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피망의 이름, 나무님께서 당신의 죄를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고, 나중에 들어가면 좀 더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행사장에 일찍 갔다. 종합관 안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주최측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미 부스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안내를 받아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방금 나에게 친절히 위치를 안내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퍼레이드? 거기 갔는데 동성애자들이...어우, 메스꺼움이 확..."


내 면상을 보고 메스꺼워하면서 토하지 않은 것을 기적이라 여겨야 하나. 마음속으로 소소한 감사를 하며 중국어 숙제를 했다. 수트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무전기를 찾고, 부스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가 제일 위험한데" 라며 주의를 줬다. 내가 이미 와서 팜플렛을 받아가고 앉아있는 것을 포착했나. 강당에는 "남자같이 생긴 여자들이 왔다"는 말이 들렸다. 한 여성분은 친구와 함께 콘서트 포스터를 보더니 "내가 말한 사람이 이분이야! 이분 중학생 딸이 있는데 매일 같이 기도하고 그런대" 라며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강당에서 들려오는 혐오발언이 장내에 메아리쳤다.

 

 

뜨거운 관심 때문인지 본행사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대기줄이 생겼다. 재학생이면 채플 인정지로 보이는 파란 종이를 나눠줬는데, 이것 때문에 이렇게 많이 온 게 아닐까 추측했다. ‘외부인사’인 경우 이름과 전화번호, 서명을 받았다. 외부인사로 밝히고 가짜 이름과 가짜 전화번호, 가짜 서명을 하며 가명의 가명을 써야 했나 고민했다.


삼엄한 경계를 뚫고 앞자리에 앉았다. 학내 방송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2미터가량 앞에서 사람들을 찍고 있었다. 얼굴 다 팔리겠네. 참석자들에게 저녁을 나눠줬다. 고기주먹밥이었는데 신앙심이 가득찬 이 주먹밥을 입에 넣는 순간 죄스러운 입이 지옥불과 유황의 고통을 맛보진 않을까 살짝 걱정했다. 맛있기만 했고 그런 일은 없구나 안도하려는 순간 피망이 씹혔다. 극렬한 피망 반대자로서 한숨이 나왔다. 역시 나의 죄를 알고 있었던 게야. 옆에 있던 분이 폰을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봤어요?” 정문 앞에서 일어난 시위 사진이었다. 그분의 얼굴이 경멸로 점철되어 있었다. 봤을 리가 없죠, 일부러 피해서 먼저 왔는데.


 

출처: "성 소수자 인권? '살인마' 인권도 보호해야 하나", 뉴스앤조이, 이용필기자


 

행사가 예정된 6시 반이 지나도 반주만 울려 퍼졌다. 주위에서는 사람들이 ‘동성애의 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어떤 남성분은 나에게 과도한 친절을 보이며 쓰레기를 버려주는 등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미안해 자기,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내 앞에 있었던 분들인데 신앙적으로 토론을 하고 계셨다.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인정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등등. 더 듣고 싶었지만 찬송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반주가 틀렸다. 밖에서는 시위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일 먼저 교목실장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가난에서 시작해서 수구 슬픔 당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서사는, 복음을 전수하고 삶과 인격이 개화해서 경제가 부흥했는데 이 때문에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이 상실되어 동성애자들이 급증했다는 자가당착이었다. 기독교의 본질을 묻고싶었다. 13세기까지도 지중해에서 기사들이 서로 결혼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아냐고도 묻고 싶었다. 연사는 로마사의 예를 들며 네로 트리아누스 하드리아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같은 황제들이 기독교를 탄압했다 말을 이었다. 사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기독교 탄압을 완화시킨 분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곳의 미덕은 침묵이 아닐런지. 예배는 피조물이 창조자에게 경배를 드리는 시간인데, 이 귀한 시간에 성경에 죄라고 써 있는 동성애에 대해 말해야 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말도 하셨다. 구약 레위기에서는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는 곧장 우리는 신약시대에 살고 있으니 실제로 죽이면 안된다는 두번째 자가당착으로 이어졌다. 로마서와 고린도서를 예로 들며 동성애가 죄라고도 말한다. 1992년에 이미 뉴욕타임즈 오피니언 란에서부터 수도없이 반박된 내용인데, 공적인 자리에 사실여부는 확인하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성소수자를 살인마와 비교하며 "소수자라고 존중해야 합니까? 살인한자도 소수자인데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탄도 소수자입니다" 라고 하신다.  성소수자와 살인자의 연결고리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대한민국 헌법 제27조에 형사피고인의 권리도 직시되어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연설 후 이어진 찬양에는 어김없이 여기저기 방언이 터져나왔다. 알렐렐렐레 에레레레레. 나도 해야 되는 건가. 역시 인생 내내 무교로 살아서인지 신의 축복은 오지 않았다.


