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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 - 퀴어 프렌들리 업장 매그넘&퀸뽀차 대표, 퀸뽀님 인터뷰

by 행성인 2018. 3. 1.

인터뷰 한 사람: 오소리, 길벗, 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퀸뽀(매그넘&퀸뽀차 대표), 여단(퀸뽀님의 애인)
 

※ 편집자 주: 홍대와 상수역 인근 퀴어프렌들리 업장인 매그넘(2층)과 퀸뽀차(1층)를 운영하고 계신 퀸뽀님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특별히 퀸뽀님의 애인인 여단님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행성인 노래패 모임에서 우연히 퀸뽀차에 들렸다가 퀸뽀님과 인사를 나누게 됐고, 웹진팀까지 연이 닿았네요. 사실 그 전부터도 퀸뽀님은 행성인과 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퀴어프렌들리 업장에 대한 소개와 행성인과의 연은 무엇인지, 아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볼까요? :)

 

 

오소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퀸뽀: 저는 퀸뽀라고 합니다. 홍대에서 퀴어 프렌들리 업장을 운영하면서 사랑하는 여자와 열심히 연애하고 있습니다.
 
여단: 여단이라고 하고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제 정체성 찾아가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는 퀴어입니다.

 

 

어느 곳이든 '나'를 지우지 않을 수 있는 공간

 

 

퀸뽀차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오소리: 퀴어 프렌들리한 업장이라고 공공연히 공지해놓으셨는데요. 어떤 운영원칙을 가지고 계신가요?
 
퀸뽀: 안 그래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운영 모토에 대해 여쭤보세요. 네가 퀴어인데 왜 퀴어 전용 업소가 아니지? 게다가 여긴 홍대잖아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되게 단순해요. ‘굳이 퀴어 전용 업소여야 하는 이유가 뭘까?’ 예요. 사실은 프렌들리라는 단어도 쓰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프렌들리’라는 단어를 봤을 때, ‘자기가 뭔데 나랑 프렌들리해?’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웃음) 하기 싫었는데 이게 호모 포비아들을 거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왜냐면 우리들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썼고. 물론 퀴어 전용 업소보다 아웃팅의 위험이 더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잖아요. 우리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우고 싶지 않아하는 우리이기 때문에 그정도 위험을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운영 모토에 대해 매그넘 트위터에 입장문을 한 번 쓴 적이 있어요. 그 중에서 몇 줄을 인용하자면,
 
“퀴어 전용을 따로 찾아다니는 게 아닌, 어느 곳이는 ‘나’를 지우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디를 가든 우리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길 바랍니다. 어디를 가든 괜찮길 바랍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이시라면 한 번쯤은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떨려하면서 썼던, 제 생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입장문이고 모두에게 전했으면 좋겠는 입장문이라. 그리고 입장문에는 짧고 굵게 쓰느라 차마 넣지 못한 말이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사실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퀴어 업장이라고 하면 ‘게이는 종로, 레즈는 홍대.’ 라고 인식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게 항상 마음에 참 걸렸어요. 그럼 바이섹슈얼은 어디로 가야 하죠? 같은 동성이 아니라 이성의 애인을 만날 때 갈 곳이 없어요. 게이나 레즈로 정체화하지 않은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야하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의 퀴어 전용 업소들이 여성 전용, 남성 전용으로 나뉘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일단 업소를 운영하는 우리들이 오시는 분들의 성별을 알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서 수술을 하지 않은 트렌스젠더를 알아보실 수 있으세요? 저는 못 알아봐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실이, 논바이너리, 에이젠더, 바이젠더 등…. 젠더를 이분화 할 수 없어요. 젠더가 없을 수도, 희미할 수도, 하나 이상일 수도 있는 건데 그런 분들이 들어와서 안녕하세요 하는데 알 수가 없잖아요. 그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되는지. 게이들 사이에서 되게 핫하다고 하는데, ‘나는 남자를 만나고 있지만 바이 젠더야. 나는 그럼 전용 업소를 못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거지만 그럼에도 가겠죠. 갈 곳이 없으니까.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마음에 너무 걸려서, 그래서 퀸뽀차와 매그넘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누구든지 간에 어디에서도 괜찮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긴 공간입니다. 앞으로도 늘 그 자리에 한결같이 여러분들을 위해, 저를 위해, 모두를 위해 있을 겁니다.

