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문화읽기 코너도 행성인 20주년을 맞아, 이번 정기발행일과 2주 뒤인 9월 23일(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에 퀴어영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옛날 영화 한 편과 비교적 최신 영화 한 편을 비교해 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레즈비언 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아가씨>에 대해 썼습니다. 영화에 대한 분석글이므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 17년간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와 아가씨(2016)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아가씨

배경

20세기 한국의 어떤 여고

일제강점기 한국

감독

김태용과 민규동

박찬욱

인물

소민아(김민선 분)

유시은(이영진 분)

민효신(박예진 분)

문지원(공효진 분)

최연안(김민희 분)

고형석(백종학 분)

이즈미 히데코(김민희 분)

숙희(김태리 분)

후지와라(하정우 분)

코우즈키(조진웅 분)

사사키(김해숙 분)

복순(이용녀 분)

상영시간

98분

144분

현실 세계

퀴어 반영 정도

꽤 많이 반영함. (효신과 시은의 관계가 학교에서 어떻게 억압되는지 그려냄.)

거의 반영 되지 않음.

수상내역

2000년 제 36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신인연기상 - 전 출연진

(민규동 감독과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로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제37회 청룡영화상 -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 미술상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벌칸상

(그 외에도 다수. 상

너무 많이 받아 생략)

포스터


포털 사이트에 ‘퀴어영화’라고 검색했을 때, 위의 영화들은 검색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퀴어’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 인물의 관계를 봤을 때, <여고괴담2>의 효신과 시은,<아가씨>의 히데코와 숙희는 확실히 연인 관계다.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과 동성애를 실천하고 있는 캐릭터 중 한 명이 다른 남성 캐릭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공통점 외에 두 영화는 차이점이 더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남성 캐릭터와의 관계다. <여고괴담2>에서 효신과 국어교사 형석의 관계와 <아가씨>에서 히데코와 후지와라의 관계는 사뭇 다르다. 효신과 형석은 서로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섹스하는 관계인 반면, 히데코는 후지와라를 철저히 이용한 후 버린다. 17년 전 효신이나 시은에게 부여되지 않았던 진취적인 태도를 히데코와 숙희는 가지고 있다.


엔딩도 매우 다르다. 퀴어영화라면 으레 주인공이 죽거나, 주인공의 연인이 죽거나, 아무튼 한 명이라도 자살 안 하는 영화 찾기가 어려운데, <아가씨>에서는 주연으로 배치된 남성 캐릭터들만 죽는다. <여고괴담2>에서 효신은 이미 영화 초반부에 자살했고, 영화 끝에 가서 시은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며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아 시은도 자살한 것으로 추측되는 새드 엔딩과 매우 대조 된다. 퀴어 당사자가 죽지 않은 퀴어 영화는 오랜만이다. 두 영화의 장르도 다르고 감독도 달라, 서사를 푸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20년 간 여성 퀴어의 이미지가 꽤 달라졌다는 점을 시사할 수도 있겠다. 특히 숙희와 히데코가 저택으로부터 탈출해, 자신의 삶을 찾아 초록빛 들판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현실 세계 퀴어의 어려움을 적극 반영하고 널리 알린 데에서는 <여고괴담2>쪽이 점수가 더 높다. <아가씨>는 현실 세계에서 퀴어들이 겪는 어려움을 1도 담지 않은 백합물 판타지에 가깝다면 <여고괴담2>는 너무 적나라하게 담겨 순간순간 퀴어 관객을 울컥하게 한다. 특히 수업시간 중 효신과 시은의 공개(?) 키스 후 같은 반 학우들로부터 욕 세례와 우유팩 폭격을 맞는 효신은 현실적이어서 슬프다.


만약 <아가씨>에서 숙희와 히데코가 시은과 효신이 겪은 어려움을 똑같이 겪었다면, 아가씨의 장르는 스릴러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되었겠고, 영화의 흥행은 커녕 홍보하기도 어려웠으리라는 점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여고괴담2>가 개봉한 1999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인식이 지금과 달랐다면,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포스터에 꾸역꾸역 하정우와 조진웅을 투입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남성의 시선(Male gaze)만으로 레즈비언 성애를 그렸다는 비판과 남성 캐릭터들을 주요하게 다루느라 여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아가씨> 영화의 의미는 상당하다. <아가씨>의 배우 김태리와 감독 박찬욱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인터뷰를 함으로써, 영화 안에서 직접적으로 던지지 않은(혹은 못한) 메시지를 영화 밖으로 연장시켰다.


한편 <여고괴담2>의 경우, 해당 영화의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음 포털에 카페(http://cafe.daum.net/mementomori, 현재도 운영 중이다.)를 만들었고, 퀴어 문화의 한 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영화가 스크린 안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과 연결됨으로써 힘을 가진 순간이다. 앞으로 나올 어떤 퀴어 영화가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스크린 안팎을 관통해 현실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