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울산성소수자모임 THISWAY )

 

7월 15일 퀴어의 명절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나를 포함한 우리 디스웨이 회원도 그날만을 기다려왔다. 게다가 이번 퀴퍼는 더욱 우리를 설레게 한다. 바로 퀴어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처음으로 퀴어버스를 타고간다. 디스웨이가 생긴지 이제 2년, 회원은 30명 남짓한 단체에서 준비금만 100만원이 넘는 큰 사업을 할 거라 상상도 못했다. 이것은 연대의 힘이다.

 

 

울산은 성소수자인권의 불모지였다. 한국노동운동사의 1번지인 반면에 장애인, 여성, 청소년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은 출발이 늦었다. 그 가운데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가 가장 짧다. 울산 퀴어들은 디스웨이가 생기기 이전에는 알음알음 알고 지냈을 뿐 지역사회에 드러나지 못했다. 그러나 한명의 용기있는 퀴어가 디스웨이를 만들었고 디스웨이는 감히 울산에 성소수자인권 신장을 꿈꿨다. 내부에선 퀴어이론을 공부하고 알바노조나 여성주의 단체와 교류를 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디스웨이가 제 목소리를 낸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우리는 2016 서울 퀴퍼에서 퀴어뽕을 맞고와서 3.8 세계여성의날 행사를 시작으로 지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 트랜스젠더 추모행사와 같이 퀴어행사에는 참여했지만 퀴어가 아닌 시민사회와 만나서 우리를 알린 것은 처음이었다. 두려움도 컸다. 걱정이 무색하게 많은 사람들이 반겨주었고 응원해 주었다. ‘울산성소수자모임 THISWAY' 란 이름을 내걸고 지역사람들을 만나는 건 흥분되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처음 보는 성소수자에게 표정관리를 못하고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사람도 만났고 성소수자가 왜 사회적 약자인지 따져 묻는 사람도 만났다. 반면에 우리의 활동을 응원하고 연대를 약속하는 동료도 늘었다.

 

디스웨이와 큅(QIP) 연합 노동권 세미나 팀의 울산과학대 농성장 방문 사진

 

디스웨이가 나름대로 지역에서 연대를 시작할때 쯔음에 ‘군형법개정안 법안 발의’ 소식이 들렸다. 몇 차례 무산된 법안 발의여서 긴장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대표발의자 김종대 의원한테 항의가 쏟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커졌다. 울산 무소속 국회의원 두 명도 공동발의자 였지만 혐오세력이 나타날 거라 생각은 못했다. 울산은 아직도 ‘퀴어’, ‘성소수자’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위기니까 방심했다. 윤종오(북구), 김종훈(동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1만통의 항의 문자가 쏟아졌고 지역에 집집마다 항문성교와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담긴 선전물에 꽂혔다.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동네마다 항의 현수막이 걸렸다. 세상에 울산에 이렇게 ‘우리’를 아는 사람이 많았다니! 예상치 못한 공격에 두 국회의원 사무실은 비상이 걸렸다. 디스웨이는 울산인권연대와 지역사회에 간담회를 제안했다. 첫 모임에는 정의당, 노동당, 민중의 꿈, 민주노총 여성위를 비롯한 지역 사회단체와 정당, 노동단체가 모여주었다. 위기가 기회라고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는 지금이 우리를 알리고 우리의 인권을 지켜낼 시기라고 뜻을 모았다. 그리고 하나씩 차근차근 하기로 했다. 단체내부에 구성원들과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해나가고 퀴어 영화 공동상영을 하고 지역행사에 인권부스를 내서 디스웨이를 알리고 ‘군형법 92의 6 폐지’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기로 했다.

 

울산에서 기독교단체와 자유한국당이 ‘군형법 개정안’에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성소수자를 공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디스웨이를 걱정해주는 사람도 늘고 개인 후원금도 들어왔다. 금액을 떠나서 ‘후원이예욤’ ‘울산 성소수자시민’ 이란 글씨가 통장에 찍힌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더 열심히 싸우고 더 많이 알려보자’ 라는 마음으로 회원들도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그 각오가 퀴어버스를 만들었다. 이번 퀴어버스는 재정적으로 디스웨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버스가 될지 모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여기 살고 있고 너희에게 기죽지 않는다’ 이다. 버스가 가득차진 않겠지만 울산 퀴어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갈 것이다. 그리고 퀴어뽕을 잔뜩 맞고와서 그 힘으로 혐오세력과 싸우고 연대를 넓혀갈 생각이다. 더불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서울퀴어문화축제 운영진과 실무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디스웨이가 있기까지. 성소수자의 불모지 울산에 까지 성소수자모임이 생기기까지, 앞서 만들어진 성소수자인권 단체들이 싸워주었고 퀴어문화축제가 있어주었다. 지역에서 함께해주는 연대들 만큼이나 만난적 없어도 각자의 위치에서 퀴어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도 고맙다. 다시 한번 생각한다. 퀴어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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