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홀씨들이 보다 생기 있고 따듯한 새바람을 타고 더 넓고 멀리 퍼지리

한국인권재단에서는 작년부터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인권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인권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고 사회와 소통하는 인권단체 및 개인을 찾아 격려하고자 인권홀씨상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동인련은 HIV/AIDS 감염인 인권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와 함께 그동안 HIV/AIDS 감염인 인권 활동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동인련 회원이자 나누리+ 대표인'윤 가브리엘' 활동가를 추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격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의 강곤 기자님을 비롯해 동인련 회원들의 감동적인 추천서와 그동안의 활동 내용이 윤 가브리엘에게 큰 선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추천서를 작성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래 내용은 추천서와 한국인권재단의 수상자 발표글입니다.

인권홀씨상에 윤가브리엘을 추천하며(1)

 

강곤 / 인권잡지 격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편집인

 

그는 친절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그에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도 못하고 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가전제품 공장, 봉제공장 등을 전전하며 공교육은 물론 그 어떤 사회적 배려나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춘기 때부터 시작된 성정체성에 대한 번민과 좌절, 동성애자로 성소수자로서 짊어져야 했던 멍에와 가슴앓이는 온전히 자신만의 몫이었습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온 나라가 뜨거웠던 80년대, 평화시장에서 실밥을 뜯던 이 젊은이의 관심사는 20년 전 전태일과 마찬가지로 하루빨리 재단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에이즈 환자, AIDS/HIV 감염인입니다. 새천년이 온다고 다들 흥에 겨웠던 1999년 말,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말썽을 부린다던 밀레니엄 버그 대신에 그에게는 AIDS/HIV 바이러스가 찾아왔습니다. 21세기가 되어도 에이즈에 대한 공포도 사람들의 인식과 시선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크고 작은 질병들이 그의 육체를 공격했습니다. 그는 환자였지만 누워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차별이라는 사회적 질병에 맞서 2003년 스스로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찾아 문을 두드렸습니다. 비록 한 명의 환자였지만 그는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길에 혼자 힘으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는 인권운동가입니다. AIDS/HIV 감염인인 그가 세상에 나서자 사람들이 모여들고 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심히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 집회에 나와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격리와 감시와 통제로 일관하던 보건의료당국, 잠재적 범죄자 아니면 병균 다루듯 하는 거대 언론사들, 그리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 그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소리치고 싸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배움이 적은 것이 아쉽고 부끄럽다했지만 정작 그로부터 이 사회는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감염인들도 하나둘 증언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싸움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기도 했지만 이웃을 위한 싸움이었고 우리 모두를 위한 싸움입니다.

 

그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는 질병을 나누는 대신에 그 질병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고민하고 성찰하게 하며 마침내 변화의 길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그의 삶이 곧 인권운동이며 그의 존재가 억압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입니다. 그를 통해 에이즈 감염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문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소수자의 문제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과 맞닿아 있는 한 묶음의 문제임을 한국사회는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육체적 고통을 나눠가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많은 질병과 장애에 맞서 혼자만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고통을 사회적 고통으로, 자신의 싸움을 사회적 저항으로 바꾸어 가는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그의 따뜻함의 정체가 불가사의할 때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사람에 대한 그의 믿음, 희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인권홀씨상은 그를 지지하고 그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그가 가진 힘으로 말미암아 인권의 홀씨들이 보다 생기 있고 따듯한 새바람을 타고 더 넓고 멀리 퍼지리라 확신합니다.

 

2008년 12월 1일, 감염인 인권의 날에서의 윤 가브리엘 관련기사 _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0615

인권홀씨상에 윤가브리엘을 추천하며(2)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이나라

윤가브리엘은 우리에게 존엄이 무엇인지, 권리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그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제가 처음 알았을 때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에이즈가 문란해서 걸리는 동성애자들의 병이란 편견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는 당당히 자신과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을 말했습니다.

이 사회는 그로부터 계속해서 치료받고 약을 먹을 수 있는 권리, 사랑할 권리, 즐거울 권리, 삶을 누릴 권리를 빼앗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는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거리에 있었습니다. 전쟁에 맞서, 이윤지상주의에 맞서, 차별에 맞서 행동하고 연대하는 곳에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할 것들을 빼앗고 파괴하는 데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의 가치를 잊지 않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그의 용기와 삶, 인간에 대한 긍정은 많은 에이즈 감염인과 성소수자들에게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늘 희망을 말하며 행동하길 주저하지 않는 가브리엘은 한국 에이즈 감염인 인권 운동과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그가 인권홀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확신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신이

저는 에이즈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동성애자였습니다. 저는 에이즈 감염인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지만,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보통의 시민이었습니다.

