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요그야카르타 원칙, 생소한데?
제4강 SOGI 인권 이슈의 이해 1은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중심으로 소지법연구회의 조혜인님께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요그야카르타 원칙. 그 이름부터 발음하기 어렵습니다. 많이 생소했습니다. 이 원칙의 이름은 2006년, 인도네시아의 요그야카르타라는 곳에서 작성된 것에 유래하는데요, 국제NGOs와 국제인권법 전문가들이 모여서 2006년 당시 존재한 국제인권법을 톺아보며 성소수자 인권 관련 내용을 29가지의 원칙으로 정리·나열하고 기술한 것이라고 합니다.

 

▼ ‘모든 사람’ 속에 성소수자가 있어!
요그야카르타 원칙은 새로운 규범이 창설된 것이 아닙니다. 세계인권선언문을 포함해 유엔의 각종 규약까지, 이미 국가들이 국제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무들을 성소수자 인권을 중심으로 재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살펴본 국제적 선언/법규들이 모두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명시하여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을 정확히 얘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논의한 사람들은 사람의 역사가 그렇듯, 사람이 만든 선언문과 법규들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시대/역사적 맥락과 변화에 따라 ‘모든 사람’, ‘인권’ 등의 개념을 다시 해석하고 재정리함으로써 성소수자의 인권을 서술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사람’이라는 개념 속에 아동·청소년이, 여성이, 유색인종이, 또 다른 소수자/집단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도 ‘모든 사람’이라는 개념 속에 포함되지 않았던 과거가 있었던 것인데요, 지금 시대 우리는 ‘모든 사람’이라는 개념 속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도 주장하며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그야카르타 원칙이 그것을 강력히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그런데 요그야카르타 원칙, 그저 글씨에 불과한 거 아니야?
우리는 많이 고민하고 질문하곤 합니다. 법/제도/규범이 바뀌면 세상이 변하냐고.

 

‘법이 제정되면 세상이 바뀌나?’,
‘사람들의 인식·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 거 아니야?’,
‘선언이 무슨의미가 있어?’,
‘법이 제정되면 세상도 사람도 변하겠지!’

 

요그야카르타 원칙 역시, 강제성이 없는 원칙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도/규범과 현실의 간극 속, 어떻게 세상은 진실된 변화로 향할까요? 강의를 해주신 조혜인님께서는 두 개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도/규범의 의미를 모두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반대로 제도/규범을 절대시하여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권,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그 발전의 역사는 항상 현실적 상황과 제도/규범 모두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우리는 제도/규범과 현실 사이의 간극 속에서 그 간극을 메우며 인권을 새롭게 써왔습니다. 인권을 향한 투쟁이 제도/규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제도/규범이 인권을 향한 투쟁에 불을 지피기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현실이 법을 따라가기도 하고, 법이 현실을 따라가기도 하는 상황 속, 지금 우리에게 요그야카르타 원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 우리가 어떤 권리를 침해받아 왔는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어!
강의시간에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근거로 하여 우리 성소수자의 인권이 어떻게 침해되었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지 서술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의 전에 했습니다. 그러나 사례를 통해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다시 보니, 제대로 지켜지는 원칙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인권의 현실과 요그야카르타 원칙 사이의 커다란 간극만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저는 요그야카르타 원칙이 현실과 제도/규범 사이의 간극을 선명히 보여주는 도구로서 엄청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극, 인권을 새롭게 쓸 수 있게 하는 그 간극을 본 것입니다. 저는 이제 앞으로 ‘성소수자가 무슨 차별을 받는다고 왜 난리야?’ 하는 질문에 더 잘 요목조목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더 강력히 저항할 수 있겠다, 우리가 직면한 차별에.
요그야카르타 원칙과 함께 강의시간에 차별금지법, 군형법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의 또 다른 제도/규범을 살펴보았습니다. 차별금지법의 의미, 군형법의 의미,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개헌까지 많은 제도/규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제도/규범이 우리의 삶을 속박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해방시켜줄 수 있는지, 그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싸워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듭니다. 조혜인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제도/규범이 전부가 아니고 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역시 아닌 것을 고려하여, 우리의 삶과 제도/규범 사이의 불균형을 명확히 인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더 잘 싸워야겠다고, 더 잘 싸워야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강력히 저항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배운 요그야카르타 원칙이 성소수자 인권의 전부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기술한 자료이자 원칙으로서 혐오세력과 차별에 대항할 때,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이용하여, 평등과 불평등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제도/규범이 인권과 평등의 원칙을 선명히 제시할 수 있도록, 우리의 운동을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만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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