 

매그넘 트위터 계정에 있는 입장문

오소리: 이전에도 비슷한 업소를 운영하신 적이 있으세요?
 
퀸뽀: 일단 레스토랑에서 5년 이상 일을 했고, 서비스 직종에서 슈퍼바이저로 2~3년 일하다가 경력 좀 쌓고 돈 좀 모으고 나서 이번 일 한거구요. 어디 대표로 올라가 있던 적은 없었어요.
 
오소리: 거기서 일하셨던 경험을 토대로 입장문을 쓰신 건가요?
 
퀸뽀: 아니요. 너무 다르죠. 제 경험을 그대로 쓰진 않았죠. 만약 제 경험을 토대로 썼다면,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이해해주시고요. 비퀴어분들이 오신 것 같은 때는 아웃팅 위험 감수하시고요. 이런 식으로 썼겠죠. 그 입장문은 퀴어인 저를 위해, 퀴어인 우리를 위해 쓴 입장문이에요.
 
조나단: 애인분이 퀴어프렌들리한 업장을 차린다고 했을 때나, 이후 옆에서 운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떠셨어요?
 
여단: 준비할 때부터 옆에서 지켜봐서 얼마나 고생했고 공들였는지 알아요. 사실 제가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던게 작년부터였고 업소를 다녔던 것도, 퀴퍼도 작년이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사람들 만나고 퀴퍼도 가보고 업소도 가보고 했을 때, 딱 단편적인 것만 보잖아요. ‘L 업소’ 이렇게. 그런데 애인이 준비하는 게 퀴어 업소가 아니라 퀴어 프렌들리라는 거예요. 저도 퀴어이지만 활동가는 아니고 이제 소통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중이라 잘 모르겠는거예요. 왜 퀴어 프렌들리로 하는지. 그런데 애인의 얘기를 듣고 깨달음이 팍 온거예요. 전구에 불이 켜지듯이.
 
충분히 아웃팅 위험이 있어요. 친한 친구들에게는 말했지만 직장에는 말을 못해서 처음에는 L 업소에 갈 때도 무서워하면서 간 기억이 있는데, 프렌들리라니,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니까 굳이 내가 은신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거예요. 퀴어 프렌들리니까 업장에 온 저 사람이 퀴어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또 내 정체성과 상관 없이 갈 수 있는 공간이고. 실제로 오픈했을 때, 친한 게이 남자후배한테 가볼래? 했는데 “뭔데?” 그러는 거죠. 그 동생도 게이바만 다녔으니까. 너무 신기해하는 거예요. 그리고 한 번은 비퀴어 친구들하고 같이 온 적이 있는데, 막 다 취해서 퀸뽀차에서 퀴어만세 하면서 소리 지르고. (웃음) 그런 공간에 있으니까 저를 더 지지해주고 그런 걸 보면서 정말 잘 선택했고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멋있고 존경하고 있어요. 대만에서 온 친구도 있었는데 퀴어 프렌들리한 공간이라고 얘기하니까 되게 신선해하면서 이렇게 전문성 있으면서 퀴어 프렌들리한 와인바는 대만에도 흔치 않다고, 정말 특색 있고 러블리한 곳이라고 칭찬을 해주더라구요. 제 업장은 아니지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됐어요. 많이 힘들 때도 있고 하지만 잘 선택했구나 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하고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퀴어끼리 오기도 좋은데 비퀴어인, 커밍아웃 안했더라도 염탐을 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다른 데는 데리고 갈 수가 없잖아요.
 
조나단: 맞아요. 홍대에 게이들이랑 같이 갈만한 이쪽 공간이 별로 없었어요. 그동안 그런 게 어려웠거든요.
 