윤가브리엘을 만나며 이런 저의 모습은 점차 변화되었습니다. 그는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대하여 하나하나 알려주었습니다. 어떠한 자리에서든 당당하게 감염인의 인권을 주장했습니다.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먼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의 용기와 끊임없는 열정은 어둡고 좁은 마음의 골방에 갇혀 동성애자로서의 처지를 비관해온 저에게 희망의 홀씨가 되었습니다.

윤가브리엘은 사회의 정의와 인권을 위해 온 삶을 헌신해 왔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모는 잔인한 병마와도 투쟁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감히 어림잡을 수도 없는 고통의 순간에도 타인의 아픔을 염려했습니다. 병상에서도 장애인 친구들의 힘겨운 삶과,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으며 가슴 아파 했습니다. 이런 윤가브리엘을 인권홀씨상의 후보로 추천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장병권

그가 동성애자 그리고 HIV/AIDS 감염인으로 살아온 동안 거리에서는 동성애자를 비롯 성소수자들이 ‘편견과 차별’을 깨기 위한 걸음과 외침을 그리고 HIV/AIDS 감염인들은 ‘편견, 차별 그리고 외면’을 걷어버리고 사회적 약자의 이름이 아닌 ‘인권’의 이름으로 설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약을 만든다지만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에 바쁜 다국적 제약회사의 폭리로 인해 두 다리에 힘이 없고 눈이 잘 보이진 않지만 그는 누구보다 가장 큰 목소리로 다국적 제약회사 앞에서 ‘에이즈로 죽는 것이 아니라 에이즈 약값이 없어서 죽어간다!’고 소리치며 감염인의 인권을 위해 맞서 싸웠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뿐 아니라 세상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하기에 자신은 꼭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가브리엘. 오늘도 힘겹게 하루하루 약을 먹으며 다시 굳건한 다리로 활동하고 싶다는 가브리엘을 힘과 권력의 뒤로 밀리는 ‘인권’의 가치를 실천으로 세우고자 격려하는 인권홀씨상의 후보로 추천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류이찌

아름 아름 형을 알게 된지도 10여년이 되어 갑니다. 많은 일들이 그에게 감염인이라는 굴레와 함께 있었고, 이윤이라는 천박한 자본의 논리로 인해 그의 눈과 귀는 잘 보지도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는 아마도 행동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양심위에서 가슴으로 모든 것들을 보고 들을 것입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만으로도 편견과 질타와 갖은 수모가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그는 HIV감염인이라는 커다란 또 다른 짐을 어깨에 얹은 채 홀로 힘겨운 에이즈 인권운동에 힘을 실어 왔습니다. 그의 말라가는 몸과 허공을 딛는 듯한 위태로운 발걸음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막막함에 세상에 과연 정의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수없이 자문해 보곤 합니다.

아직 그에게 세상의 두터운 벽과 힘겨운 현실은 녹록치 않은 무게로 내려누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 왔다는 우리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홀씨라는 작은 씨앗이 커다란 열매와 아름다운 꽃이 되어주는 것처럼 동성애자와 에이즈라는 편견과 억압에 맞서 위태로이 걸어온 그에게 상이 주어진다면 그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게 더없이 커다란 기쁨과 희망의 홀씨가 되어 주리라 믿어 봅니다. 희망과 사랑은 그에게 가장 큰 치유제입니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기적같은 삶을 이어가는 우리의 소중한 윤가브리엘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이경

윤가브리엘님과 함께 활동한지는 7년이 되었습니다. 윤가브리엘은 그동안 내가 만나온 수많은 운동가들 중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동지라고 망설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과 싸우고 그보다 더 무서운 세상의 낙인과 억압에 맞서 싸우면서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희망을 실천하는 사람이 윤가브리엘입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추운 겨울의 칼바람 속에서도 피켓을 들고 다국적 제약회사와 맞짱 뜨기를 마다하지 않고, 동성애자들, 노동자들, 철거민들 억압받는 사람들과 늘 함께 하며 오히려 나약해지려는 우리를 붙잡아 주었던 큰 형님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던 에이즈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인 윤가브리엘, 눈과 귀가 기능을 잃어가는 지금도 감염인들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기꺼이 운동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윤가브리엘, 그를 아는 사람이면, 윤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희망이라고 다들 생각할 겁니다. 나는 윤가브리엘이 건강히 오래도록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권홀씨상의 후보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동시신호

