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 코스콤 연대모금 활동을 평가하며



정욜(동성애자인권연대)





  친기업, 친재벌 프랜들리 이명박 정권이 시험을 앞둔 학생이 몰아치기 공부를 하듯 연일 취임 2개월여만에 反서민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멀미가 날 지경이다.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던 '7% 경제성장'도 본인 스스로 인정했듯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서민경제는 갈수록 허덕인다. 더 나아가 의료, 교육, 연금 등 사회서비스 영역과 에너지, 교통, 물, 전기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시장화, 사유화 공세를 펼치고 있고 직장 내 다양한 복지제도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으며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를 과거보다 쉽게 만들고자 안달내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외국기업CEO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매년 하는 임금교섭을 2년에 한 번 씩 하도록 하겠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기업은 인력 운용상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를 해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등 현행 근로기준법과도 배치되는 말을 쏟아냈다. 어디 이 뿐인가?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등 학교를 학원처럼 만들어 10대 청소년들을 치열한 경쟁구도로 몰아넣고 있고 한미FTA에 최대 걸림돌이 되었던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적으로 수입하는데 합의하는 등 국민의 건강권마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개인의 성적지향을 떠나 대부분 서민,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삶은 갈수록 팍팍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취업도 잘 되지 않고 비정규직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상황은 이제 특정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88만원 세대, 20대에 등록금을 걱정할 수 밖에 없고 취업문턱에서 언제나 좌절을 맛봐야하는 바로 우리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선기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나라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_ 참세상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포기, 타자(他者)에 대한 공격으로 나올 것

  혜진, 예슬양처럼 아동 성범죄의 비극적인 결말을 언론을 통해 본 사람들이라면, 또 대구지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어쩌다가~"라는 탄식과 함께 범죄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이를 둔 부모들은 불안감과 공포가 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론과 기득권층이 이런 공포를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날 것처럼 포장하며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가해자 개인의 병력과 과거사만을 문제삼으며 범죄의 책임을 모두 개인의 잘못으로 환원시키고, 감시와 통제시스템이 부족하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다. 심지어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예비자'라는 굴레를 덧 씌어 통제, 추방하려고 한다.

  경찰은 최근 불심검문에 불응하면 벌금을 물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심이 되면 영장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강제로 검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복면금지를 골자로 한 집시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백골단 부활을 시작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치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민의 공포를 조장하는 가운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지만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공포의 실체는 무엇인가? 범죄자 몽타주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공포의 전부가 아니다. 바로 공포의 핵심은 치안 불안을 조장하며 공권력 강화라는 자신들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기득권층의 속보이는 전략에 있다. 길거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만나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확률보다 경쟁만을 호도하는 교육체계 아래서 자살하는 청소년의 확률이 더 높다. 또한 실업에 대한 위기를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겼기 때문이라는 편협한 논리는 타자에 대한 공포와 공격만을 강화시킬 뿐이다.


  최근 이명박 정권은 노동부와 법무부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 '불법체류자'를 정확히 파악해 엄격한 기준을 세우라고 주문했고,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불법체류자들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아니나 다를까. 5월2일 이주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또 다시 표적 연행해갔다. 지난 해 2기 이주노조 지도부를 표적 단속한 지 불과 5개월 만이고, 이주노조가 3기 지도부를 새롭게 세운 지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다.
여기서 성소수자들은 과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근거없는 내용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공포로 몰아넣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가운데 기득권층과 언론은 끊임없이 타자, 주변인들을 나와 상관없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자신들의 위기를 넘고자 할 것이다. 첫 타자가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불심검문 추진과 같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는 정책과 맞물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지 모른다.

  80년대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며 베트남전 패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 바로 '가족이데올로기 강화'와 '타자에 대한 책임전가'였다. 가장 큰 피해그룹이 '마약사용자' '이주민' 그리고 동성애자들이었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동성애자들은 에이즈라는 질병의 등장과 맞물려 내 주변의 친구가 '어떤 질병'에 의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절망의 순간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정부와 언론은 게이커뮤니티를 끊임없이 성문란과 비정상, 변태집단이라고 공격하며 타자화시켜갔다. 몇 년간 절대 표명하지 않았던 그 질병을 '게이암'이라고 호명하며 이성애자들과 철저히 분리시킨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을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절대 묵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13만원의 희망,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최근 장기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강조하며 모금활동을 한 달 동안 벌였다. 결과만 이야기한다면 흥행참패다. 13만원이라는 금액이 모였다. 사실 내부에서도 처음부터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커뮤니티에서 주말 게이, 레즈비언이라는 말은 들어왔어도 '성소수자 노동자'라는 말은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흥행과 무관하게 이 같은 연대의 실험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 모금과 관련해 우연히 이랜드 김경욱 노조위원장을 만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TV에서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이 홈에버 상암점에서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갈 때 눈물을 흘리며 연설하고 있던 그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런 그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군대, 청소년 등 여러 인권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모금활동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자신 있게 우리 활동을 소개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주변 동료에 의해 알게 되었고 그에게서 고맙다는 말은 수십 번을 들었던 것 같다. 큰 금액도 아니고 이랜드 농성에 함께 결합한 경험이 극히 적었지만 그는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연대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13만원을 건내는 손이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그 연대의 마음만큼은 작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연대는 거창한 학술적인 용어도 운동권 안에서만 쓰는 용어도 아니다. 내 친구와 가족, 직장동료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그 혹은 그녀를 나의 지지자로 만들었다면 나의 연대에 대한 실험은 성공한 것이다. 성소수자 운동을 함께하고 지지자들을 꾸준히 확대해나가는 것은 우리를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경제'에만 집착증을 보이는 이명박 정권이 대선 전 쏟아냈던 호모포비아적인 발언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공격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대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직접적인 연대의 대열을 확대할 수 있는 실험을 지속해야 할 때다.

  이주노동자들이 공격받고 있는 지금. 또 흥행참패가 예상될지 몰라도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연대의 실험을 시작하자.



▲ 5월 노동절까지 모금을 진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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