퀸뽀: 홍대라는 지역 특성과 사장이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아직도 어려워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종종 오시긴 해요.

 

매그넘과 퀸뽀차 외관. 두 곳은 같은 건물에 있고 퀸뽀차는 1층에, 매그넘은 2층에 위치해있다.

 

오소리: 업소를 운영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퀸뽀: 매그넘이 이제 한 달하고 2주됐고요. 퀸뽀차는 아직 한 달이 안됐어요.
 
※ 편집자 주: 본 인터뷰는 1월 31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오소리: 아 오픈 시기가 조금 다르네요.
 
여단: 매그넘 오픈한지 얼마 안돼서 애인이 1층에 바로 다른 가게를 오픈해서 충격 먹었어요. 갑자기 “역시 소맥이야!” 이러면서 메뉴판 만들고 오픈을 하고. (웃음) 당황했죠.
 
퀸뽀: 원래 할 생각이 없었어요. 하나만 하려고 했는데, 후기가 올라오는 걸 보니까, 매그넘 너무 가고 싶은데 화장 빡세게 하고 차려입고 애인이랑 가야 될 것 같다, 돈이 많이 들 것 같다. 사실 매그넘이 다른 와인바에 비해 완전 저렴한 편인데, 어쨌든 와인바이기도 하고 인테리어도 이렇게 해놔서 그런지... 이게 제 취지나 운영 모토랑 안 맞잖아요. 누구나 편하게 와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조금 밝은 조명을 쓰는 소맥집을 하자. 그래서 급하게 하느라 이름도 퀸뽀차로 한 거고. (웃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인터뷰는 매그넘에 있는 룸에서 음식 그리고 와인과 함께 진행되었다.

 

오소리: 한 달여 기간 동안, 퀴어 프렌들리한 업소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퀸뽀: 정말정말 많은데, 아주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가 많아요. 일단 매그넘은 오셔서 커밍아웃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비퀴어 지인들을 데리고 와서는, 커밍아웃할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하시는 거예요. “사장님, 저 방금 커밍아웃 했어요. 어떡해요!” 이러시고. 다른 퀴어 커플분들이 앉아서 꽁냥꽁냥 하시는데, 그거를 보는 분들이 커밍아웃을 하시는 거죠. 보면서 일행의 반응을 살피고는 “사실 나 여자 좋아해.” 이렇게. 그래서 매그넘과 퀸뽀차는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건강한 커밍아웃을 응원합니다. (웃음)
 
그리고 퀸뽀차는 시스젠더 여성/남성 퀴어그룹이 각각 동시간대에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하면, 그분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어요. 막 서로 신기해하고.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에. 그게 너무 귀엽고 좋은 거예요. 다른 젠더를 가진 퀴어들끼리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같은 공간에서 웃을 수 있는 게 되게 좋고 인상에 많이 남아있죠.
 
오소리: 반대로 안 좋았던 점은 없나요? 괜히 와서 시비를 건다거나.
 
퀸뽀: 아직까진 없어요. 오픈한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트위터로 주로 홍보를 하다보니까 그냥 지나가다 오시는 분들은 여기가 퀴어 프렌들리한 업장이라는 걸 모르실 거예요. 아무리 1층에 플래그를 걸어놓고 하더라도 그걸 모르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없고, 그런데 일단 운영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있어요. 사실 매그넘과 퀸뽀차는 비퀴어 직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제가 따로 퀴어에 대한 교육을 해요. 더 알려주고 싶고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은데 그 부분을 공부하는게 조금 어렵고, 그리고 누군가가 딱 들어왔을 때 일단 웃으면서 인사는 하지만, 속으로는 ‘어, 이 사람 포비아면 어떡하지?’, ‘제발 아니시길 바랍니다.’ 이런 걱정이 매 순간 들고. 사실 인테리어를 통해서 퀴어프렌들리한 업장이라는 걸 더 표출하고 싶어요. 그 첫 스타트가 플래그 가랜드였는데,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보면, 굳이 인테리어들 없이도 퀴어들이 더 편하게 올 수 있고 호모포비아들이 올 수 없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그런 것들이 고민이 많이 돼요. 제가 아직 너무 부족한 탓에, 고민할 것도, 공부할 것도, 배울 것도 많고 해서 그런 것들이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부분으로 발전해나가고 어느 부분을 보완하고 어떤 방식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좋은 부분일지, 그런 것들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오소리: 지금은 그런 사건이 안 일어나서 다행인데, 포비아들이 직접 와서 혐오 발언이나 표현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하실 것 같아요?
 
