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Princess Maker’

Posted at 2017.06.13 21:21// Posted in 무지개문화읽기

 

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단오도 지나고 여름이다. 며칠 전 한 학생이 싸이가 컴백했다며 신곡을 들려줬다. 댄스곡 특유의 쿵짝쿵짝 비트를 들으니, 새삼 진짜 여름이다-고 생각할 찰나. 내 귀에 꽂힌 그 가사들. 그거 실화냐. 듣고 싶지 않았던 가사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며, 올여름 ‘이런 노래 좀 만들지 마라’ 1인 시위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너무 나간 걸까.

 

어딜 쳐다보는 거냐고

솔직히 너 그래 너 생판 처음 만난 너

왜 널 쳐다보는 거냐고

궁금해서 설레서 낯설어서 ( New Face / 싸이 )

 

시작부터 성희롱이다. 시선에 불편한 여성이 ‘어딜 쳐다보는 거예요?’라고 말했을 때 ‘(필요도 없는 관심을 뿜뿜 담아) 널 쳐다본다’고 답하는 방식을 그럴싸하게 가르친다. EBS 까칠남녀 <시선폭력> 편에서도 다뤄졌듯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식은 충분히 폭력이 될 수 있다. 여성이 말하는 ‘어딜 쳐다보는 거예요?’는 정말 불편하고 짜증 나니까 시선을 거두어 달라는 말이다. ‘(갑작스레 생성된) 우리’의 밀당 속에서 남성의 시선 낚싯밥을 덥석 물면 쉬운 여자가 되니까 ‘튕기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월드 스타 싸이는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맥락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여성들은 너무나 수동적이어서 먼저 쳐다볼 일이 없다. 따라서 남성들이 먼저 은밀한 신호를 보내야 하고, 그 과정을 감히 불쾌해할 여성도 없다. 그의 머릿속에 현실 세계 여성이 있긴 한 건가 의심스럽다.

 

이번 앨범에 New Face 외에도 총 9곡이 더 있는데, 나머지 곡들도 이 곡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중 군대스러운 각 잡기가 이렇게 멋진거야-라고 세련되게 설파하는 곡이 있어 가사를 소개해본다.

 

알아서 기어 (남 욕할)

열중 쉬어 (그 시간에 너)

차렷 (노력을 해봐)

얼굴 펴 (이 씨발놈아)

알아서 기어(비아냥)

열중 쉬어 (거리지 말고)

차렷 (노력을 해봐)

얼굴 펴 (이 씨발놈아)

(중략)

쪽팔리지? 그러면 귀닫아

쪽팔리지? 그러면 눈감아

그러면 잘나신 너께서 존나리 유명해지시면 돼. 아가리 쳐닫아. (팩트폭행 / 싸이·G드래곤)

 

노래를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내무반 분위기. 상병 GD가 병장 싸이를 욕한 일병 아무개를 얼차려 시킨다. 이렇다 할 스펙도 없는 ‘어린’애들은 (소위) 나대면 안 되니까 그런 애들을 ‘이 몸’이 손봐준다는 식이다. 누가 누구를 손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은 없다. 그는 한참 나이가 많은 대선배이며, 스펙도 화려하다. 내무반에 있는 다른 이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원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내무반에 있다가 지금은 내무반 밖에 있는 이들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원래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말이다. 그저 환경이 학교에서 군대로, 군대에서 회사로 바뀌었을 뿐이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군대문화의 폭력은 공고해지고 단단해진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 올려봤다는 가수가 노래를 통해 공개적으로 성희롱을 전파하는 한국 가요계에서 솔비의 도전이 눈에 띈다. 여성에게 꾸준히 요구됐던 수동적, 유아적 이미지를 단호히 거부하고 솔비는 노래 ‘Princess maker’를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로봇도 아닌데

똑같기를 바라는 게 싫어

겉으론 아닌 척 나를 보는

눈초리가 싫어 (Princess maker / 솔비)

 

‘겉으론 아닌 척 나를 보는 눈초리가 싫어.’ 이 말을 싸이와 수많은 한남들이 진정으로 새겨 들었을까 모르겠다. 그들의 사고 회로에서 ‘어딜 쳐다보는 거예요’와 ‘왜 저를 쳐다보세요’라는 말이 ‘저를 쳐다보는 눈초리가 싫습니다’는 말과 등치 될 수 있을까.

 

싸이와 솔비의 이번 앨범을 보면 정서적 거리가 너무 멀어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긴 있다. 둘 다 가사에서 ‘가시’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싸이는 타이틀곡 ‘I luv it’에서 ‘시발’이라는 욕을 하기 위해 ‘가시’를 갖다 썼다. 후렴구 ‘생선을 먹을 땐 가시 발라 먹어’의  가시는 비속어 사

용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한편 솔비는 동일 단어 ‘가시’를 곡 ‘Red’에서 자신을 날카롭게 찔러댈 흉기이자, ‘여성’들의 상처로 표현했다. 동일한 단어를 사용했으나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 차가 매우 크다. 싸이에게도 가시가 ‘아픈’ 가시로 읽힐 날이 있을까.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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