/AIDS에 대한 이슈들은 나에게 인권과 성소수자 인권에 연관 되는 ‘텅 빈 기호’로만 남아있었다. 성소수자로서 HIV/AIDS는 가까운 이야기이기에 완전히 나와 유리되는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는 에이즈의 주범’ 이라는 식의 혐오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 것인가 역시 나에게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는 위치에서 HIV/AIDS 의제는 부유하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HIV/AIDS의제에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내게 작지 않은 고민이었다.  KNP+사이트나 행성인에서 발간한 교육자료  <RECIPE>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HIV/AIDS 인권에 대한 현장을 공유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던 차에 행사소식을 접했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토크쇼가 있다는 소식을 보고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고민을 확장시킬 수 있을 기대를 가졌다. 어색한 자리겠지만 신청 메일을 보내고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행성인에서 발간한 HIV/AIDS 가이드북에 대한 소개자리가 있었다. 책자 소개와 더불어 HIV/AIDS인권팀의 활동 기록을 들었다. 책자를 읽어보면서 HIV/AIDS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나 ‘10가지 에티켓’은 일상에서 차별과 폭력이 무심코 행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반가웠다. HIV/AIDS정책이나 이슈와 사건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이드북을 보면서 기쁜 마음 한편에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듯 했지만.
 

 

 

책자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KNP+ 활동가 분들을 모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이어졌다. KNP+가 설립되기 이전 활동부터 설립 과정, 앞으로 진행될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설립 이전 2011년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ICAAP, 아이캅) 에서 HIV/AIDS 연합체가 부재하는 빈자리를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필요에 의해 KNP+를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캅에서 생명을 담보한 FTA반대를 외치며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은 HIV감연인과 AIDS환자들의 삶을 고립시키고 어찌보면 존재를 비가시화하는 무책임한 폭력이다. 국가 뿐 아니라 감염인에 대한 일상의 폭력은 삶을 무시하는 것만 같다. 병원에서는 동의 없이 HIV/AIDS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감염 여부가 드러난다. 더구나 회사에 건강검진을 할 때에도  HIV/AIDS 감염 여부를 체크하게 되어 있어 회사 측에 노출되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자신의 감염 여부가 드러날 것에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감염인들이 차별에 의해 직장을 그만둘 뿐 아니라 차별가능성에조차 두려움을 느껴 노동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이는 명백한 노동권 침해이고 인권침해이다.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HIV/AIDS에 대한 낙인이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소외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병당사자 역시  관계 맺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준비됨이나 동의 없이 자신의 삶을 흔들어놓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HIV/AIDS 감염인의 인권은 구별되고 격리되어 있는 것만 같은 사실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현재 오라퀵과 같은 개인 검진 키트를 통해 자가 검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사후 대책이  없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었다. 과연 검진을 받고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인 변화와 치료와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는 국가는 어떤 대책을 하련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조기검진을 통해 미리 치료받는 것은 좋은 의도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이 없다면 결국 무책임하게 초기감염인들을 무책임하게 HIV/AIDS 낙인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만 남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다.
 
토크쇼에서 오간 말들이 많은 생각들을 교차하게 했다. 행사 마지막 즈음 KNP+ 패널 한 분은 성소수자 역시 차별받고 있는 존재이고 HIV/AIDS가 성소수자와 연관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감염인을 차별하는 상황을 지적하셨다. 나 역시도 감염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고민이 들었다. 이제껏 HIV/AIDS의제에 대해 가지고 있던 ‘텅빈’ 언어는 두려움과 무지로 차있던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질병이슈를 멀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과연 HIV/AIDS는 나와 먼 삶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두려움도 감염인을 향한 두려움이 아닌 ‘나’를 목적으로 하는 두려움이 투영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소통 없는 두려움은 누군가를 소외하고 고립시킬 수 있다. 그래서 두려움을 넘어서 보려고 한다. 비록 사소한 일들일 수 있고 더 많은 고민들을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지만, HIV/AIDS 인권을 고민하며 행동하며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모습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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