재밌는 점은 총신대 입구에서 진행된 콘서트 반대시위에 대한 언급이었다. 반대자들이 굉장히 특권을 원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들을 위해 피켓만 들고 오지 않는다면 방해를 해도 되니 들어오라고 했지만 피켓을 놓고 오기를 거부했습니다. 즉 자신들의 요구를 100% 다 들어주지 않으면 탄압이란 겁니다.” 하지만 실제 밖에 있었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피켓을 놓고 오는 것으로 나중에 합의했음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전한다. 강당 한쪽에는 ‘동성애 옹호자들 전용석, 동성애 옹호하시는 분들만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철거했는데, 이를 두고 “여기 앉아서 들을 수 있는데 들어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에두르는건 억지스러웠다. 더 의아한 것은 내부에서 사진촬영이나 녹음, 녹화를 금지한 것이다. 사실왜곡을 행한 게 밖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서인가? 이들의 부끄러운 태도야말로 하나님의 화를 돋구지 않을까, 순간 마음 한켠에 이들을 궁휼히 여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하나님에게 벌받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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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성 소수자 인권? '살인마' 인권도 보호해야 하나", 뉴스앤조이, 이용필기자


 

재차 콘서트의 목표는 동성애 혐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님을, 본질에 대해 배우고 의견을 개진하며 실체를 그대로 말하고 진실을 알리는 자리라고 언급되었다. 그리고는 동성애가 우리 국가와 사회 안전망에 관한 문제고 장차 청년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반복되었다. 그 와중에 동성애자들을 사랑하고, 구원받아서 함께 나가길 소망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짝사랑과 스토킹은 하는 게 아니라고 충고하고 싶었다. 그런데 누가 누굴 구원해?

 

<나는 더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전형적인 성소수자 비극에 필요한 요소가 쏙쏙들이 들어가 있었다. 어두워진 강당, 드라마틱한 음악, 동성애가 하나의 중독이고 내 몸 세포 하나하나를 다 찢어버리고 싶었다는 사람들의 고백, 염안섭씨의 HIV 감염인 가상(?) 인터뷰- '성관계에서 남성 역할이셨어요 여성 역할이셨어요?'- 와 에이즈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에 대한 언급, 확인할 길 없지만 ‘트랜스젠더 1호’로 불렸다는 김유복씨의 비참한 말로. 아니, 우리나라는 노인빈곤률이 워낙 높아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말로가 비참할 텐데. 바로 며칠 전 진행한 서울대 수요예배에 관해서도 잠시 이야기가 나왔다. 염안섭씨는 ‘여장남자 2명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하며 ‘스마트폰으로 조롱’하셨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들고 있어야 조롱거리가 되는걸까.  그럼에도 ‘반대세력’ 중 몇몇이 표정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감동받아 백상현 기자의 책을 가져갔다고, 앞으로 변화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정신승리란. 나같은 찌끄레기는 그의 관심법을 가늠할 수 없다.

 

 

동성애 비참 서사는 계속되었다. 4~50대 동성애자는 수적으로 적고 대부분 활동을 안하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한다고, 이것이 동성애의 말로라고 한다. 잠시 사탄적인 생각이 스쳤다. 예능을 보면 맨날 시스젠더 헤테로 남자들이 ‘결혼 싫다’고 하는데, 이야말로 이성애의 말로가 아닌가?


이번에는 김지연씨의 발언이다. 덴마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성애가 수명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하면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에 24년의 수명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성결혼한 이들에 비해 동성애자들은 애도 못낳고 죽는다며 동성애가 인간의 육체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봤다.

 

1. 1989년과 1995년 사이에 동성결혼을 한 커플 중 첫 10년 사이의 사망률은 올라갔는데 1995년 이후 효율적인 HIV/AIDS 처방이 존재한 후에는 사망률이 확 떨어졌다.

 

2. 1989년과 2004년 사이에 동성결혼을 한 여성은 보통 여성에 비해 사망률이 34%가 높았다.

 

3. 그러나 1995년 이후 동성결혼을 한 여성/남성의 경우 이런 과다한 사망률은 결혼후 1~3년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결론: 이런 과도한 사망률은 동성결혼후 첫 몇년 사이로 국한되어 있으며 이것은 아마 결혼전 존재했던 질병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게이 남성과 레즈비언의 사망률이 급증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연구결과이다.


다른 연구결과를 찾아보니 동성결혼을 한 게이 남성의 경우 이성애자 남성 중 이혼이거나 비혼한 남성보다 훨씬 사망률이 낮았다는 수치도 있다. 다른 연구결과에서는 아직도 이들이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살하는 비율이 높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동성애자 중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이들을 둘러싼 가혹한 환경과 차별 때문일까, 아니면 콘서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동성애 자체가 자살을 유발(!) 하는 것일까. 무엇이 더 과학적인 근거란 말인가?