퀸뽀: 아, 지금 생각났다.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어요. 퀴어 커플분들이 왔었는데 술을 많이 드셔서 농도가 짙은 스킨십을 하셨어요. 그런데 그걸 보고 다음날 전화가 온 거예요. “거기 뭐 레즈 업소에요? 저번에 방문했을 때 보니까 여자들끼리 키스하고 만지고 있고 그러던데. 되게 불쾌하네요. 어떤 업장인거죠?”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 불쾌하신 건지 여쭤봤어요. 키스를 한 사람이 여성들이라 불쾌한 건지, 아니면 어떻게 보면 공공장소니까, 공공장소에서 키스를 해서 불편한 건지 여쭤봤는데, “여자끼리 키스를 왜 해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우선은 식사하는 와중에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제가 죄송한 부분은 단순히 불쾌하다는 감정을 우리 매장에서 식사하면서 느끼셨기 때문에 죄송한 거지, 당신이 왜 불쾌하게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죄송하지 않다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런 업장으로 진행을 할 거고,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정 계속 불쾌하실 거 같으면 방문을 자제해달라.” 라고 하고 전화를 끊은 적이 있어요. 너무 오픈 초기일 때여서 기억이 안 났네요. 앞으로도 대응은 그런 식으로 할거구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웃음)

 

오소리: 직원분들이 대부분 비퀴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채용을 하세요?
 
퀸뽀: 일단 매그넘 같은 경우에는 원래 있던 업장을 인수를 해서 직원들을 그대로 썼어요. 인수하고 직원들과 미팅하는 날 얘기를 했죠. “여기는 퀴어프렌들리한 업장이 될 것이고, 퀴어는 뭐고. 자신 있어요? 자신 있으시면 그대로 쓸게요. 아니면 다른 곳 알아봐드릴게요.” 제가 이 직종에서 너무나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아는 곳은 많았거든요. 그런데, 셰프 분은 워낙 오픈마인드셔서 오케이 했고, 소믈리에 분들도 주변에 퀴어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저희야 손님 폭이 넓어지니까 좋죠.” 그래서 인수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제대로 직원을 했는데, 내가 이 사람들을 그대로 데리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게, 제가 다시 한 번 물어봤거든요. 정말 괜찮겠냐고. 그랬더니 짠 듯이 직원들이 입을 맞춰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왜요? 저희가 왜 안 괜찮아야 되나요?” 라고 말씀을 하셔서. 그리고 퀸뽀차 같은 경우에는 물어보고 뽑죠. 퀴어프렌들리한 업장이라고.
 
오소리: 혹시 채용과정에서 “나는 싫다”고 하신 분들은 없었어요?
 
퀸뽀: 아니요. 한 분도 없었어요. 제가 운이 좋았는지, 오히려 반겨하고. 그래서 앞으로 직원분들을 뽑을 때 걱정이 되기도 해요. 혹시 그런 일이 있을까봐.
 
오소리: 약간 상처받으실 수도 있겠네요.
 
퀸뽀: 아 그게 아니라, 제가 면접 받으러 온 사람 붙들고, 그게 아니에요 이러면서 제대로 정정해줄 수 없으니까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갈까봐 사실은 그게 걱정이 되죠. 제가 저인 것에 대해서 상처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기에 내가 있네!

 

 

퀸뽀차에 걸려있는 프라이드 플래그 

 

오소리: 아까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까 고민도 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퀴어프렌들리한 업장의 성격을 지속하기 위한 추가적인 운영 계획이 있으신가요?
 
