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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세.바.퀴 시즌3 후기] 행동하는 변태소녀 세상을 바꾸다?!

by 행성인 2024. 5. 26.

뚜막(세바퀴 시즌3 참여, 이화여대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안녕하세요? 이번 세바퀴 시즌3에 개근한 뚜막입니다. 이게 뭐라고 괜히 자랑스럽네요. 사실 매주 약속이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저는 대단한 집콕러라서 이렇게 스스로를 꺼내지 않으면 학교만 갔다가 집에 와서 계속 침대에만 누워있거든요. 금요일 밤마다 싸돌아다니고, 술 마시고서 12시 넘어 집에 기어 들어가니까 날라리가 된 기분이라 짜릿짜릿 신났습니다.

 

 

는 어디에?

 

저는 이화여대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단체명이 길죠? 그리고 이상하죠? ‘변태도 아니고, 소녀도 아니고, 하늘을 날 수도 없는 애들이 표어예요. 이하 변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바퀴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단체 활동과 관련 있어요. 변날의 큰 행사는 1학기 학교 축제 부스 참여와 2학기 성소수자 문화제 개최인데요, 아이다호데이와 프라이드먼스는 부스 준비와 시험 기간 때문에 잘 챙기지 못하고 있었어요. 최소한 2022년과 2023년에는요. 올해도 변날 단독으로는 아이다호데이와 프라이드먼스 캠페인을 진행하기 어려울 듯해서 세바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결성된 팀의 캠페인 방향성이 퀴어 커뮤니티 대상이라 변날의 인맥(?)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세바퀴에서 배운 캠페인 전략도 앞으로의 변날 활동에 유용하게 써먹을 거예요. 이제 어리바리 얼렁뚱땅 천방지축 캠페인은 stop…!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캠페인 수업 내용은 캠페인 평가 부분에서 내가 이 캠페인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했는가, 캠페인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돌아보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어요. 변날은 워낙 소인원인 데다가 일반적인 대학 퀴어 동아리와는 성격이나 운영 시스템이 달라서, 행사를 열심히 하고 나면 활동가들이 소진되고 나가떨어지는 현상이 고질적인 고민거리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연히 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는 업무 분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 휴식 제도 적극 권장 및 활용하기 등이 필수적이겠죠. 이에 더해서, 활동가들이 대의를 위해 도구처럼 활용되거나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재미를 느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면 정신적으로도 덜 피폐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든 를 지키는 게 중요하니까요. 내가 살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비행기 안전 수칙에서도 산소마스크는 자기부터 끼고 옆 사람 도우라고 하잖아요. 행사 끝났다고 그냥 ! 해산~!”해버리지 말고, 서로 북돋아 주며 인권이나 퀴어 같은 거대하고도 추상적인 개념 속에서 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이 무너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활동이 가능해져서 결과적으로 단체 차원에서도 이득이고요.

 

 

나가서 사람도 좀 만나고 그래

 

, 변날 밖의 퀴어들과 교류하는 경험이 신선했어요. 변날은 여대 소속 단체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거든요. 요즘에는 딱히 시스젠더 레즈비언 위주가 아니지만, 그래도 게이 문화나 지정성별 남성이나 시스젠더 남성 퀴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서 변날 활동가들의 경험만으론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우리끼리만 얘기하다 보면 그런 주제는 자연스럽게 배제되기도 하고요. 외부 연대를 하더라도 대체로 타 대학 퀴어 단체와의 소통이 대부분이라, 제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20대 초중반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재학생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죠.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을 받던 차에, 세바퀴에서 다양한 배경과 특성이 있는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제 시야와 마음이 환기된 것 같아요. 뒤풀이 짱! 먼저 말 걸기나 스몰토크 완전 젬병인데, 그래도 제법 노력했답니다. 덕분에 소통 능력과 적극성이 살짝 향상됐어요.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부터 바꾸기

 

세바퀴 의제별 강의 섹션은 정말 새로운 지식 습득의 연속이었어요. 부끄럽지만, 저는 성격이 자기중심적이라서 저랑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영역에 대해서 상당히 무심한 구석이 있거든요. “혼인평등, 당연히 이루어져야지. 연대합니다. 근데 나는 결혼 안 할 거니까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는 듯?” 같은 성향이랄까요…. 그런데 세바퀴 강의가 거의 다 제가 나랑 상관없음 카테고리에 넣어놨던 주제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그동안 덮어놨던 영역에 대한 속성 과외를 받아서 좀 더 나은 뚜막이 된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저 멀리 떨어진 얘기 같아 보여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모든 게 다 상관있는 주제더라고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어쨌든 내가 퀴어라는 집단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이상(젠더와 섹슈얼/로맨틱 끌림에 대한 정체화와 퀴어로의 정체화는 다른 층위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퀴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이야기에 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 혼인평등 강의 시간에 실습했던 내용

 

혼인평등 강의에서 마지막에 캠페인 기획 실습을 했는데, 평소에 나랑 상관없음이라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막상 하고자 하니 아이디어가 꽤 술술 나와서 신기했습니다. 역시 훌륭한 교육과 협력의 힘이겠죠? 강사님들과 팀원들께 무한한 경의와 감사를....

 

 

이제 시작

 

세바퀴 강의는 끝났지만, 끝난 후가 더 바쁜 것 같아요. 이제 진짜로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니까요! 우리 팀은 트랜스젠더라는 큰 주제로 모였고, 구체적으로는 퀴어 커뮤니티 내의 트랜스젠더 차별, 혐오, 배제 등을 타파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 중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 봐 아직 말을 못하겠지만, 흥미로운 기획이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이후에 캠페인을 시작하면 아마 행성인을 통해서도 홍보할 것 같은데, 그때까지 stay tuned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