성치 않은 몸인데도 감염인들의 인권을 외치는 그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저를 비롯한 동성애자인권연대 안팎의 많은 친구들이 이전보다 넓은 소수자운동의 지평에 눈뜰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친구로서만이 아니라 훌륭한 활동가로서 지금도 열심히 인권활동의 전선에 있는 윤가브리엘을 인권홀씨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QJ

윤가브리엘을 인권홀씨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인권적이라함은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는 다는 뜻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인권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만 중요한 이유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곧 나의 인권을 올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싸움일지라도 그 결과는 나와 그 사회에 속한 모든 인간에 주어지는 인권의 상승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인권의 가장 밑바닥부터 순위를 따지자면 에이즈 감염인이 아마 그 첫번째에 놓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그가 벌인 노력은 한국 사회 전체의 인권을 성장시키는 일이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그의 업적은 인권홀씨상으로 기리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쎈물

윤가브리엘을 인권홀씨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성소수자이면서 에이즈 환자라는 어찌 보면 세상의 제일 약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인권을 찾기 위한 운동에서는 늘 앞장서오던 분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함께 싸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앞으로도 함께 운동해나가자며 그 기운을 북돋워드리고 싶습니다. 인권홀씨상이 그 역할을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내면서도 주위의 친구들, 활동가들에게 용기와 싸움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윤가브리엘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사회에 무관심해 있던 저를 채찍질하게 됩니다. HIV로 인해 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HIV/AIDS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교육보다도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서 운동과 운동가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그 외 수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윤가브리엘을 인권 홀씨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후원회원 김조광수

윤가브리엘님을 인권 홀씨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에이즈 감염인으로 살면서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활동하신 윤가브리엘님이야 말로 인권 홀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그에게 또 그의 친구들인 우리들에게 연대의 박수를 보내주세요.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정욜

윤가브리엘을 만나고 함께 활동한 지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가 병원에서 에이즈라는 병마와 힘겹게 싸워가는 모습을 아주 가깝게 지켜보았습니다. 때론 화나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보며 그래도 희망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 속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윤가브리엘은 에이즈 환자이면서도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 사회에서 에이즈 인권운동을 싹 띄울 수 있게 한 장본인입니다. HIV로 인해 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HIV/AIDS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공적은 건강세상네트워크의 환자권리상과 HIV/AIDS 감염인 단체인 러브포원, 카노스 등이 공동으로 수여한 감염인 인권상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그는 함께했던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의 전면적인 개정활동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로슈에 맞서 푸제온 공급을 위한 투쟁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HIV/AIDS 감염인의 삶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는 이들에 대한 절규이자 몸무림이었습니다. 인권을 대단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않더라도. 그를 보면 인권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도 쉬지 않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앞이 보이지 않아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하지만 에이즈 관련 회의면 모조리 다 참석합니다. 회의내용을 잘 듣지 못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그는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그가 회의 시간에 주사기를 꺼내 직접 자기 몸에 주사기를 놓으며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은 에이즈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윤가브리엘은 오늘도 뛰고 있습니다. HIV/AIDS 감염인들의 노동권 문제와 HIV에 감염된 외국인들을 입국금지, 강제출국시키는 정부의 정책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한국인권재단 2009 인권홀씨상 수상자 발표문
  원문 _ http://humanrights.or.kr/bbs/bbs/board.php?bo_table=bbs2&wr_id=90


* 수상자 : 윤가브리엘 (에이즈인권연대 나누리+ 대표)

 

 

한국인권재단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인권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인권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고 사회와 소통하는 인권단체 및 개인을 찾아 격려하고자 인권홀씨상을 제정하고 2009년 10월 13일부터 11월 9일까지 추천서를 접수하였습니다.

 

총 10분의 개인과 단체가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였고, 11월 16일 (월요일) 인권재단 사무실에서 '2009 인권홀씨상' 최종 심사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심사를 위해서는 권태선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 이석태(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윤혜원 (전 연합뉴스 논설위원), 정정훈(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이렇게 네 분의 심사위원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최종 심사의 방법은 먼저, 심사 기준에 의거하여 각자 5명 정도의 후보를 추천하여 범위를 좁혔고, 그렇게 좁혀진 후보들에 대한 최종적인 토론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였습니다. 수상자 선정의 근거가 된 심사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참신하고 창조적인 실천을 통해 인권 의제와 활동의 지평을 넓혔는가?
  - 관련 활동을 촉진하거나 확산하는데 기여하였는가?
  - 젊은 세대들이 삶의 롤 모델로 삼을 만 한가?

 

수상자로 선정된 윤가브리엘 님은, 동성애자인권연대와 HIV/AIDS감염인 모임 세울터의 회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에이즈인권연대 나누리+>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에이즈인권연대 나누리+는 에이즈라는 질병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하고, 차별받는 감염인과 환자들의 인권과 치료권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하는 연대 기구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공공의약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등 5개 단체와 관심 있는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곳입니다.