퀸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성중립 화장실이고요. 저희 화장실이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오시는 분들이 굉장히 편안해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조금 더 나아가서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이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직은 일단 더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을 하는지, 혹은 어떻게 더 다가가야 하는지. 성중립이라고 적어놔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거기 때문에 어떻게 해놔야 더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사실 남는 시간에 프라이드 플래그를 계속 만들고 있어요.
 
오소리: 아, 직접 만드시는 거예요?
 
퀸뽀: 펠트지 오려서 만들고 있는데. (웃음) 제가 찾아보니까 놀란 게, 프라이드 플래그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서른 개가 넘더라구요. 그래서 만국기처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퀸뽀차에 유리면이 있어요. 창문을 통해서 바깥에서도 보일 수 있는. 거기에다가 일렬로 쭉 걸어두려고 해요. 그거를 왜 하고 싶냐면, 누구나 와서 “어? 저기에 내가 있네”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퀴어프렌들리 업장이니까 프라이드 플래그가 있네, 이게 아니라 “어, 나 바이섹슈얼인데 있네?” 이런 거 있잖아요. ‘내가 있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어디가서도 못 느끼잖아요.
 
오소리: 갑자기 드는 생각이, 공부 정말 많이 하셔야겠네요. “어, 나는 없어.” (웃음)
 
퀸뽀: 맞아요. (웃음) 그래서 구글, 네이버 온갖 포털사이트에다가 검색해보고, 아시는 분들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하고. 사실은 드랙 플래그를 보고 생각한 게, ‘이거 잘못하면 무언가가 빠져있을 수도 있겠다.’ 바쁜 게 얼른 끝나서 가게가 자리 잡고 나면 빨리 완성하고 싶어요.
 
길벗: 공부는 어떻게 하세요?
 
퀸뽀: 주로 자기 전에 책을 읽거나 요즘에는 퀴어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많이 만나서 많이 얘기를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페미니즘 공부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고 있고, 그리고 활동하시는 분들. 사실은 이것저것 지원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작년에는 퀴퍼랑, 작년 연말에는 레주파도 지원했었고. 렛세이에도 공모를 해볼까 생각 중이고. 책을 읽고 검색하거나 알아보는 것보다 많이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훨씬 더 많은 공부가 되더라구요. 다양한 관점도 볼 수 있고. 그리고 손님들 오시면 인사하면서 술 한잔 같이 해도 돼요? 그러면서 손님들이랑도 얘기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까 또 하고 싶은게 생기는 거예요. 저희처럼 퀴어 혹은 프렌들리 업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나, 전문직이나 기술직에서 종사하시는 퀴어 분들과 교육이나 콜라보를 진행하려고 지속적으로 접촉 중에 있고요.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한번 진행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외부에 세워진 입간판. 깨알같은 무지개 깃발이 보인다.

 

오소리: 행성인 노래패분들을 통해서 행성인과 연이 있다고 전해 들었어요. 행성인과는 어떤 연이 있으신가요?
 
퀸뽀: 사실 작년 퀴퍼 때 후원을 하면서 행성인 퀴퍼 차량 기획단 지원을 한적이 있어요. 행사는 사정이 있어서 못 하게 되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오소리: 죄송합니다. 제가 그 때 연락을 제대로 못 드려서. (울음)
 
※ 편집자 주: 퀸뽀님이 퀴퍼 차량 기획단에 신청하셨는데 담당자가 연락을 늦게 드려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를 못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오소리였습니다... (다시 한 번 지면을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ㅠ.ㅠ)
 
퀸뽀: 그럴 수도 있죠. (웃음)
 
오소리: 그 때 지원하셨던 계기는 무엇이셨어요?
 
퀸뽀: 사실 제가 작년에 A대위가 유죄판결을 받고 집회를 할 때, 즉석 발언을 신청하고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집회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행성인분께 따로 리플렛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나중에 꼭 한번 방문을 해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그게 계속 생각이 나서.
 
오소리: 혹시 광화문에서?
 
퀸뽀: 네.
 
