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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노동

성소수자 노동자 이야기

by 행성인 2011. 5. 18.

성소수자 노동자 이야기

*‘성소수자’는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레즈비언, 남성이 남성을 사랑하는 게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정서적, 성적으로 끌리는 양성애자, 자기의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이 다른 트랜스젠더 등 이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이성애가 아닌 다른 성적 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을 뜻합니다. 단어는 생소하지만 언제나 있어왔던 사람들이지요.


얼마 전 노동절 집회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참 많았지요. 다양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 여러 깃발들. 그 속에 성소수자들도 꽤 많이 있었을 겁니다. 눈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요. 혹시 지금 이 순간, ‘우리 회사에 성소수자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자신의 생존권이 걸린 직장에서 커밍아웃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불안에 노출되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해고노동자 홍석천’을 기억하세요? 2000년 9월, 홍석천씨는 동성애자임이 밝혀지자마자 출연 중이던 라디오 시트콤과 아동프로 ‘뽀뽀뽀’에서 바로 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일어난 일이 성적 지향으로 인한 부당해고라고는 생각하지 않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고용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2009년 미국에서 발간된 한 보고서는 약 68%의 성소수자들이 고용 차별을 겪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홍석천씨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직접 대하는 교사가 동성애자라면 아동 및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해고당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비단 먼 나라 외국만의 일일까요? 고용차별금지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오히려 성소수자 고용차별이 가시화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권리를 주장하고 눈에 보이는 만큼 차별도 드러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한국에는 성소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떤 법․제도도 없답니다. 감춰지기에 차별을 피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감출 수밖에 없기에 차별에 저항하기 더 힘들기도 하답니다.


어떤 차별이 있을지 상상이 안 가신다고요? 여기, 일터에서 일어나는 성소수자 차별 사례 몇 개를 옮겨봅니다.


-동성애에 대한 낙인으로 인한 두려움

내가 일도 잘하고 부족한게 없는데, 내가 동성애자인것 하나로 갑자기 내가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되는, 흠이 엄청 많은 사람이 되는 게 너무 싫은 거죠. 당연히 인사적 불이익도 예상이 되고.

-성적지향으로 인한 인사불이익

A씨는 회사 내에서 동성애자라는 것이 밝혀진 뒤 이유 없이 다른 지역으로 전근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근무지에서도 A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이미 소문나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퇴사를 요구받았습니다.

-취업 자체가 어려운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 C씨는 남성이지만 과거에 ‘여고’를 졸업했습니다. 그가 이력서에 ‘여고’를 ‘고등학교’로 바꿔쓰는 ‘사기’를 쳤다며 입사하자마자 해고당하는 억울한 일을 겪었습니다.

-혼인여부에 따른 차별 : 동성애자에게도 존재하는 ‘유리천장’

대놓고 얘기를 해요. 결혼 안하면 진급을 못한다고.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그런 의식이 있어요. 가정을 다스려야 회사에서 책임감도 있다는 식의. 그래서 과장까지는 가능해도 그 이상은 어려울 거라는 걸 은연중에 알리죠. 그런 얘길 들으면 그렇게 오래는 못하겠구나.

-임금 외 혜택에서의 차별

결혼을 하면 집을 임차해줘요. 9천 한도에서 전셋집을 얻어주는거에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9천에 전세, 8년까지! 그러니까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는거지. 가족수당도 한번도 못 받았어, (가족수당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걸 매달 확인해야 하는 거잖아.

-동성애혐오를 드러내는 발언

회식갔다 나오는데 남자 둘이 껴안고... 그걸 보고 직원들이 쟤네 호모인가봐, 진짜 이상하다, 드럽다, 그러는거에요. 그 말을 나한테 하는 것 같아서...

-레즈비언에 대한 외모차별과 비정규직 차별이 동시에!

파견노동자인 레즈비언 B씨는 비정규직법 때문에 2년마다 채용면접을 봅니다. 그녀는 면접장소에서 면접관들로부터 남자같다고, 살쪘다고, 안경썼다고, 머리짧다고 모욕을 당합니다. 그녀에게는 2년마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면접이 가장 무섭습니다.

-중매서주기도 직장생활의 일부?

“노조에서 결혼 안 한 사람이 달랑 나 혼자거든. 근데 하는 말이 결혼 안하는 것은 국가에 대해 안 좋은 거라고 하더라고, 결혼이야기나 내 얘기가 30~40분이야. 장난으로 지나가면서 계속 물어보는 것 같아.”


당신은 누구를 사랑할지 결정할 수 있나요? 당신은 자신의 몸과 맞지 않는 성별로 살아갈 수 있나요? 끊임없이 이성애자로 오해받으면서? 성소수자가 일터에서 겪는 차별을 없애는 데 함께 해주세요. 큰 것이 필요 없답니다. 너무 당연하게 이성애자라 가정하지 말고, 다양한 삶의 일부분으로 바라봐주세요. 지금은 아직 두려워서 드러내지 못할지 모르지만 여러분의 그런 말, 행동들은 성소수자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글을 보고 있을 성소수자 여러분도, 파이팅입니다! 성소수자도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냅시다!



● 성소수자 노동권모임은 일터에서 숨죽여 지내는 성소수자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모였습니다. 성소수자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이성애자들과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차별 없는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생각에 공감하시면 언제든지 성소수자 노동권모임의 문을 두드리세요!

●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셨나요?

상담/문의 : 070-7592-9984 / lgbtpride@empal.com

후원계좌 : 국민은행 001501-04-068507 예금주 : 정욜(노동권모임)

성소수자 차별 없는 일터를 위해 활동하는 성소수자 노동권모임과 함께해요!


오리_동성애자인권연대/성소수자 노동권모임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일터에도 함께 실릴 예정이고 일터는 노동자들이 많이 보는 기관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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