 

윤가브리엘님은 그 자신이 HIV/AIDS 감염인으로서 '에이즈 인권교육', 'HIV/AIDS 인권가이드 마련',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활동' 등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비인권적 격리와 감시의 문제를 가시화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활동들을 벌여왔습니다.

특히 푸제온, 스프라이셀 등 감염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에이즈치료제에 대해 약값 문제를 들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국내에 의약품 지급을 거부하자 2008년 <Global Action Week국제행동주간>을 기획하여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공동행동을 조직화하고 해당 제약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지속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특허청에 푸제온에 대한 강제실시를 요청하고 생명과 직결된 약품인만큼 특허권보다 환자의 건강권을 우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가장 극심한 영역으로 HIV/AIDS 감염인의 인권현실을 꼽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도 활동가로서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삶 자체를 인권운동으로 만들면서 '에이즈 때문이 아니라 에이즈 약값이 없어 죽어간다’고 할 정도로 척박한 감염인의 현실을 드러내고 사회적인 개입을 촉구하는데에 윤가브리엘님이 선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아픈 사람이 지체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권을 증진하는 활동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제의 지평을 넓히고, 인권활동을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윤가브리엘님이 역경을 딛고 삶의 운동을 펼쳐온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또한 움직이게 하기에 젊은 세대에게 삶의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2009년 인권홀씨상'의 수상자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외에도 신유아(문화인권활동가, 용산참사현장 내 레아갤러리 운영자), 이주원(주거복지운동가, (사)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님이 최종까지 수상 후보로 위 세 분의 후보가 비등하게 실력을 겨루었습니다.

 

신유아님은 문화연대에 소속된 문화인권활동가로서, 현재 용산범대위 현장팀장이자 용산 참사 현장 내에 위치한 레아갤러리 운영자로 활동 중인 분입니다. 삭막하고 지치기 쉬운 인권운동 현장에 문화적인 요소를 도입하여 대중이 주체가 되는 활동을 기획하여 즐겁고 힘나는 운동, 대중과 교류하는 운동 현장을 만들어오신 '신의 손'입니다. 용산참사 희생자 중 한 분이 운영하셨던 레아호프를 갤러리로 탈바꿈시켜‘망루展’, ‘그림책 화가들 촛불을 들다展’등의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셨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희망', 인권단체연석회의 촛불집회 , ‘콜트·콜텍 노동자를 위한 문화제’ 등 다수 문화행사 기획하고 진행해 오셨는데요.
심사위원들은 신유아님이 집회와 시위 문화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국내외 집회 시위 사례를 수집·분석하여 집회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참가자의 상상력과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함으로서 인권운동의 문화적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인권의제들을 쉽고 가깝게 표현하여 인권의 의제와 활동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주원님은 주거복지운동가로서, 현재 (사)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이십니다. 1999년 IMF로 대량 유입된 노숙인을 위해서 무료급식 및 쉼터를 제공한 <아침을 여는 집>을 시작으로 노숙인 지원활동을 하셨고, 노숙인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활동 등을 진행하던 중 기존의 철거반대운동의 한계를 넘고자 <재개발(뉴타운) 지역 주민지원 활동>을 진행하셨습니다. ‘재개발(뉴타운) 세입자 주거이전비 집단소송’, ‘서울시도시계획시설사업 주택세입자 주거이전비 집단소송(옥인동, 용강동 시민아파트 등)’,‘재개발 기본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발의 등의 활동을 펼쳐 오셨고 용산참사 이후에는 희생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지속중이십니다.
심사위원들은 이주원님이 투기와 건설사 이익에 따른 개발이 아닌,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고 개별 마을에 어울리는 <대안개발>이라는 개념을 확산시켜왔다는 점에서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되었습니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각각의 후보들이 모두 수상자로 선정되어도 무리가 없을만큼 중요한 활동과 단단한 의지를 펼쳐오신 분들이라고 공감했습니다. 또한 인권재단이 수상자뿐 아니라 추천되었던 모든 분(단체)들이 이번을 계기로 더욱 많이 알려지고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기를 당부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추천서들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정성껏 추천서를 적어주시고 마음 내어 기다려주신 모든 추천인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2009년 인권홀씨상' 시상은 12월 14일(월) 6시 30분, 서교동 인권재단 사무실 3층 '크레이지오션 홍대점'에서 '2009년 후원의 밤' 행사와 함께 진행됩니다.

 

윤가브리엘님에게 격려와 지지를 전하고픈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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