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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혐오/차별금지법

다니주누의 평등버스 탑승기

by 행성인 2020. 9. 7.

다니주누(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평등버스 기획단)

 



[평등버스의 시작]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전국순회 평등버스는 8월 17일부터 29일까지 13일간 이어지는 운동의 연속, 장장 2000km에 달하는 대여정으로 처음에 나는 지레 겁부터 먹었다. 물론 평등버스에 함께하고 싶었지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내가 그 일정을 소화하기란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등버스 일정에 내가 시간이 된다면 같이 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어느새 나는 시간을 비우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어쩌다 보니 평등버스의 기획단으로 준비부터 탑승과 마무리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아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차별금지법을 한번쯤은 들었을 테다.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의 진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요 의제중 하나이다. 그런데 십 수년간 제정되지 못하고 입법부와 행정부 안에서 폭탄을 돌리듯 이리저리 방황하던 법안이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어느덧 차별을 해도 되는 대상이 되어버렸고 인권과 관련된 법안들은 줄줄이 후퇴해 나가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지 이제야 다시 발의되었다. 국가인권위의 입법 권고도 있었다. 어느 보통의 시민을 시작으로 국민청원도 소리 없이 올라왔다. 많은 시민들의 열망과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전국에 존재하는 또 다른 보통의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평등버스 일정 중 발언하고 있는 다니주누


[다니주누의 이야기]

"차별에 대해 다시 고민하자."

 

발언을 하며 차별을 받은 경험보다 내가 차별을 했었던, 오히려 내가 무지했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냈었다. 차별과 혐오표현이 잘못인지 모르고 꺼내던 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학습된 결과였다. 하지만 차별을 차별이라고 인지하고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이상해서 차별을 받는 게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며 우리의 사회가 만들어낸 차별과 혐오의 공격에서 이제는 벗어나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개인이 짊어질 무게가 아님을 상기시키는 것이 차별금지법의 시작일 것이다.

처음에 겁먹었던 평등버스의 일정은 막상 해보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다만 지역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들이 있었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회의가 나를 살짝 괴롭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었고 갑작스레 심각해진 코로나19 상황도 있었고 경험해 보지 못한 폭염과 태풍, 비바람이 찾아오는 바람에 몸은 더 지쳐가고 힘들었다. 

그런 일정이었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 (역시 육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였어...) 나를 비롯한 함께하는 기획단 활동가들은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는 시민들의 환영과 응원 속에 힘과 용기를 얻고 있었다. 우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을 받고 왔다. 그 힘과 동력으로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며 투쟁을 이어 나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평등버스가 끝나고 생각해 보니 버스가 나를 꽤나 변화시켰다.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내가 망설였던 것들이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생산해 내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평등버스 기획단 및 탑승객


[그래서 결론]

우리는 전국의 여러 도시를 돌며 평등을 외쳤다. 우리의 투쟁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평등을 원하고 차별금지법을 지지 하는 시민들을 만났다. 그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반대로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너무나 당당하고 스스럼없이 혐오표현을 쏟아내는 반대측 사람들도 수 없이 마주했다. 그 들은 우리가 왜 평등을 말하는지,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지, 왜 차별과 혐오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지 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출발한 평등버스의 일정은 비록 끝이 났지만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많은 우리의 존재를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평등으로 향하는 그 길,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의 여정에서 우리는 서로 연대하며 평등을 외치며 우리의 투쟁을 이어 나가자.

버스는 비록 멈췄지만 평등을 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서로 연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모든 차별에 반대하자

우리의 내일에 함께하자

평등을 외치자
투쟁을 함께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