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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무지개' 빛이 있으라

by 행성인 2017. 4. 18.

 

썅챠이(행성인 대전회원모임/ 전국퀴어모여라)

 

 

 

어딘가에서 저에 대한 소속을 밝혀야 할때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와 대전녹색당을 이야기 하곤 하지만 사실 누군가가 저에게 활동가라고 불러주거나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우주의 먼지 보다도 더 작아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저는 아직 활동가라는 단어와 조금 더 천천히 친해지고 싶은 대전에 살고 있는 썅챠이 입니다.

저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성적 끌림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고민 등을 하는 중입니다. 고민이 풀리는 것 같은 지점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면서 곧이어 다시금 새롭게 출몰하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끙끙대곤 합니다. 특히 몇년 전 부터 최근까지 내가 혹시 인터섹스는 아닐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를 완전하게 호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첨예한 이름표를 붙이고자 복잡한 정체성의 언어를 알아보고 이런저런 시도들도 많이 해봤습니다. 그 과정동안 고립되는 듯한 몇번의 회의를 거듭하기도 했고요. 요즘도 여전히 궁금증이 있지만, 이름표를 찾는 작업보다는 정상성에 의문을 품는 방향으로 고민의 무게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아직 인권이 무엇인지 제 나름의 해석력을 갖추진 못했습니다. 인권이라는 말을 조금은 조심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그저 지금은 여러 각도에서 질문을 해 보고 있는 단계, 정도 일까요. 아마도 이쯤되면 뭐 이렇게 깔끔하고 분명한게 하나도 없는 사람인가 싶을텐데, 이렇게 불분명해 보이는데도 어떻게든 행동을 하고 싶고, 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혐오가 부당하다는 감각만큼은 확실히 느끼기 때문이지요.

 

제가 살고 있는 대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제가 처음 대전으로 내려온 6년전과 비교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이슈만큼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고 느낍니다. 지역 기반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솔롱고스가 멋지게 활동 중이고, 6년 전만 하더라도 보기 어려웠던 대전 지역 대학 내 퀴어 동아리들이 생겼고, Ally임을 선언하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전-충청권 특유의 자기자신을 최대한 감추고 싶어하는 지역사람들의 특징을 생각하면 신기해 할만한 현상입니다.

 

대전에서 저는 아직 많이 알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경청의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듣고 재밌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영화를 매개로 우리가 행동해 볼 수 있는 일들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대전에 있는 성소수자들은 행성인 활동 중에 부모모임에 관심을 많이 보였는데요. 얼마 전 대전에서 부모모임 정기모임은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청소년 인권팀, HIV/AIDS 인권팀, 성소수자 노동권팀, 그리고 결코 짧지 않은 20년이란 세월동안 행성인에서 멋진 활동을 해오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대전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성정체성과 성적지향때문에 행성인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알아갈수록 자유와 평등이라는 큰 범주내에서 우리가 연대하여 싸우고 쟁취해야 할 권리와 가치가 많다고 느낍니다. 이건 분명 장기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일 하나하나에 과하게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제 스스로가 꾸준히 묵묵히 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저는 아마 한동안은 계속 행성인 멤버로써 대전에서 해 볼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며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대전만의 환영식이 있지요. 이름하야 '똠원결의' 행성인 대전 멤버들과 Queer Pride를 한껏 키울 분들을 똠양꿍 집에서 만나길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