오소리: 헛, 그거 드린거 저에요.
 
퀸뽀: 어머.
 
오소리: 그 때 막 떨면서 발언하지 않으셨어요?
 
퀸뽀: 네 맞아요. 막 떨고, 울고. 왜냐면 거기 뒤에가 제 직장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무서웠죠. 제가 오픈한게 주변 친구들, 선후배, 부모님, 지인들 정도였고 완전 오픈리로 살진 않았거든요. 그렇게 용기를 내서 한 게 처음이라.
 
오소리: 네, 그 때 직장 얘기도 하셨어요. 그 때 발언 듣고 정말 감동 받았거든요. 그렇게 떨면서 직장도 바로 뒤인데 올라가서 발언하기 쉽지 않은건데, 아, 저 분은 행성인에 필요한 인재다. 이러면서. (웃음) 그래서 막 끝나고 나서 버스타러 가시는 데 쫓아가서 리플렛 드리고.
 
퀸뽀: 네, 맞아요. 막 갑자기 “저 행성인인데요.” 이러시면서.
 
오소리: 아 그분이셨구나. 그 때는 옷을 되게 캐쥬얼하게 입으셔가지고.
 
퀸뽀: 아 그분이셨구나. (웃음) 그 때 죄수복을 맞춰 입고 간다고 위아래로 청청을 입고 갔거든요. 아, 정말 행성인이랑 콜라보를 한 번. (웃음) 원래 세 번 엮이면 운명이라고 하잖아요. 운명이네요. 신기하다. 제일 신기한건 사실, 오소리님 애인분이 술 드시러 오셔서 저랑 얘기하다가 “제 애인이 행성인인데요.” 이랬는데 나한테 리플렛 주신게 그 분이고. (웃음)
 
오소리: 앞으로도 계속 이 인연 이어가길 바랍니다.
 
퀸뽀: 영광이죠.


 

A대위 유죄 선고 규탄 긴급 공동행동이 진행됐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이곳에서 퀸뽀님이 즉석 발언을 하셨다. (2017.05.24)

 

 

전문성 있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  

 

오소리: 다른 업소와는 다른 퀸뽀차, 매그넘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퀸뽀: 일단 퀸뽀차의 경우는 계산했을 때 ‘이 정도밖에 안 나왔어?’ 하는 놀라운 가격대와 더 놀라운 맛. 안주가 정말 맛있어요. 자신있게 말씀드리자면, 퀸뽀차에 나오는 모든 메뉴 레시피를 신라 호텔에서 일하셨던 쉐프님이 직접 짜주셨거든요. 그리고 저희는 주문을 받으면 조리를 합니다. 재고도 그날 그날 아침에 받아요. 그래서 신선하고. 그리고 매그넘은 일단은 전문성이 있죠. 프랑스 쉐프님이 있어서 정통의 양식 맛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입맛과 취향만 말해도 찰떡같이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해 줄수 있는 전문 소믈리에가 있죠. 그리고 와인이 이만원 대부터 시작해서 가격대가 폭 넓게 다양해요. 그리고 와인 종류도 300가지 정도가 준비되어 있고요. 그리고 밖에 보시면 디스펜서라는 기계가 있어요. 쉽게 생각해서 와인병을 하나 꽂아두고 버튼 하나 누르면 와인이 글라스로 나와요. 생맥처럼. 그래서 아무리 비싼 와인이라도, 10여종이 넘는 와인을 부담 없이 글라스로 즐길 수 있어요. 그래서 와인에 한층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강점이고 차별화 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여단: 디스펜서가 와인 맛이 변하지 않게 잡아주기도 하고, 소믈리에분들이 계속해서 테스팅 하면서 맛을 일정하게 유지를 해줘요. 그래서 와인을 글라스로 먹으면서도 맛하고 향이 달라지지 않아서 좋아요.
 
