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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설레어라, 걸스타운

by 행성인 2016. 3. 13.

요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팀)

 

21살에 서울로 올라오고, 내가 처음 한 것은 인터넷에서 여러 번의 검색으로 찾은 여성 성소수자 가게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누가 볼까봐 여성 성소수자 가게의 이름들과 위치를 메모장 끄트머리에 적고, 그 가게들을 방문할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과 해방감에 행복해했다.

 

시간이 흘러 여성 성소수자 가게 하나가 없어지고 또 다른 새로운 가게가 열리는 역사가 익숙해질 때 쯤, ‘걸스타운이라는 가게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21살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난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걸스타운은 최근에 여성 성소수자들의 SNS에서 많이 회자되는 곳이고, 퀴어 무비 나잇 등 퀴어 문화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푼 마음을 안고 걸스타운으로 달려 갔다.

 

 

 

 

 

걸스타운 쉐프님과 짧지만 즐거웠던 대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반갑습니다.

 

걸스타운이라는 가게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말 그대로 여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여성 전용으로 운영됩니다.

 

걸스타운을 열게 된 계기나 동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오랫동안 요리사로 일을 했는데 중간에 미술활동을 하다가 가게를 오픈 하면서 다시 요리를 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프리마켓에서 이쪽과 관련된 가게들 목록을 보았는데, 남성 성소수자 대상으로 한 가게 같은 경우에는 빈대떡, 밥집 등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여성 성소수자와 관련된 가게는 바, 호프집, 클럽 위주가 많았고 그 숫자도 적었구요. 그래서 여성 성소수자들만을 위한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하는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여성 성소수자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쪽에 걸스타운을 열게 되었어요.

 

걸스타운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이상한 손님이 있었나요?

 

어려운 점은 정말 없었어요. 이상한 손님도 없었는데, 가끔 이름 때문에 남자분들이 유흥업소로 착각해서 들어오시다가 당황해서 나가신 경우가 있었어요 (웃음)

 

반면에 걸스타운을 하면서 기억나는 손님이 있나요?

 

오시는 분들 모두 기억이 많이 남아요. 그 중에서 하나 뽑으라면 초창기부터 계속 와주시는 분들이에요. 언제는 제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는데, 나중에 오셔서 유자차를 선물 해주시기도 했어요. 많이 고마운 분들이에요.

 

걸스타운을 오픈하고나서 최고의 성과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걸스타운을 작년 6월에 열었는데, 최고의 성과는 지금까지 버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가끔 이쪽 가게를 하시는 분들과 인사할 때가 있는데, ‘이쪽 가게는 빨리 없어진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최고의 성과는 지금까지 버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걸스타운 요리에서 쉐프님이 생각하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걸스타운 요리들은 즉흥성을 가지고 있어요. 직접 소스를 만들고, 변화를 시도해요. 그래서 이번에 메뉴판을 리뉴얼 할 생각이에요.

 

걸스타운에서 솔로파티, 퀴어 영화 상영 등 여러 이벤트가 있었는데 기억 나는 기획이 있으신가요?

 

모든 기획들이 기억에 남고 소중한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리마켓이에요. 퀴어분들이 문화적인 컨텐츠를 공유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기획하였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즐거워하셔서 기억에 가장 남아요.

 

걸스타운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브런치 컬처 클럽(걸스타운에서 브런치와 문화 강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럽)을 확대해서 문화적인 것을 더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커피를 배우거나 작곡이나, 일러스트를 배우거나 여러 가지들을 확대해서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늑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걸스타운의 내부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아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입구의 왼쪽에는 은하선님의 은하선의 빈공간이 작게 전시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사로잡혀 걸스타운의 이쪽 저쪽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 기술의 부족으로 걸스타운 분위기를 다 담지 못하여 아쉬울 따름이다. 걸스타운에서 가리비 그라탕과 스페인 파에야를 먹었는데, 함께 걸스타운을 방문한 겨울님과 한동안 행복함에 빠졌다.

 

 

걸스타운의 디저트 프리마켓

 

 

 

 

 

 

 

눈이 많이 내리던 28일에는 걸스타운에서 디저트 프리마켓이 열렸다. 여유로운 일요일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급하게 걸스타운으로 달려 갔다. 걸스타운의 디저트 프리마켓에는 겨울의 끝을 알리는 색색의 디저트들이 있었다. 마카롱, 딸기 타르트, 딸기 프레지에 등. 다행스럽게도 눈이 많이 내려서인지 내가 사고 싶었던 디저트는 남아 있어 구입할 수 있었다. 여성 성소수자들이 참여하거나, 내가 여성 성소수자임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 이벤트가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디저트 프리마켓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마치며..

 

 

 

 

우리는 줄곧 도시에 있었다. 하지만 시스 헤테로 권력 사회에서 우리는 있지만 없는 존재다. 많은 여성 성소수자 가게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에도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어디에선가는 살고 있을 것이라고.

 

여성 성소수자들을 위한 가게가 클럽과 바에만 국한되어 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걸스타운의 탄생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걸스타운의 성공을 기원한다.

 

 

걸스타운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119-9

걸스타운 SNS: https://www.facebook.com/girlstown1441

              https://twitter.com/girlstown1441

걸스타운 전화번호 : 02-322-1448


금요일과 토요일은 여성전용으로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