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롤> 수다회

Posted at 2016.03.13 17:28// Posted in 무지개문화읽기

겨울, 마롱, 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주의: 스포일러성 내용 다량 포함!]


겨울, 마롱, 요다 우리 셋은 지금 꽤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캐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짧은 수다회를 가졌는데요, 수다회에서 나온 캐롤에 대한 이야기들, 지금 다뤄보겠습니다.


1. 간단한 리뷰


마롱: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었어요. 트위터에서 얘기 많이 듣고 가서 배우들 표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영상도 너무 예뻤어요. 캐롤의 손톱이 신경쓰였던 사람이 저뿐이 아니라서 다행이고요. 선홍색 네일이라니.


요다: 굉장히 뿌듯했고 감동했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레즈비언 영화였고 결말도 참 좋았어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어요. 영화는 잔잔하게, 덤덤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겨울: 맞아요, 전체적으로 모든 장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나서 설렜어요. 하지만 영화 내내 불쾌한 느낌도 함께 들었어요. 불쾌했던 느낌은 계속 캐롤하고 테레즈가 굉장히 이성애중심적인 사회에 살잖아요, 그래서 그런 사회의 압박같은것이 계속 느껴져서 그랬어요.







2. 50년대 LGBT 역사적 배경


요다: 영화 캐롤의 배경인 50년대에는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불법으로 규정하던 시대였어요. 사회는 동성애가 불법이라는 미명하에서 개인에게 폭력을 가했습니다. 동성애가 정신병이라며 치료 받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동성애자들은 비정상이라며 손가락질을 당했죠.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마롱: 실제로 영화에서는 하지가 '윤리적 이유'로 캐롤에게서 양육권을 빼앗으려 하거나, 캐롤이 동성애 '치료'를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화 안의 사람들이 '동성애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캐롤과 애비의 대화에서 그 시대 나름의 레즈비언 문화가 있는 것도 느낄수 있었고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50년대는 동성애가 있다는 것도 알고 동성애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동성애를 사회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라고 느껴졌어요.


겨울: 찾아보니 50년대에 '마타신 소사이어티'나 '빌리티스의 딸들' 같은 게이, 레즈비언 단체가 존재하긴 했더군요. 그러나 동시에 "라벤더 공포"라고 해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데 조금이라도 성소수자(당시에는 호모섹슈얼이라는 표현을 썼더라고요)라는 것이 의심되면 해고되었어요. 왜냐하면 당시 심리학계에서는 동성애는 정신질병이라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성소수자는 공산주의자들이 동성애 사실을 빌미를 잡고 행하는 협박에 더 취약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었대요. 또한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맥카시가 '동성애와 공산주의는 "미국식 삶의 방식"에 위협'이라고 공공연히 발표하기도 했고요. 공화당 전국 위원장이었던 가이 가브리엘슨은 "변태행위자들(당시 성소수자를 이렇게 불렀어요)이 실제 공산주의자들보다 더 위험하다"라는 말도 했네요. 지금의 종북게이랑 비슷한 걸까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고 해요.





3. 테레즈와 캐롤 사이의 관계.


겨울: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쓴 글을 보니까 테레즈가 너무 수동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네이버 평에 보면 이들이 '수동적인 여자/능동적인, 남성성을 가진 여자'의 이분법적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이성애자의 사랑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전 이걸 읽으면서 너무 화가 났어요.


요다: 영화 캐롤은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이야기이면서 그들의 삶을 찾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캐롤은 상류층으로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지만 가기 싫은 파티에 어쩔 수없이 떠나며 여행가방에 총을 가지고 다니는 등 불안해보여요. 그녀는 스스로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였고, 이혼소송 중인 남편은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무언의 협박을 하기도 하기도 해요. 예로 남편은 캐롤에게 가기싫어하는 파티를 가도록 강요하고, 가족여행에 같이 가자고 협박을 하며 그녀의 정체성을 혐오하거든요. 심지어 그녀가 딸을 양육할 수 없다며 딸에게 접근을 금지하고 양육권을 뺏으려 해요. 또한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하죠.

 

테레즈는 백화점 직원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사진에 관심이 많고 사진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테레즈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남자친구는 테레즈의 의사를 묻지 않고 그녀의 삶을 자기 입맛대로 강요하죠. 테레즈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작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녀의 꿈에 관심이 없어요.

 

캐롤은 자신의 존재가 명령하는대로 테레즈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가며 함께 여행을 제안해요. 또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여행은 외부의 압력으로 끝이 났지만, 캐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딸의 접견권을 갖고 테레즈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요. 캐롤에게 테레즈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죠. 사랑이자, 자신의 삶을 찾아준 그런 존재니까요.

