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내가 머리를 자르러 가는 미용실의 주요 고객은 ‘남성’이다. 어느 날 미용실에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을 때, 순간 ‘쎄함’이 스쳤다. 이어 한 남자가 자신의 친구를 향해 히죽 웃으며 “야, 그걸 동조하면 그 새끼는 여자지.”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3초 간 ‘여성’인 나를 쳐다본 후, 자신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들었으나,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무엇에 동조하면 여성인 걸까.

2. 그것에 동조하면 ‘왜’ 여성인 걸까.

3. 맥락에서 여성의 의미는 무엇이고, 나를 왜 쳐다봤을까.

 

이 의문점을 통해 든 생각을 정리해 보면, 남성들 간에는 ‘동조하면 안 될 것’이 있고, 그 금기를 어기면 ‘여성’이라고 서로를 평가 혹은 무시한다. (실제로 ‘여성’을 무시하고 있기도 하다.) 암묵적인 룰을 바탕으로 남성연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시골의 자그마한 미용실에서조차 말이다.

 

그들은 미용실을 떠날 때까지 ‘야, 남자라면~’이라는 말을 10회 이상 반복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여기서 ‘남자(sex)’가 누구인지 보다는 무엇이 ‘남성(gender)’을 가능하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수업하는 ‘남’학생의 책꽂이에서 이 책을 찾았다.

 

 

 

학생은 내게 흔쾌히 이 책을 빌려줬고, 나는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야 했다. 책에는 패션부터 섹스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있었다. 물론 모두가 아는 2가지 조건,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상이 있음’과 ‘이것을 따르지 않으면 남성이 아니다’에 따라 서술됐고 내용은 아주 뻔했다. 여성을 ‘리드’해야 하고, 돈을 잘 벌면 종국에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식의 기승전‘녀’다. (젠더) 여성이 없었다면 (젠더) 남성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 책도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 ‘성역할을 따름으로써 정상성을 획득하고, 이를 강요하는 남성연대’말이다. 책을 읽다가 특정 행동을 함께 하는 ‘일부’ 남성들에 대한 경험담을 목격했고, 필자의 궁금증과 추측을 웹진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1. 남성이 n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란다. 때문에 친구를 ‘동정’에서 구제(?)해줘야 한다며 섹스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공유하고, 섹스를 장려한다. 이 책에서도 섹스에 대한 파트가 따로 있었는데, 화자가 (아직 섹스를 못 한)남성 독자에게 팁을 주는 내용이었다. 방법이 구구절절하게 써있다. 두 번째 만남까지는 낮에 만나다가, 세 번째 만남에서는 밤에 만나라.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서 분위기를 잡아라. 기타 등등. 왜 이렇게까지 남성은 섹스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또 섹스가 장려되는 걸까. 실상 섹스의 여부는 구실이고, (여성과 섹스를 통해서 취득되는) ‘남성’이 되어 젠더권력에 편입되고 싶은 것 아닐까.   

                                                                                                                                                                                                                                                                                                                                                                                                                                                                                                                                                                                                                                                                                                                                                                                                                                                                                                                                                                                                                                                                                                                                                                                     

2. 줘도 못 먹냐는 비아냥 문화가 있다. 남성은 늘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있는 존재이고,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의 화신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 이 책에 써 있는 구절의 일부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말을 건네볼까 말까, 선물을 할까 말까... 그러는 사이 당신의 연적은 이미 그녀를 침대에 끌어 들일 채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격언은 여인을 얻고자 하는 남자의 금과옥조다.” (남자생활백서 p.54)

 

‘여성을 리드해야 하는’ 남성이기 때문에 성욕은 언제나 들끓는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화가 편협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남성중심주의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줘도 못 먹냐’라는 표현은 섹스를 하지 않은 남성에게 수치심을 주는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과 섹스를 해 본 남성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그 섹스가 강간이든지 아니든지 말이다.

 

3. 남성연대 안에서 외도는 남성의 본능으로 여겨지고, 안전하게 바람피는 방법을 공유한다. 녹색창에 외도라고만 쳐도 수십가지 카페와 블로그가 보인다. 이 책도 챕터 하나를 ‘뒤탈 없이 바람피우는 방법’에 할애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기서 제시하는 요령과 방편들은 결코 모든 이에게 권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다음 방법들은 바람을 피기로 확고하게 결심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미 어떤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어떻게’를 궁리하는 사람에게 ‘하지 마’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자생활백서 p.135)

 

이미 마음을 먹은 사람은 마음이 안 바뀌어서라고 말하지만, 책에 공공연하게 외도에 대해서 수록한 의도는 분명하다. ‘공범을 늘리고 싶은 것.’ 개인의 행위는 미약하지만, 한 집단의 공통된 행위는 영향력이 다르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단독 행위는 개인의 일탈이지만, 집단 행위는 사회 현상이라고.

 

이 글을 읽고 어떤 이는 불쾌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거나 혹은 모든 남성을 일반화로 퉁치는 건 위험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필자 역시 그 맥락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하다.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정말로 ‘남성연대’에서 자유로운지, 더 나아가 가부장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지 말이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가부장제를 학습하고 내면화하는데, 어느 누가 순백의 탈가부장제를 따라 살고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현실을 인지하고, 고치려는 태도가 존재한다면 덜 가부장적일 수는 있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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