개그맨 오지헌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연예인들이 가는 교회에서 트랜스젠더로 바뀌는 경우를 목도했다고 한다. 예배를 해서 하나님을 만났으면 거기까지 갔겠냐는 주제넘는 걱정은, 자기 주위에 동성애자인데 돌아와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있고 아이를 낳기도 한다는 정상성모델로 귀결되었다. 기승전베이비라니. 감히 레즈비언의 암 위험도 언급한다. 임신하는 것이 일반여성이 건강을 유지하는 법이라는 게 골자였다. 자궁이 있어야만 여성인가? 자궁이 있다고 여성인가? 자궁을 갖고있으니 아이를 낳아서 건강을 유지하라는 발상은 나를 인간 인큐베이터로 취급하는 것 이상도 이하로도 들리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 초경때부터 계속 쭉쭉 임신을 매년 했어야 하는데, 내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구나.


동성애를 혐오하지 않는다면서도 동성애자들을 포르노 중독자 혹은 어린시절 성추행 당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지겹고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염안섭씨에 따르면 게이의 경우 어릴 때 동성애자에게 추행을 겪어서 동성애자가 된다. 증거로 ‘탈동성애’ 한 여성분의 회고영상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 의해 폭행을 당해 여성에게 더 끌리게 된 것 같다는 내용이다. 일관성이 없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레즈비언은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여성에게 추행당한 여성을 지칭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염안섭씨는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와의 관계 부족으로 발생한 동성애는 부재의 자리를 하느님의 사랑으로 메꿔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신사부일체를 보는 거 같았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HIV/ AIDS에 관한 서술도 다르지 않았다. 에이즈를 동성애가 원인인 것처럼 묘사하며, 이들이 특권을 누린다고 설명하며 이를 세금폭탄으로 이어간다. 그렇게 세금이 아까우면 우리 사회에서 방산비리나 척결하지 왜 특권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낸 세금이 집 앞 보도블럭 바꾸는데 사용하는 거야말로 세금폭탄 아닌가. 세금회피용 보도블럭 교환은 다른데에서도 흔히 일어나는데, 왜 이런것은 희화화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어지는가. 왜 에이즈환자는 아무 요양병원에도 가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는가. 세금폭탄 논리에 발정난 게이논리가 거든다. 게이들은 ‘식’이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식’에 해당되는 사람을 보면 성욕에 미치기 때문에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과 같이 있어도 성욕때문에 ‘우리 아버지’들을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징그럽다는 발언이 터져나온다.

 

혐오의 정의도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말에 따르면 혐오는 역사적으로 극심한 탄압을 받는 것이고, 이것이 타고난 것이어야 한다. 한데 동성애자들은 역사적 탄압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나치 치하에서 그렇게 많은 동성애자들이 학살당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실직하고 사회로부터 탈락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건가, 보지 않는 건가? 이들은 동성애자들이 포르노중독자거나 상처가 있는 이들이라 우기며 치유하고 전환해야 한다 말하면서, 정작 동성애자들이 기독교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앗아간다 말한다. 탈동성애를 강요하면서 억압받는다고 생각한다면 해결은 쉽다. 개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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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치하에서 탄압을 받은 동성애자들

출처: Stop-homophobia.com


인권의 정의도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음받은 것이라고 한다. 성소수자 인권 옹호가 부도덕한 성행위,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를 파손시키고 전통적 사회질서를 허문다고 한다. HIV/AIDS에 감염된 자가 동성접촉으로 확산되고, 군대 내에서도 동성간 항문성교가 늘어나기 때문에 동성애자의 헌혈행위가 헌법 37조 2항에 어긋난다고 한다. 그렇게 쫄린다면 헌법소원을 내면 될텐데. 인권개념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와있는데 왜 이렇게 호도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고 회복되는 것이며, 사실 다 이성애자고 상처와 문화의 영향으로 동성애자가 된 것이니 우리는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동성애자를 자식이라 생각하라...  당신 같은 아버지를 둔 적이 없다. 이미 효과 없다고 결정난 전환치료를 옹호하는 태도에는 더 말을 붙이지 않겠다. 학생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찬양이 시작되었고, 그 모든것이 너무나도 공허했다. 아직도 입안에 씹히는 피망맛처럼 공허했다.

 

나오는데 사진을 찍자는 얘기가 들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역시 채플을 채우기 위해 온 것인지 우르르 나갔다. 한 테이블에서는 동성애 반대서명을 하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백상현 기자의 책을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었다. 죽은 나무들이 거기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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