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롱(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동성결혼은 성소수자 이슈에서 언제나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화두 중 하나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결혼은 개인에게 가장 개인적이며 현실적인 꿈인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동성커플이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1년 네덜란드를 필두로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 법제화의 포문을 열기 전까지는 결혼제도는 말 그대로 가부장적 사회를 공고히 하는 이성부부 중심의 가족구성제도였다. 하지만 여러나라에서 동성결혼이 법제화된 지금, 결혼의 의미와 그 주체들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리 배지트 교수의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는 동성결혼의 법제화가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결혼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결혼의 대안적 제도와 결혼 그 자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섬세한 통계와 함께 설명해준다.  
 
동성결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란 동성결혼이 ‘전통적인 결혼제도’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소돔과 고모라의 불벼락이 내리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저 주장들은 주님의 메테오를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알아채기 힘들다.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작가는 동성 결혼 합법화 후 상대적으로 오래된 네덜란드와 북유럽의 통계를 가져온다. 상세한 통계결과를 종합해보면 결혼하는 커플 자체가 줄고 있으며 출산율은 줄어들었지만 이성과 동성을 불문하고 많은 커플들이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결혼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도가 있기에 결혼 자체를 고집하는 커플이 줄고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결혼은 동성애자들을 변화시킬까? 사실 결혼에 반대하는 동성애자들도 있다. 결혼제도 자체에 반대할 뿐 아니라, 결혼이라는 이성애 중심적 제도가 동성애자 사이에 들어오면 우리만의 문화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한다. 하지만 박탈당한 권리, 부자유스러움 아래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갖는 것과 평등과 자유 아래 이전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사이에 어느 쪽이 옳은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동성결혼의 법제화는 성소수자들이 이때까지 갖지 못했던 권리, 인정받지 못했던 관계의 핵심을 찌르는 가장 중요한 권리를 보여주는 척도 아닌가.
 
동성커플이 꼭 결혼할 필요는 없으며 결혼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많은 커플이 결혼 대신 파트너 등록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파트너 등록제는 물론 결혼보다 간단하고, 아직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은 국가에서 결혼제도의 대안으로 내놓기도 하며, 이성커플 또한 대안적으로 선택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동성커플에게 파트너 등록제란 진짜가 아닌 고작 이것, 이등시민으로서 받아야 하는 시혜적 대안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오히려  동성커플에게 결혼과 파트너 등록제도를 비롯하여 그 밖의 가족구성 모델을 모두 제공한다면 그들은 정말로 결혼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단계로서 결혼이라는 가능성이 열려있지 않는 경우, 파트너 등록제는 ‘진짜 결혼’의 초라한 대체제로서 의미밖에 갖지 못할 것이며, 성소수자가 이등시민으로 차별받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제도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사실 결혼은 하나의 아이콘일 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이 제도는 이제 낡았고 삐걱거리며 약간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들이 결혼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커플들이 결혼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결혼이 가족과 사회를 이룰 기본적인 권리를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은 어쩔 수 없이 낡았고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지만 다행스럽게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결혼은 가부장적이고 여성의 희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말할 필요도 없이 이성애 중심적이었다. 이는 결혼을 만들어낸 문화 자체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최근의 결혼이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동시에 이성애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었던 기존의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은 약간 감동적이다. 작가의 말대로 결혼은 물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끊임없는 보수·수리작업을 통해 쓸려나가지 않는 도시와 같다. 기존 사회를 이루는 가장 큰 기둥 중 하나로서 결혼은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소수자 감수성에 의해 보수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쓸려나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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