 

테레즈는 처음엔 자기의 정체성에 혼란을 갖는 것처럼 보여요. 남자친구에게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적 있냐며 물어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캐롤의 여행 제안에는 아무런 고민없이 예스라고 대답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이미 캐롤을 사랑하고 있기에.. 그러다 여행이 끝나고 테레즈는 타임즈지에 취직하여 자기의 꿈을 키워가요. 그 후 캐롤이 같이 살자는 말에 거절할 정도로 '거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죠. 테레즈에게 캐롤은 터닝 포인트 같아요. 영화에서 캐롤의 친구 애비가 얘기하죠. ‘그냥 변했다고..’ 테레즈도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캐롤은 테레즈의 어깨에 자주 손을 얹어요. 그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에게 사랑의 전부로 다가왔을 거에요. 하지만 캐롤이 레스토랑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테레즈를 아는 잭이라는 남자가 아는 척을 하며 테레즈의 왼쪽 어깨에 자기의 손을 올려요. 그와 동시에 캐롤 역시 테레즈의 오른쪽 어깨에 자기의 손을 올려요. 저는 그 장면에서 테레즈의 고민이 느껴졌어요. 선택하여야 하는 삶 그 자체요.. 그리고 캐롤을 떠나 파티에 홀로 있던 테레즈는 자신의 빈 어깨를 깨닫고 캐롤이여야만 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것으로 그렇게 해석했어요. 테레즈가 생각중인 장면에서 'No Other Love’라는 노래가 나와요. 그때 테레즈가 자기 정체성을 깨닫는 것을  감독이 BGM을 통해 나타낸게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해석을 하고 있어요.


마롱: 캐롤이랑 테레즈가 같이 여행을 한 것도 그런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둘의 여행은 같이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여정 같아요.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작품도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고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사람들이었죠. 이 영화 자체도 성소수자들과 퀴어 매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이었을텐데요.

 

처음에는 담배에 익숙하지 않았던 테레즈가 캐롤이 떠난 뒤 담배를 피면서 사진을 인화하는 장면, 그 뒤에도 계속 담배를 핀다는 게 좋았어요. 캐롤이 애연가였던 만큼 테레즈가 담배를 피우는 건 캐롤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차를 타고다니는 장면. 차창에 비친 불빛 사이로 테레즈의 회상이 지나가는 장면을 정말 좋아했어요. 캐롤과 테레즈, 캐롤과 애비, 테레즈와 애비가 차를 타고 다니는 장면들의 느낌들이 다 다르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봤습니다. 차 안은 거의 완전하게 외부와 분리될 수 있는 공간이죠. 그 작은 공간 안에 두 사람만 있는 경우에는 특히 둘 사이의 분위기가 공간 안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각자 다른 관계와 분위기가 생생하게 담긴 화면을 보는 건 아주 설레는 경험이었어요.


요다: 영화의 주인공인 테레즈가 캐롤을 처음 마주치는 장면이나, 서로가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나, 그들이 여행을 떠나면서 차안에서 바라보는 장면이나,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까지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지독하게 섬세하고 서로만을 좇는 것 처럼요.


겨울: 둘 다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요. 전 캐롤이 딸의 양육권을 포기하는 장면에서 그걸 느꼈어요. 처음에 파티에 억지로 갈 때도, 치료랍시고 토마토 젤리만 먹는 것에 지겨워할 때도 ‘딸을 위해서 참아야지’,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변호사들하고 하지랑 모인 장면에서 "정신적 압박 때문에 동성애적 충동을 잠시 보였다"이런 말을 듣자 아 아니구나, 내 자신으로 살아야겠구나 하고 자신을 찾은 그런 표정을 잠시 보여요. "정신적 압박이라니?" 하면서요.

 

테레즈도 처음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확실치 않고. 하지만 캐롤과 만나면서 정서적으로 단단해져요. 이건 테레즈의 말에서도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겠어" 이런 말을 쓰다가 점점 더 확신을 갖고 주체적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고르잖아요.





4. 마치며.


여성들 간의 사랑을 너무나도 명백히 그린 '캐롤', 영화 캐롤은  명백히 두 여성간의 사랑을 그린 것이며 이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을 그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캐롤에 삼입된 음악도, 이미지도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운데요. 저희 모두 이 영화를 한 번 이상 봤고, 기회가 되면 영화관에서 내리기 전까지 계속 볼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희망적 엔딩으로 끝낸다는 점에서 몹시 즐겁기도 했습니다. 꼭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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