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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행성인 연대활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소개합니다

by 행성인 2018. 3. 4.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 편집자 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단체명에 '연대'가 들어갈만큼 연대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체입니다. 올해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함께하는 연대체들을 하나씩 소개드리며 그 활동을 알리려고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첫 출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출범한 것은 2011년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어느 날 갑자기 인권단체들이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하고 뚝딱 만든 것이 아니에요. 긴 역사의 시발은 무려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고 참여정부시절이던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안 권고안을 마련하게 됩니다. 다음해인 2007년 이를 받은 법무부는 20개의 차별금지조항을 설정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첫 입법 예고하게 되지요.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와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었어요. 그러나 이때부터 과연 이 사회의 평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되는, 차별금지법의 수난이 시작됩니다.


재계 및 보수기독교계의 반발로 인해 차별금지사유 중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적지향, 학력’의 7개 조항이 삭제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떤 차별은 행해도 된다니요!!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법이 도리어 ‘차별을 받아도 되는 사람’과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나눠버렸습니다. 인권시민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에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고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누며 ‘누더기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2007년 ‘올바른 법제정을 위한 반차별공동행동’을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그런 과정에서 ‘누더기 차별금지법’안은 2008년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됩니다. 그러나 법안 자체가 폐기된 것이지 온전한 차별금지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에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반차별공동행동은 2010년 차별금지법 초안을 마련하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1년 1월 5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가 출범합니다.

 

 


차제연은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이란 구호를 외치며 ‘을들의 이어말하기’ 등 담론과 쟁점토론, 법안 구성, 연대를 위한 대중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법제정으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2011년, 2013년 18대, 19대 국회에서도 연이어 발의되었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법안 폐기됩니다. 심지어 19대 때에는 ‘보수기독교 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자진 철회하기까지 합니다. 우리의 삶이 권력이란 이름 아래 거래되고 짓밟히는 과정의 연속이었지요. 이런 상황 속에서 14년부터 16년까지 차제연의 활동은 힘을 받지 못하고 소강상태에 접어듭니다. 비록 법제정에 이르진 못했으나 이 시기의 활동은 반차별운동을 확산시키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운동의 연대를 강화해 나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남겼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재출범
2016년 겨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 부조리한 정권에 맞서 온 국민이 광장에 나와 밝힌 촛불을 말이지요. 촛불은 단순히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회가 공정하고 우리의 삶이 평등해지기를 바라는 열망,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고 새로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나라를 향한 기대와 요구를 담은 촛불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정부에 의해 삭제될 뻔한, 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많은 사람들도 시민으로써 촛불을 들고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며 싸웠습니다.


이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문제는 특정 소수자 집단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의 문제이며, 개인이 가진 다양한 차이들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음도 우리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맞댄 광장의 온기 속에서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민사회단체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차별금지법 없이 민주주의 없다’를 기조로 기자회견을 열고 마침내 2017년 3월 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재출범합니다.  

 

재출범한 차제연은 2017년 한 해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먼저 광화문 광장에서 9월 12일부터 12월 8일까지 52일 동안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차별금지법을 알리는 대중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차제연이 간다!’ 차별금지법제정운동 확산을 위한 전국 간담회를 개최하여 반차별‘이라는 가치를 확산하고 지역에서 반차별운동이 활성화되는 데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소책자를 발간하고 주간 평등업을 발행하는 등 차별금지법과 차제연의 활동들을 알려나갔습니다. 1년의 활동은 12월 9일 차별금지법제정촉구대회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우리의 목소리로 함께 외치며 운동의 힘을 모으고 서로의 있음을 확인했지요.

 


차제연의 활동은 단지 차별금지법 제정에만 있지 않습니다. 법제정을 넘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차별’이라는 담론을 일상의 내 삶 속에서 발견하고 이야기하며 나누고 바꾸어갈 수 있기를,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사실 차별금지법은 거창한 법이 아닙니다.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고, 나 또한 차별받지 않겠다는, 내 일상의 존엄, 평등한 우리 삶을 위한 가장 작은 약속입니다. 2018년에도 차제연은 이 작은 약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탄탄하게 활동할 것입니다.

 

● 현재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는 115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으며, 함께 하고자 하는 단체 및 개인분들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대표메일 (Mail) : equalact20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