퀸뽀: 디스펜서에 들어가 있는 와인도 소믈리에 분들이 선별해서 넣은거예요. 그래서 일일이 설명을 다 해주세요. 이거는 무슨 와인이다. 오셔서 3만원에서 5만원대에 드라이감이 있는 레드와인 추천해주세요. 이렇게만 딱 말을 해도 추천해주세요. 그래서 저희 매니저님이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셨어요. 음식에 맞고 취향에 맞게 와인 추천을 잘해주셔서.
 
여단: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시고.
 

글라스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디스펜서

 

오소리: 그렇다면 메뉴 중 제일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퀸뽀: 사실은 다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데, 우선 퀸뽀차의 테마는 닭이에요. 그 중에서도 저는 닭볶음탕이랑 옛날 통닭을 추천하고요. 사이드는 꿔바로우와 김치전이요. 이렇게 4개가 제일 핫한 안주에요.
 
그리고 매그넘은 드셨던 라자냐와 바질 페스토를 추천드려요. 이게 이태리 정통 라자냐 레시피로 만든거라서 솔직히 한국에서 이런 라자냐를 먹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바질 페스토는 향이 조금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는데, 왜 추천해드리냐면, 이건 비건 분들도 드실 수 있는 메뉴거든요. 그리고 일단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추천을 드리고 여기다가 저희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과 함께 즐기신다면 환상의 궁합 맛보실 수 있습니다. (웃음)

 

라자냐 바질 페스토

인터뷰를 하면서 웹진기획팀이 직접 맛 본 라자냐와 바질페스토. 정말 맛있게 먹느라 인터뷰는 뒷전이었다는 후일담입니다. (웃음)

 

 

우리 행복합시다. 같이

 

퀸뽀차 한쪽 벽면에 있는 방명록. 웹진기획팀에서도 남겨두고 왔다.

 

오소리: 비건분들을 위해 별도의 메뉴를 만들어놓은 이유가 있으세요?
 
퀸뽀: 네, 비건분들도 세상에 존재하시니까요. 그분들도 식사를 하시고 와인을 드시고 하니까.
 
오소리: 그런데 보통 비건까지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채식용으로 만든다고 하면서 치즈가 들어가 있다거나. 그래서 여쭤봤어요.
 
퀸뽀: 그냥 딱 그 이유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있는데, 우리만 신경 쓸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은 이렇게 말씀드리는게 조금 죄송하기는 해요. 다양한 비건 메뉴가 준비가 못 돼서. 지금은 하나밖에 없고, 준비하고 있는 것도 두세 개 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나단: 퀸뽀차에는 있어요?
 
퀸뽀: 퀸뽀차에는 없어요. 일단 메뉴 테마가 사실 닭이라. 굳이 따지자면 김치전인데, 김치에도 새우젓이나 이런 게 들어가서.
 
조나단: 그래서 저희 웹진팀에도 비건인 분이 있어서 어딜 가면 항상 감자전을 먹어요.
 
퀸뽀: 감자전! 감자전을 해야겠네. 아, 가지볶음이 있어요. 사실 제가 가지를 싫어해서 메뉴를 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쉐프님이 있어야된다고 해서 내버려뒀는데, 감사하네요. (웃음) 감자전, 이건 써놔야겠다.


 

사랑스런 커플 퀸뽀님과 여단님

 

오소리: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 해보려고 합니다. 서로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여단: 언제나 응원하고 옆에서 지켜볼테니까 힘들 때 쉬었다가고 함께 가면서 지금보다 더 사랑합시다.
 
퀸뽀: 사실 애인에게 정말 고맙거든요. 직장에 오픈하지 않았는데 오픈리로 살아가는, 퀴어 프렌들리한 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애인으로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 해줘서 그게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자기가 짱이야! 고마워!
 
오소리: 마지막으로 웹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퀸뽀: 우리 행복합시다. 같이.

 

 

 

 

※ 편집자 주: 내부 사정에 따라 매그넘은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본점과 합병하게 되며, 그에 따라 퀸뽀차는 2월달까지만 운영하게 됩니다.  향후 매그넘을 방문하실 경우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매그넘&퀸뽀차의 공지사항 첨부합니다.

 

매그넘&퀸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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