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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아이다호 데이

아이다호 공동행동 기획단 후기

by 행성인 2016. 5. 18.

 

 

스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4월 즈음 행성인 운영위원 나라님에게 아이다호 기획단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뭔가 스카웃 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꽤 기뻤습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들어간 이후에 좀 후회도 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된 부분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떤 아이디어를 내거나 단순 연락 돌리기 정도야 할 수 있었지만 실질적인 조직이나, 행사 전반적인 흐름과 연계되는 부분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건 왜 해야 하는 건지 등 기초적인 정리조차 못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공장 관리인이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포장만 하는 노동자가 된 느낌이랄까요.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전반적인 이해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획단 회의에서 오고간 내용이 이해 못할 정도로 어려운 건 없었는데도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해하는 것과 체화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성소수자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어떤 행사 기획 자체가 처음인 저에겐 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거든요. 


아이다호 행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치러지던 행사고, 따라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이 정해진 상태였는데 아마 그 점이 저에게 더욱 생소한 부분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아이다호라는 말 자체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제가, 그간 어떤 논의 과정들을 거쳐서 이런 틀이 형성 됐는지 감이 오긴 힘들 테니까요. 아마 기획단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으로 처음부터 모든 걸 토의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실정이었다면 몸과 마음은 힘들었어도 생소하거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다호 기획단 활동은 이런 생소함을 어떻게 하면 줄여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건 아이다호 기획단 활동뿐 아니라 성소수자 운동권의 모든 행동 전반에 걸쳐서 하게 되는 고민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기존의 활동가와 신입 활동가 서로가 노력해야겠지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멀리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론과 기초적인 인권 개념부터, 미국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 한국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 그 중 한 단체인 행성인의 역사 까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어떤 물줄기를 타고 여기까지 왔나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성인 내부에 스터디 소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실제 모임을 갖진 않아서 제가 계획한 것처럼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게 가능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아이다호 기획단 후기에서 스터디 소모임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는 게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드네요. 


다시 아이다호 기획단 후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기획단을 하면서 좀 흥분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발언, 연명 요청 등등 행사 조직에 대해 얘기 할 때 익숙한 국회의원이나 정당 이름들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활동가 분들이 참 자연스럽게 그 이름들을 꺼내고, 그 분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성소수자 운동이 제 생각보다는 정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부분이 참 기뻤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나의 얘기가 국회의원이나 정당에게 전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이정도면 정치에 꽤나 직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다호 행사 기획단이기에, 어떤 정책적 변화나 새로운 의제를 요청하는 자리까진 아니였지만 다음에 그런 자리에 간다면 나의 목소리가 정계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재미난 희망을 보았습니다. 앞으론 그런 자리들을 더욱 찾아 가고 싶습니다.


아이다호 기획단 활동을 통해 많은 점을 깨닫고 갑니다. 덕분에 스터디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정치활동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어서 참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하단 걸 느꼈고 다음에 또 비슷한 기획을 하게 된다면 더 능숙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땐 꼭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